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업계의 눈길이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쏠리고 있다.
테슬라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라는 타이틀을 내년부터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제기해서다.
16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UBS는 이 보고서에서 “독일을 대표하는 유럽 최대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의 전기차 판매량이 미국의 테슬라를 내년부터 따라잡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폭스바겐 매출, 2025년부터 테슬라 추월 태세
보고서를 작성한 UBS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전기차 판매량은 내년부터 테슬라를 제치기 시작해 오는 2025년께부터는 테슬라를 30만대가량이나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오랜 기간 지속된 테슬라의 파죽지세가, 독주체제가 마침내 마무리되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인 동시에 그동안 테슬라의 최대 강적으로 통했던 폭스바겐이 마침내 실적으로 테슬라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N에 출연한 자리에서 “테슬라는 단순히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매우 강한 기업”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부터는 폭스바겐이 테슬라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빠른 폭스바겐 전기차 행보
실제로 폭스바겐은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200만대 이상 판매, 독자적인 배터리 생산시스템 구축, IT 전문가 6500명 영입 등을 향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하는 등 전기차 사업에 대한 비중을 야심차게 늘리고 있다.
보고서를 마련한 UBS 애널리스트들도 지난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폭스바겐이 얼마나 전기차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일본의 도요타나 미국의 GM 같은 경쟁업체들보다 얼마나 과감하게 늘리고 있는지를, 테슬라의 시장을 잠식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투자자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UBS는 폭스바겐의 목표 주가를 종전보다 50%나 높은 358달러(약 40만원)로 대폭 끌어올렸다.
◇왜 폭스바겐인가
CNN에 따르면 수두룩한 테슬라의 경쟁사들을 제치고 폭스바겐이 최강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보다 폭스바겐이 자체 개발한 모듈형 전기차생산 플랫폼(MEB) 때문이다.
이미 폭스바겐의 첫 번째 순수전기차 ID.3을 탄생시킨 MEB는 생산단가를 줄이면서 대량의 전기차를 신속하게 출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에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다른 완성차업체들보다 폭스바겐에게 유리한 고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UBS에 따르면 ID.3 모델의 현재 생산원가는 가솔린이나 경유로 굴러가는 골프보다 4770달러(약 5400만원) 정도 높지만 ID.3에 들어가는 배터리팩의 단가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추세여서 2025년 정도면 생산원가 차이가 거의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터리팩은 전기차 생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