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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가시밭 길 걸었던 현대차, '전기차'로 제2도약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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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가시밭 길 걸었던 현대차, '전기차'로 제2도약 노린다

2017년 사드사태 이후 지속되는 판매량 감소
지난해 36만2000대 팔아...전년 대비 20% 감소
길어지는 부진 전기차와 현지생산으로 제2의 도약 노려

김정희 기자

기사입력 : 2022-03-03 17:26

리홍펑 현대차·기아 브랜드 및 판매부문 총괄이 지난해 4월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아이오닉 5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리홍펑 현대차·기아 브랜드 및 판매부문 총괄이 지난해 4월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아이오닉 5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잘못된 인사와 현지 전략으로 방향을 잃어 헤매고 있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떨어지는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 회사는 전기차를 필두로 현지 생산 등 새로운 전략을 내세울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공개하면서 매년 중국 시장에 전용 전기차 등 친환경 차 신차를 출시해 2030년까지 13개의 전동화 라인업을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현지 생산화를 통해 원가절감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잘못된 인사와 현지 전략...판매량 '내리막길'


현대차가 중국서 처음부터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 베이징자동차그룹과 50:50 형태의 합자 계약을 맺게 되면서 중국에 진출했다.

현대차는 2003년 이후 2012년까지 평균적으로 37만대 정도를 생산했으며, 생산량은 해마다 증가했다. 현대차는 2013~2016년 4년 연속 100만 대 이상 판매했다.

이후 현대차 고난의 길이 시작됐다. 2017년 판매량은 78만대로 전년 대비 31% 하락했으며, 2018년 79만대, 2019년 68만600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38만5000대, 점유율은 1.8%까지 감소했다. 올해도 출발은 좋지 않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현대차의 1월 판매는 전년 대비 43% 감소한 3만1000대를 기록했다.

판매량 하락에는 적절하지 못한 인사와 현지에 맞지 않는 전략, 여기에 사드배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인사 실패는 대표적으로 설영흥 전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고문이 꼽힌다. 화교 출신인 설 전 고문은 지난 2004년 중국 담당 부회장을 지내면서 현대차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도왔다. 2000년대 초반 중국 진출 자동차업체 순위 톱4에 현대차가 등극한 것도 설 전 고문의 업적으로 꼽힌다.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 지난 2014년 부회장에서 중국사업총괄 고문으로 물러난 뒤에도 사실상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관계나 연줄을 의미하는 ‘관시(關係)’에 의존한 설 고문의 사업 방식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오래된 인연이 새로운 사업을 꾸리는 데 걸림돌이 된 것이다.

여기에 경영진의 잦은 교체도 한몫 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 2011년 노재만 총경리(사장)가 물러난 이후 수장이 일곱 번이나 바뀌었으며, 이 중 가장 긴 임기는 1년 4개월에 불과했다.

또 브랜드 이미지도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진출 초반 현대차는 '가성비'를 내세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과 다른 수입 브랜드들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은 현대차 브랜드를 저렴하지도 않고 프리미엄도 아닌 애매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현대차 밍투 2세대 모델. 사진=현대차
현대차 밍투 2세대 모델. 사진=현대차

공장 매각과 가동 중단...현대차 전략은


길어지는 판매 부진은 공장 매각과 가동 중단으로 이어졌다.

실제 현대차 '베이징1공장'은 수년간 이어진 판매 부진에 따라 2019년 4월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됐다. 베이징 2공장도 매각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샤오미를 비롯한 많은 국내 전기차 제조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저우에 위치한 4공장은 공장 매각 안과 생산 차종 변경안을 둘 다 검토 중이다. 충칭 공장도 지난해 12월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현대차가 내민 카드는 전기차다.

현재 베이징현대는 밍투EV, 라페스타 EV 총 2종의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아이오닉 5도 현지에서 생산되어,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시작으로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을 중국에서 생산해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이번 공장 중단을 두고 '전기차 현지 생산' 확장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모델과 다르게 간소하다. 차 한 대를 조립하는 데 필요한 부품 수도 약 3만개에서 1만5000개로 절반 가량 줄어든다. 결국에는 조립라인에 투입되는 인력도 줄일 수 있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

또한 전기차 현지 생산이 이뤄지면 회사 입장에서는 '제품 원가'를 낮출 수 있고 '판매량'도 챙길 수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팔고 충분히 이익을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이나 유럽 등 보조금이 지원되는 시장에서는 수익이 나지만,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는 시장에서는 적자를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이 탄력을 받으면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줄여가고 있다. 새해 들어 전기차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에너지차량(순수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 연료전지) 보조금을 30% 줄이고, 올해 말 폐지하기로 했다.

전기차 보조금이 판매량에 미치는 것을 생각하면 현대차는 올해 안에 전기차의 판매를 끌어올려야 한다.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이미 저렴한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또한 현지 생산은 판매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2002년 10월, 북경기차와의 합자(合資) 법인으로 북경현대를 설립해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이때 중국 내 판매 대수는 현대차가 1002대, 기아차가 3만95대였다. 북경현대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2004년 현대차 14만4088대가 팔리더니, 이듬해에는 23만3668대, 57만309대(2009년), 79만3008대(2010년), 103만808대(2013년)가 중국에서 팔렸다.

업계관계자는 "절치부심으로 세계 1위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 현대차는 새로운 생각과 전략으로 접근해야한다"며"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빠르게 올라오는 상황에서 올해 안에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모터즈 기자 jh13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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