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차량 보안 문제가 새로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충전 인프라와 차량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이 해킹 위협에 노출되고 있으며, 특히 자율주행차 도입이 본격화되면 보안 우려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보급 초기부터 충전 인프라는 해킹의 주요 대상이 되어왔다. 2023년 2월, 전기차 개방형 통신 규약인 OCPP(Open Charge Point Protocol)에서 DDoS 공격과 정보 탈취가 가능한 취약점이 발견됐다. 해커는 충전 네트워크를 교란하거나 민감한 사용자 정보를 탈취할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2020년 중국 보안기업 텐센트는 충전기를 해킹해 스마트폰에 과도한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기기에 물리적 손상을 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사례는 충전 인프라의 보안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며, 전기차 생태계 전반의 보안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차량 소프트웨어 또한 해커의 표적이 되고 있다. 2022년 독일의 한 청소년이 테슬라 차량 25대를 해킹해 문과 창문을 원격 제어하는 사례가 발생했으며, 이는 차량 내 통신 시스템의 취약점을 악용한 사례로 기록됐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해킹 대회에서도 전기차 소프트웨어의 제로데이 취약점이 발견되며, 차량 보안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차량 보안 문제를 한층 심화시킬 잠재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율주행차는 실시간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하며, 고화질 지도, AI 알고리즘, 센서 정보 등이 외부와 지속적으로 연결된다. 이 같은 연결성은 해커에게 새로운 침투 경로를 제공하며, 차량의 오작동이나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운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자율주행차의 라이다(LiDAR) 센서를 교란시켜 가상의 물체를 인식하게 만드는 해킹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이외에도 GPS 신호 변조로 차량 경로를 왜곡하거나, AI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리는 공격도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동화와 자율주행의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보안 표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량 제조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보안 패치 주기를 단축하고, 클라우드 기반 보안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충전 인프라와 차량 간 통합적 보안 체계가 요구된다. 차량 보안 문제는 단순히 데이터 보호를 넘어,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이 진화할수록 보안이야말로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