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전면이 높은 차량일수록 보행자 충돌 시 심각한 부상을 입힐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UV와 픽업트럭처럼 전면부가 수직적으로 설계된 차량이 보행자에게 미치는 위험은 속도가 증가할수록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IIHS 연구진은 202건의 보행자 충돌 사고를 분석한 결과, 차량 속도가 높아질수록 보행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차량 속도가 시속 15마일(약 24km/h)에서 시속 35마일(약 56km/h)로 증가할 경우, 심각한 부상의 위험은 9%에서 52%로 뛰어오른다.
특히, SUV나 픽업트럭처럼 전면부가 높은 차량에서는 이 위험이 더 극적으로 상승한다. IIHS는 중형 픽업트럭을 예로 들어, 동일한 속도 증가 시 심각한 부상의 위험이 11%에서 91%로 급등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면부의 높이와 구조가 보행자의 부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IIHS의 이번 연구는 도심 지역에서 흔히 적용되는 시속 25마일(약 40km/h) 제한 속도가 보행자 안전을 보장하기에 너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뉴욕시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2023년 10월 일부 지역의 속도 제한을 시속 20마일(약 32km/h)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는 학교 인근 도로와 보행자와 차량이 공유하는 도로에 초점을 맞춘 조치다. 현재 우리나라와도 비슷하다.
이번 연구는 2023년 11월 발표된 IIHS의 또 다른 연구와 맥을 같이한다. 당시 연구는 전면부가 수직적이고 박스형으로 설계된 차량이 보행자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높은 전면부는 충돌 시 보행자를 차량 아래로 밀어 넣는 대신, 몸 전체에 강한 충격을 가해 치명적인 부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도로 안전 정책과 차량 설계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면부 높이가 낮고 유연한 재질로 설계된 차량이 보행자 안전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체와 정책 입안자들이 협력해 안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