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반년만에 더 강력해졌다. 지난해 하반기 BMW그룹 코리아(대표이사 한상윤)가 야심차게 들여온 SAV(Sport Activity Vehicle) X2 이야기이다.
SAV는 일반적으로 SUV(Sport Utility Vehicle)라고 불리는 차량에 활동성을 가미한 BMW만의 특화 용어이다. 볼링이나, 당구, 골프 등도 스포츠이지만 활동적이지는 않다. BMW가 SUV를 SAV로 새롭게 명명하고, 자사의 X시리즈(1∼7)를 전면에 내세운 데는 이 같은 숨을 뜻이 담겼다.
서울역 인근 지하주차장에서 만난 X2이 첫 이미지는 차량 측면 윈도우 라인이 쫙 째진 곤충의 눈을 닮아서 그런지 날렵하다. 공기 역학을 고려한 차량 설계이다.
사람의 콩팥을 형상화 한 BMW 패밀리룩인 키드니 그릴이 전면에 자리하고, 그 중앙에 비행기 프로펠러를 형상화 한 BMW 엠블럼이 살포시 앉아 있다. 하얀과 파란색이 조합된 엠블럼과 파란색 차체가 썩 조화롭다.
스마트키로 도어를 열자마자 시동을 걸고 지하 7층 주차장을 탈출했다. 지하주차장이 차량이 많지만, 환기구가 없어 배기가스가 주차장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운전자들이 자동차로 도로를 달리다 터널을 만나면 차량의 창을 닫으면서도, 터널보다 더 오염이 심각한 지하주차장은 왜 청정하다고 생각하는지? 지하주차장에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와 폐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가득한데….
주차장 오르막길에서 X2는 BMW X시리즈 특유의 모습을 보였다. 강력한 엔진 성능으로 저속에서도 치고 나가는 힘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서울역을 지나, 통일로, 충정로, 마포대로를 통해 강변북로를 잡았다. 고양시 일산과 파주를 향하는 차량이 많다.
종종 나오는 상대적으로 긴 공간에서 가속 페달에 힘을 밟자 X2는 빠른 응답성으로 재빠르게 빈틈을 질주했다. 제로백이 7초대로 잡혔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X2를 BMW의 튜닝 브랜드 M이 손봤기 때문이다. M이 손대면 차량 성능이 탁월해 진다.
동일한 3.0 디젤엔진을 장착한 X5 xDrive 30d와 M50d를 보자. 각각 최고 출력이 265마력, 400마력, 최대 토크 63.2㎏·m, 77.5㎏·m, 최고 시속 230㎞와 250㎞, 제로백 6.5초와 5.2초로 상이하다.
차량 가격도 각각 9790만 원∼1억950만 원과 1억3860만 원∼1억3890만 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이를 감안해 우리 정부는 음성화 된 국내 튜닝시장을 활성화 하고, 튜닝 산업을 모터스포츠와 연계한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5년 튜닝 산업을 공식화 했다.
다만, 여전히 시장은 정체 상태이다. 당시 드레스업 튜닝(각종 차량 장식품 탈부착)만 허용하고, 엔진 튜닝을 향후 공식화 한다고 했지만, 4년째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엔진 튜닝(메카니즘 튜닝)은 고부가가치의 산업이면서도 어렵다.
말이 다른 데로 센 가운데도, X2 xDrive 20d M은 자유로를 향해 잘 달렸다.
최근 들어 자유로에 구간 단속 등 과속 감시카메라가 늘었다. X2 M이 치고 나갈 여유 공간이 없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 파주 출판단지를 지나면, 디스플레이 단지로 향하는 차량과 듬성듬성 임진각으로 향하는 차량만 남아 교통 흐름이 원할하다.
자유로 시승에서 기자가 제일 좋아하는 구간이 이곳부터 임진각까지인 이유이다.
X2 M은 100㎞에서 1500rpm, 120㎞에서 180rpm, 140㎞에서 2100rpm을 찍으면서 M 브랜드의 정교한 엔진 튜닝 기술을 보여줬다. 이어 X2 M은 160㎞(2400rpm), 180㎞(2700rpm), 200㎞(3000rpm)를 거쳐, 최고 속도인 220㎞(3300rpm)에 도달했다.
