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JEEP)는 전통적으로 오프로드(OFF ROAD)에서 뛰어난 주행성능으로 차별화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의 실제 활용은 철저히 '데일리카'다.
11년 만에 풀체인지된 ‘올 뉴 랭글러’는 비포장도로와 출퇴근도 뛰어난 두마리의 토끼를 잡은 차량이다.
[리얼시승기]는 지난 21일 강원도 평창 흥정계곡에 온로드와 오프로드 코스로 나눈 총 14.5㎞ 구간에서 '올 뉴 랭글러'를 체험했다.
◇Jeep 헤리티지에 충실한 디자인…아쉬운 디테일
올 뉴 랭글러는 조금 더 오리지널 지프에 가깝게 디자인됐다.
지프의 상징과도 같은 7-슬롯 그릴, 키스톤 모양의 그릴 상단, 원형 헤드램프, 사각 테일램프의 고유 디자인은 오히려 세련된 느낌이다.
사하라와 루비콘 모델에 적용된 LED 헤드램프와 안개등은 랭글러만의 독특한 룩을 완성해준다.
기존의 모델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디테일한 부분을 모두 바꿔 외관을 보는 재미가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처럼 쏠쏠하다.
실내는 기존 3세대보다 더 커진 윈도우, 넓은 차폭과 낮아진 벨트라인으로 더욱 넉넉해진 실내 공간을 제공하며 한층 더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특히 여유로워진 뒷좌석 레그룸이 승차감을 향상시킨다.
다만 디테일이 부족하다. 2열 폴딩 시트가 적용돼 넓은 수납공간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수납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활용도가 높은 도어트림 하단 수납공간은 그물망으로 대체, 작은 물건 보관도 여의치 않다. 글로브박스 또한 매우 작아 어떤 물건을 보관해야 하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기어레버 우측 상단 AUX 연결 부분은 실제 선 연결시 레버를 잡는 손과 선이 맞닿아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있다.
◇데일리카 지향…효율·편의성 개선 ‘눈길‘
올 뉴 랭글러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이전 세대보다 강력해졌다.
테스트 드라이브는 총 14.5㎞ 구간으로 △온로드 △오프로드 △락크롤링으로 나눠 실시했다.
일단 온로드 구간에서 승차감은 상당히 편하고 믿음직스러웠다. '데일리카로 사용하는 고객들에게도 적합하게 만들었다'는 지프의 설명에 고개가 끄떡여졌다.
데일리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연비도 중요하다. 온로드 구간에서의 평균 연비는 6.8㎞/L(공인 연비 7.7㎞/L·루비콘 기준)였다. 생각보다는 높은 연비가 아니었다. 더 좋은 연비를 소비자들은 원하고 있다.
지프 역시 올 뉴 랭글러의 가장 큰 개선점으로 연료효율성을 뽑았다. 2.0리터 터보차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최첨단 냉각 기술,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 설계로 기존 모델 대비 최대 36%(사하라 기준) 개선된 연료 효율성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더 나은 연비를 나타내야 훨씬 더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 뉴 랭글러는 오프로드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 험난한 구간을 넘으며 사방으로 흔들리면서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불안한 듯 하지만 안정성이 뒷받침 돼 불안감이 전혀 없었고 앞서 내려가던 랭글러는 코스를 이탈해 계곡에 처박히듯 멈춰섰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시 달리는 모습도 확인했다. "아! 이래서 오프로드의 강자라고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가장 험난한 코스인 락크롤링 구간에 이르러 계곡 위로 직접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랭글러의 위엄이 그대로 전달됐다.
계곡의 큰 바위를 극복하는 한편, 깊이 76cm에 달하는 수중 도하도 문제 없었다. 늘어난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이 험로에서 차체를 보호하고 유연하게 통과시키는데 한몫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스틱형 구동 변속 레버가 상당히 뻑뻑하다는 것. 상당한 힘을 줘야 겨우 조정이 가능할 정도로 힘이 약한 남성은 물론 여성의 경우 두 손을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 뉴 랭글러는 지난해 LA모터쇼를 통해 최초 공개됐으며, 국내에는 4도어 가솔린 모델인 △스포츠(4940만원) △루비콘(5740만원) △루비콘 하이(5840만원) △사하라(6140만원) 등 4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