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코리아는 극한의 오프로드(험로)도 거침없이 돌파하는 '랩터'와 뛰어난 견인력을 지닌 '와일드트랙' 두 모델을 한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인천 중구 을왕동에서 만난 뉴 포드 레인저 랩터는 한 마디로 '매운맛'이었다. 반면 뉴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비교적 '순한맛'에 가까웠다.
이날 진행된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뉴 포드 레인저 랩터와 와일드트랙을 먼저 만나봤다.
◇포드, 랩터·레인저 '투 트랙'으로 韓 픽업트럭 시장 공략
포드는 이번에 레인저 랩터·와일드트랙을 출시하면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최근 캠핑 열풍이 불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더불어 픽업트럭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에 맞춰 포드는 오프로드에 특화한 랩터와 트레일러 견인에 초점을 맞춘 와일드트랙을 함께 내놓으며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펼쳤다.
뉴 포드 레인저는 전 세계 5개 대륙, 130여 나라의 거친 기후와 지형에서 두루 시험을 거쳤다. 이를 통해 단순한 픽업트럭을 넘어 야외 활동과 차박(차에서 숙박), 트레일러 견인과 주행까지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한 차량이 탄생했다.
데이비드 제프리 포드코리아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한 차원 높은 포드 픽업트럭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레인저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선택지"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랩터는 포드 고성능 자동차 사업부에서 세심한 조율을 거쳐 완성된 '오프로드 머신'이다.
거친 바위를 넘거나 깎아지른 절벽을 오르기 위해 더욱 견고한 하체를 갖췄다. 차량 바닥이 높고 서스펜션(현가장치)이 동작하는 범위가 큰 덕분에 아무리 요철이 심한 지형이라도 잘 버텨냈다.
와일드트랙은 성격이 랩터와 많이 다르다. 포장된 도로 주행과 트레일러 견인에 최적화됐다.
와일드트랙이 버텨낼 수 있는 견인하중은 3500kg, 최대 적재중량은 600kg이다. 견인하중 2500kg, 최대 적재중량 300kg인 랩터보다 서스펜션 동작 범위가 작아 일반도로에서 고속 주행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한 앞차와 거리를 조절하며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능동적 주차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등 일상에서 운전 편의성을 높인 기능을 탑재했다.
◇ "될까? 되나?…와, 이걸 넘네" 바위·절벽·냇물도 거뜬
기자는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차량에 탑승했다. 먼저 랩터에 올랐다. 차 바닥이 지면과 많이 떨어져 있어 일반적인 SUV보다 다리를 높게 들어야 했다.
운전석에 앉으니 높은 차체가 실감났다. 랩터는 전장(길이) 5560mm, 전고(높이) 1870mm, 전폭 2030mm, 축간거리(휠베이스)는 3220mm에 이른다. 웬만한 대형 SUV보다 몸집이 크다.
본격적인 시승에 돌입했다. 고속 주행 구간과 오르막 급경사, 록 크롤링(Rock Crawling·울퉁불퉁한 바윗길), 내리막 급경사, 사면(Sidehill), 도강(강 건너기), 좌우로 요동치는 하드 웨이브(Hard Wave), 요철 구간(Bumpy) 등으로 이뤄진 경로였다.
기자는 가장 먼저 고속 주행 구간에 진입해 시속 60~70km까지 속력을 높이며 흙길을 내달렸다. 'S'자로 굽은 길을 따라 운전대를 마구 돌렸다. 운전대가 가벼운 덕분에 빠른 방향 전환이 가능했다.
깎아지는 절벽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바퀴 굴림 모드를 사륜 저속(4L)으로 놓고 탄력을 받으니 거뜬히 넘어갔다. 오르막으로 들어설 때 "저게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게 되네"로 바뀌었다.
랩터는 바닥이 높고 오버행(차량 바퀴 중심에서 차체 끝까지 거리)이 짧아 급격한 경사를 오르내릴 때에도 범퍼가 지면에 닿지 않았다.
또한 최고출력 213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내는 2.0리터 바이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해 충분한 구동력을 발휘했다. 레인저에 들어간 디젤 엔진은 동급 배기량 기준으로 가장 뛰어난 동력 성능을 갖췄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록 크롤링 구간에 들어섰다. 성인 남성 머리의 6~7배나 되는 바위가 널려 있었다. 가속 페달을 조절하며 지나가니 마치 멧돼지가 네 발로 돌격하듯 밀고 나갔다.
이번에는 아득한 내리막 급경사가 보였다. 길은 보이지 않고 멀리 모래산만 보였다. 다시 한 번 가슴을 졸였다. 언덕을 내려갈 때 차량 운전에 도움을 주는 기능 '힐 디센트 컨트롤(HDC)'을 활성화하자 공차 중량 2.5톤이 넘는 육중한 차량이 브레이크 조작 없이 속도를 유지하며 내려갔다.
절벽에서 막 내려섰는데 동승한 인스트럭터(전문요원)가 이제 경사면을 옆으로 지나가라고 했다. 기자는 "차가 안 뒤집어져요?"라고 말했다.
인스트럭터는 요령을 알려주며 "전복 방지 시스템이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차량에 몸을 맡기자 네 바퀴가 비스듬한 표면에 딱 붙은 채로 앞으로 나아갔다.
이어진 도강 구간에는 물 웅덩이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 머리부터 천천히 물 속에 집어넣으니 물이 앞유리를 뒤덮을 것만 같았다. 랩터는 물결을 일으키며 여유롭게 뭍으로 올라왔다. 랩터는 수심 85cm까지 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 '오프로드 머신' 랩터냐, '실속형' 와일드트랙이냐 '즐거운' 고민
기자는 가혹한 험로를 모두 돌고 나서 와일드트랙으로 진입했다. 와일드트랙은 일반도로 주행과 트레일러 견인에 초점을 맞춰 파워트레인(동력장치)을 제외한 제원·사양이 랩터와 다르다.
와일드트랙은 전장 5490mm, 전고 1850mm, 전폭 1870mm, 축간거리 3220mm, 공차중량은 2310kg이다. 복합연비도 랩터가 8.9km/l인 데 반해 와일드트랙은 10.0km/l로 다르다.
와일드트랙으로 오프로드를 달리니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다. 랩터와 비교하면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포장된 도로를 달릴 때 와일드트랙이 더 안정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한의 오프로드를 즐기고 싶으면 랩터를, 일상과 레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와일드트랙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부가가치세 포함 가격은 랩터가 6390만 원, 와일드트랙은 이보다 저렴한 499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