X2 M이 100㎞에서 최고 속도까지 도달하는 걸린 시간은 제로백보다 짧은 딱 5초. X2 M이 190마력에 40.1㎞·m의 강력한 성능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시승 차량에도 속도 제한을 건다. 시승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차량의 모든 면을 독자 혹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의 시승이라면 다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고속국도 등에서 사고를 피하기 위해 급가속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시승차 속도 제한은 지양해야 한다. 반면, BMW는 시승 차량에 속도 제한을 걸지 않는다. 최근 운전을 즐기는 속도 마니아에게 제격인 셈이다.
그런면서도 X2 M의 주행 성능은 탁월하다. 상시 사륜구동으로 타이어가 지면을 꽉 움켜쥐고 달리는 느낌이 운전대에 그대로 전해지면서 기자에게 믿음을 준다.
‘BMW 차는 안전하다는….’
그러면서도 파주출판단지 이후 자주 나타나는 회전 구간에서 X2 M은 200㎞의 속도에서도 적확한 핸들링과 코너링을 보여줬다.
임진각이 가까워지면 5차선에서 차선은 편도 1차선으로 줄고, 노면도 불규칙하다. X2 M은 흔들림이 없다. 고속에서 차체의 무게 중심이 아래로 쫙 깔리면서 X2 M은 빠르게 1차선 편도를 질주했다.
몇년 전 국산차 업체의 2.2 디젤 세단을 타고 이곳을 달리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역시 BMW'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당시 기자는 정확이 220㎞로 이 구간을 달렸다. 그러자 운전대와 차체가 요동치는데, ‘이러다 큰 사고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감속 한 기억이 있다.
그동안 많은 국내외 완성차를 타봤지만, 참 아찔하고도 어이없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국산차 업체들의 차량 제작 기술 역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우수하지만, 정교한 부분에서는 그만큼 BMW 등 세계 유수의 업체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임진각을 앞두고 도로가 다시 넓어졌지만, 차량은 한두대가 고작이다. 예전 손맛을 살려 토크컨버터링 8단 자동변속기를 수동에 놓고 달렸다.
엔진음이 그렁그렁해지고 주행 소음도 다소 커졌다. BMW가 SAV 특유의 활동성을 강조한 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유쾌하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 정도.
수동에서 변속기 옆 버튼을 눌렀다. 스포츠와 에코프로 기능이다. 수동과 자동 공히 스포츠 기능은 활동성을 강조해 조선시대 대표적인 하인 ‘마당쇠’처럼 거친 면을 보였고, 에코 프로는 차량의 오토 스탑 앤 스타드 기능과 함께 친환경 주행 기능으로 양반가의 ‘규수’를 닮았다고나 할까? X2 M가 정숙하고 얌전해진다는 다른 말이다.
이로 인해 X2 M은 연비 2등급(14,2㎞에/ℓ)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3g/㎞으로 친환경을 구현했다.
임진각을 찍고 다시 자유로, 강변북로, 올림픽대교를 통해 한강 여의도 구간의 서울 마리나를 찾았다. 이곳에 요트 선착장이 있고, 간단하게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어 평소에도 이것을 찾는 사람이 많다.
서울마리나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X2 M에 쏠린다. ‘이 놈의 BMW 인기란….’ 감각적인 디자인이 기존 BMW 차량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리라.
시원한 한강이 보이는 곳에서 X2 M를 꼼꼼히 살폈다.
차체 측면 뒤쪽 어깨(C 필러)에 BMW 엠블럼이 부착된 게 새롭다. 아울러 앞바퀴 휀더 부근에 M뱃지가 차량의 성능을 대변하고 있다.
차량 후면에 자리한 두개의 배기구와 xDrive 뱃지 역시 차량의 고기능을 나타낸다.
두개의 배기구가 통상 배기량 2.2 이상인 차량이 장착되는 점을 볼 때 2.0 X2 M의 성능이 2.2 차량과 비슷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트렁크 도어는 후면 BMW 엠블럼을 누르면 열린다. 기자는 이 기능을 폭스바겐에서 처음 경험했다.
엔진룸은 운전대 왼쪽 하단 레버를 두번 당기면 본넷이 튀어 오르고, 이를 살짝 치켜세우면 자동으로 올라간다. 개폐 레버를 찾느라 손을 넣고 더듬거리는 수고를 덜수 있다. BMW가 세심한 부분까지 운전자를 고려한 것이다.
얼핏 보면 X2 M의 트렁크 공간이 좁아 보인다. 최근 운전자들이 야외활동을 자주 하는 점을 감안하면 BMW가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X2 M에 숨어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스페어타이어를 수납하는 공간이다. 이곳의 덮개를 열면 적재공간이 600ℓ 이상으로 확대된다. BMW가 자사 모든 차량에 런플랫 타이어를 적용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이 공간에 짐을 실을 수 있다.
