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가 최근 마이애미 아트 위크에서 '타입 00(Type 00)' 컨셉카를 공개하며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시작을 예고했다. 2026년 출시를 예고하는 이 모델은 브랜드가 최근 몇 년간 선보인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디자인 이상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재규어는 이제 사업적 성공이라는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마이애미에서의 브랜드 행보는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에서 벗어나 예술과 럭셔리 라이프스타일로 고객층을 확장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방향이 실제로 약 12만 달러(한화 약 1억6800만 원)로 추정되는 고가의 전기차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재규어의 기존 고객 중 약 10~15%만이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에 지극한 관심을 가진다.
재규어는 최근 몇 년간 판매 부진을 겪어왔다. 2023년 재규어의 미국 판매량은 8348대로, 2017년 대비 80%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6만4000대가 판매됐지만, 이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미국에서 각각 판매한 차량의 약 2.5%에 불과하다. 국내 판매는 일찌감치 후퇴했다. 한때, 혁신적이었던 전기차 모델 I-PACE조차도 이제는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은 상태다.
재규어의 새로운 전동화 전략은 고급화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브랜드는 평균 판매 가격을 현재의 6만 달러에서 약 12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매장 디자인과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도 함께 구상 중이다. 예를 들어, 파리 고급 패션 지구에 새로운 플래그십 매장을 열어 럭셔리 세그먼트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10만 달러 이상 고가 차량 시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 시장의 고객은 주로 포르쉐 911, 메르세데스 S-클래스, 그리고 랜드로버와 같은 검증된 모델을 선택한다. 또한, 테슬라는 모델 S 플래이드를 8만9900달러에 판매하며 강력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재규어의 새 전기차 라인업은 더욱 높은 품질과 성능을 제공해야만 한다는 판단이 나온다.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도 난항은 계속되고 있다. 포르쉐 타이칸의 2024년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감소했으며, 메르세데스 EQS 역시 기존 내연기관 고객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루시드 에어는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모델 S가 가져온 혁신을 재현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재규어가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재규어가 가진 강점 중 하나는 디자인 총괄 게리 맥거번의 존재다. 랜드로버의 디자인 혁신을 이끌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 맥거번은 재규어의 전기차 라인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