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이 유럽을 중심으로 지구촌 전역에 확산되면서 친환경 교통수단인 전기차의 보급도 눈부신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2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한편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폭풍 성장에 근심 어린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늘고 있다. 수명을 다한 전기차용 배터리 문제 때문이다.
배터리가 없는 전기차는 껍데리라고 할 만큼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보급이 갈수록 급증하는 상황에서 폐배터리가 급증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 재활용이라도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기차용 배터리는 재활용도 여의치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향후 10~15년내 폐배터리 봇물 예상
영국 버밍엄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연구하는 폴 앤더스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폭풍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무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EU 당국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유럽의 도로를 달리게 될 전기차는 30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기차가 빨리 보급되는 속도로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 배터리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주행 중인 동안 배터리가 환경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배터리 말고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종래의 내연기관 차량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명을 다해 폐 배터리로 바뀐 뒤부터 있다는 게 앤더슨 교수의 지적이다.
납 축전지 형태로 된 종래의 배터리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전기차용으로 생산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재로서는 재활용이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앤더슨 교수는 “앞으로 10~15년 이내에 수명한 다한 폐 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폐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배터리 쏟아지기 전 기술적 한계 해결해야
전기차용 배터리의 재활용이 어려운 것은 현재 전기차에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의 기술적 특성 때문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나오는 전기로만 구동되기 때문에 배터리 크기가 상당한데 여기에는 수백개의 리튬셀이 들어간다.
수명을 다한 리튬 배터리를 재활용하려면 수백개의 리튬셀을 일일이 분해하는 공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대량으로 뿜어나오고 폭발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재활용하는 것이 아직은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고 앤더슨 교수는 밝혔다.
그는 “이같은 어려움 때문에 리튬이온의 재활용율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높아봐야 5%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파악한 EU 당국에서도 폐 배터리를 단순히 통째로 폐기처분하는 것을 지양하고 분해를 통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을 관련 제조업체들에게 장려하고 있다.
아직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과 독일의 일부 자동차업체를 중심으로 폐 배터리 재활용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의 완성차업체 닛산의 경우 리프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 배터리를 신차 생산에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독일 최대 완성차업체 폭스바겐도 최근 독일 북부 잘츠기터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짓고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은 자사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시범 사업에 착수했으며 이 공장을 통해 연간 3600개의 퍠 배터리팩을 재활용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