런플랫 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시속 80㎞로 달릴 수 있지만, 일반 타이어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 X2 M은 18인치 알로이 휠에 폭 225㎜, 편평비 50%, 95(690㎏까지 적재 가능)H(210㎞ 주행 가능) 타이어를 장착했다.
계기판의 속도계(260㎞)와 M 브랜드임을 생각하면 X2 M의 최고 속도는 240㎞ 정도로 추정되며,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라면 속도기호가 최소 V(240㎞), W(270㎞)인 타이어로 교체해야 할 지 싶다. BMW 소형 브랜드 미니의 1.6 쿠퍼 쿠페S의 최고 속도는 235㎞이었다.
아울러 최근 보험사의 출동 서비스가 잘 돼 있어, 완성차 업체들이 스페어 타이어 공간을 없애는 추세이다.
2월 선보인 쌍용차의 1.6 코란도 역시 스페어 타이어 수납 공간을 적재 공간으로 활용해 동급 최대인 570ℓ를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코란도가 트렁크에 골프 가방 3개와 중형 캐리어 3개를 각각 수납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X2 M는 여기에 중형 캐리어 하나를 더 얹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X2 M의 적재 공간이 충분하지만, 그래도 2열 접이 기능이 없어 아쉽다. 2열이 접히면 고시원 이사나, 원룸 이사도 가능할텐데….
2열 레그룸은 여유롭다, 신장 180∼190㎝ 사이의 탑승객이 타도 큰 불편함 없이 장거리 여행이 가능할 정도니까.
1열은 브랜드 정체성을 살려서 그런지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크롬도금(정확히는 진공증착한 마감재가 맞다. 크롬 도금은 차량 가격의 상승요인이라 함부로 쓸수가 없다) 재질을 대거 적용했다.
13인치 LCD(액정표시장치)에는 차량의 각종 기능 조작 상황이 표시된다. 차량 조작 역시 변속기 아래 자리한 조그셔틀로 손쉽게 작동 가능하다.
여기에는 측후방, 측면 추돌 경보도 울리고, 후진 시에는 후방 상황도 비춰준다.
X2 M 역시 BMW의 모든 모델들이 가진 LED기어 노브를 탑재하면서 실내에 세련미를 극대화 한다.
이 8단 자동 토크컨버터링은 측면의 버튼을 눌러야 D(주행)에서 R(후진)으로, R에서 D로 갈 우수 있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R에서 N(중립), D에서 N으로 갈 수 있다.
일부 차량의 경우 이 같은 기능이 없어, 오작동으로 R과 D를 혼용할 수 있어 다소 안전 사고 위험이 있다.
고객을 위한 BMW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운전 중 팔걸이로도 이용할 수 있는 중앙 콘솔함은 복층 구조로 돼 있어, 깔끔한 실내를 유지하기 위해 자질구레한 물건을 대거 수납할 수 있다.
엔진 브레이크도 이중이다. 변속기에 ‘P(주차)’ 기능과, 변속기 아래 전자식 ‘P’ 버튼이 있다. 둘 중 하나라고 잠금을 제거하지 않으면 차를 움직일 수 없다.
올 여름 파란 색상의 BMW X2 xDrive 20d M을 타고 바다 혹은 산으로 휴가를 떠날 운전자들은 구매를 서둘러야 한다. 구매 계약 이후 차량 인수까지는 넉넉 잡고 2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중반 독일 아우디가 한국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판매 될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당시 차량을 배가 아닌 비행기로 공수해 오기도 했다. 이윤보다는 향후 한국 시장 확대를 위해.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BMW X2 M은 6190만원으로, 차량 성능과 브랜드가 주는 매력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다.
한편, BMW그룹 코리아 한상윤 대표이사는 X2 M 등 M모델 판매를 강화한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BMW코리아는 고성능차 브랜드를 M브랜드로 통합했다.
종전 BMW의 고성능 차량이 M2, M3 등 M 모델과 X5 M50d, X6 M50d 등으로 양분돼 고객 혼선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이사는 “일반인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M브랜드를 만들겠다”며 “BMW는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혁신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BMW코리아는 고객이 M 모델을 체험할 수 있는 ‘BMW M 퍼포먼스 스튜디오’를 올해 7곳을 늘려 21곳으로 확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