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가 22일 개최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 행중주의 펀드 엘리엇과 현대차그룹과의 표대결이다. 하지만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대차그룹에 힘을 실어준 데다 국민연금도 가세하면서 엘리엇이 완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배당 규모와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두 가지 안건에서 표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총 8조3000억 원 규모의 고배당과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 모비스엔 1주당 2만6399원을 제안, 총 8조원 가량의 배당을 요구한 것이다.
현대차와 모비스는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고, 고배당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저해하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엘리엇의 제안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 루이스와 ISS가 현대차와 모비스에 지원에 나서면서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그룹에 우호적 환경이 마련됐다. 글래스 루이스는 보고서에서 “이번처럼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빠르게 진화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경쟁력 향상과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당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잠재적 인수합병(M&A) 활동이 요구될 것이라고 인정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외국인 투자자 등 주자들이 글래스 루이스의 권고에 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별도의 조직화가 되지 있지 않은 만큼 글래스 루이스 의견에 따라 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현대차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8.7%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표대결이 펼쳐지면 현대차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엘리엇의 지분은 3.0%에 그쳐 국민연금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배당금 문제를 놓고선 현대차그룹이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배당의 부정적 기류에 엘리엇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엘리엇 측은 “현대차는 21조원 이상, 현대모비스는 10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엘리엇)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총 현금 보유액의 25% 정도를 환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의 현금 유동성이 충분한 만큼 고배당으로 인한 투자 위축 근거는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천 사외이사에 대해선 예측은 쉽지 않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반면 엘리엇은 존 류 베이징사범대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맥이완 볼라드파워시스템즈 회장, 캐나다 항공전자장비기업 CAE의 마거릿 빌슨 사외이사를 추천한 상태다.
ISS는 '엘리엇 추천 사외이사 후보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현대차가 추천한 세 후보 중에서는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에 대해서만 찬성을 권고했다. ISS와 함께 양대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 루이스는 최근 엘리엇 추천 사외이사 후보 3명은 모두 반대, 현대차 추천 3명 후보는 모두 찬성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해 현대차에 손을 들어줬다. 또한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엘리엇이 제안한 양 사 사외이사 추천안에는 이사회 정원을 늘리는 조건으로 찬성 의견을 제시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외이사에 엘리엇 추천 인사가 포함될 경우, 현대차그룹이 추진하게 될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추진에도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표대결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외국인 표심 향배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은 각각 44.6%, 46.37%.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총을 앞두고 세확보를 위해 엘리엇이 주주들을 대상으로 위임장을 발송하는 등 현대차그룹과의 일전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