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으로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가시화 한 가운데 정부가 일부 품목에 대해 연내 국산화를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2차 회의를 열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내 기업이 개발을 마치고 완성차 제조사, 부품사와 성능 평가를 희망하는 품목 14개를 선정해 자립화를 지원하는 방안이 다뤄진다.
대상 품목은 차량용 메모리와 화재 감지용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전류 감지 소자 ▲주행영상 기록장치(블랙박스) 반도체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반도체 ▲터치 햅틱 드라이버 집적 회로(IC) ▲인공지능 컴퓨팅 모듈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마트폰 무선 충전 반도체 등이다.
이밖에 ▲전기차 정온 특성(PTC) 히터용 전력 반도체(IGBT) ▲48볼트(V) 전자식 릴레이 소자(E-PRA) ▲디지털 사이드미러(DSM) 반도체 ▲라이다(LiDar) 광원용 반도체 ▲공조 제어기 ▲고속 이더넷 반도체 ▲3상 모터 드라이버 IC 등이 포함됐다.
◇ 정부, 민·관 합동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책' 마련
정부는 추가 수요 조사와 품목 선정 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쳐 최종 선발된 품목에 대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양산성능평가지원사업'을 통해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들 품목이 이번 반도체 수급 대란 핵심 원인인 전장 시스템 제어칩(MCU)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해 우선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중장기 계획으로 자동차·반도체 기업 간 협력 모델 발굴에도 나선다.
정부는 우선 이달 중 민·관 합동으로 '중장기 차량용 반도체 기술 개발 로드맵' 수립에 착수하고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섀시(차체)·안전·자율주행, 차체·편의장비, 인포테인먼트 등 4개 분과별로 올해 안에 로드맵 수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에 국내 기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협의체를 통해 자동차·반도체 업계 간 협력 품목을 구체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이어 "국내 차량용 반도체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인프라 구축과 시제품 제작 지원을 강화하는 등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반도체 대란에 장사 없다…쏘나타·그랜저도 '스톱'
한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국내 완성차 공장 일부 라인이 가동을 중단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이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와 최근 출시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어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휴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 역시 반도체 수급이 차질을 빚어 이달 예정된 주말 특근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반도체 공급 대란은 부품사에도 직접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국내 53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 48.1%가 반도체 수급 차질로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주요 생산국 대만과 공급 불안 해소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신속 통관 절차를 시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절대적인 물량 자체가 달리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는 않고 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설비 증설이 필요하지만 공장을 단기간에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면 2분기 말부터 반도체 공급난이 소폭 완화하겠으나 4분기는 돼야 수급이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완성차 업계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