전기차는 친환경 자동차로 각광받고 있지만, 중고차 값이 낮아서 구매를 꺼리는 주요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 경제방송 CNBC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1~5년 된 중고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지난 12개월 동안 31.8% 하락했다. 이는 비교적 노후된 내연기관 차량의 평균 가격 하락 3.6%에 비해 8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낮은 재판매 가치가 새로운 전기차 구매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이씨 카(iSeeCars)의 수석 분석가 카를 브라우어(Karl Brauer)는 "새 자동차의 초기 가치 하락은 가장 비싼 비용 중 하나이며, 전기차의 급격한 가치 하락은 구매자들의 관심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분석가 데이빗 쿠오(David Kuo)는 전기차를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같은 가전제품에 비유하며, 판매 후 빠르게 가치와 관련성을 잃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는 1년 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훨씬 빠르게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고 전기차의 소프트웨어 및 컴퓨팅 기능이 구식이 되어 업데이트와 호환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구매자들에게 불만족을 초래할 수 있다.
전기차의 낮은 재판매 가치는 기술 자체보다는 시장 상황과 관련이 더 깊다. 특히,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은 중고 전기차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로 인해 구매자들은 중고 전기차에도 동일한 가격 수준을 기대하게 되었고, 이는 중고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전기차 시장의 과잉 공급 또한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과잉 생산된 전기차는 신차 및 중고차 시장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기 및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차량은 점점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고 하이브리드 차량의 평균 가격 하락은 6.5%에 그쳤으며, 이는 전기차 하락 폭에 비해 훨씬 낮다. 브라우어는 "하이브리드는 가솔린과 전기 자동차 사이의 훌륭한 디딤돌이며, 향후 10년 동안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낮은 재판매 가치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채택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지원, 자동차 제조업체의 노력,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