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윤 BMW그룹 코리아 대표가 올해 상반기 취임하자마자 자사의 고성능 브랜드를 ‘M’으로 통일하고 마케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는 BMW 브랜드가 고급 브랜드임을 감안한 전략이면서, 고부가가치를 추구해 판매 대수보다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를 감안해 최근 선보인 BMW X4 M40d를 타고 11일 자유로를 달렸다. BMW X4는 2014년 출시 이후 20만대 이상이 판매된 BMW의 스테디셀러로 이번 X4 M40d는 2세대 모델이다.
서울역 인근 KDB 생명 주차장에서 만난 X4 M40d는 X6의 동생 정도로 보인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으로는 드물게 쿠페형 모델이라는 뜻이다. 종전 쌍용차의 액티언 스포츠가 이들 BMW SUV와 닮은 쿠페형이었다.
X4 M40d는 X3 30d xDrive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주행성능은 다소 앞선다.
스마트키를 통해 도어를 열자 BMW 코리아의 마케팅 전략이 그대로 나타난다. 천연 가죽시트 등 고급 소재를 대거 적용하면서도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실내 디자인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3.0 디젤엔진이 으르렁 거린다. BMW의 M브랜드 SUV는 정숙하면서도 가속 페달을 밟으면 주체할 수 없는 힘으로 치고 나가는 경쾌함을 표현하기 위해 중저음인 바리톤급의 엔진음을 그대로 표출한다.
기존 상위 트림이던 X6 시승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서울역에서 염천교를 지나 마포대로, 마포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로 진입했다. 차량 흐름이 다소 수월하다.
빈틈에서 속도를 내자 X4 M40d는 순식간에 100㎞(1500rpm)를 찍었다. 제로백이 5초 수준으로 나타났다. X4 M40d의 공식적인 제로백은 4.9초로 X3 30d xDrive보다 0.9초 빠르다.
차량 흐름을 타다 보니 어느새 X4 M40d는 파주출판단지를 지나고 있다. 여기서부터 임진각까지는 본격적인 속도와 핸들링, 코너링을 시험하는 구간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실자 X4 M40d는 120㎞(1800rpm), 140㎞(2000rpm), 160㎞(2200rpm) 180㎞(2400rpm), 200㎞(3000rpm)으로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탄력을 받은 3.0 디젤 엔진이 다시 100㎞를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은 5초.
X4 M40d가 운전을 즐기는 고객에게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X4 M40d는 묵직하다. 사실 최근 시승한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X의 경우 경쾌한 주행 질감을 보였지만, X4 M40d는 주행 질감이 묵직하다.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준다고나 할까? 이로 인해 파주 출판단지 이후 자주 나타나는 급회전 구간과 불규칙한 노면 주행에서도 X4 M40d는 속도에 전혀 밀리거나 하지 않고, 정교한 핸들링과 코너링을 보였다.
BMW 모델을 타면서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역시 ‘차는 좋은 차를 타야한다’는 사실.
임진각에서 차량 이모저모를 살폈다.
우선 X4 M40d는 X3 30d xDrive보다 전장과 전폭이 확대되는 대신, 전고는 나아진 쿠페형을 취하면서 전체적인 이미지가 날렵하다.
여기에 BMW 패밀리룩인 전면부 키드니그릴과 보닛 위와 트렁크 도어의 엠블럼이 모두 커지면서 시원스럽다.
측면에 붙은 M 배지는 X4 M40d의 강력한 주행 성능을 대변하고 있다.
앞바퀴 폭 245㎜, 편평비 40R(100-800㎏, Y-300㎞/h), 뒷바퀴 폭 275㎜, 편평비 35R(103-875㎏, Y-300㎞/h)의 타이어를 장착한 21인치 휠 역시 X4 M40d를 타고 서킷을 달리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레이싱 경기인 포뮬러(F)1 머신과 같은 구조의 타이어를 탑재하고 있어서 이다.
전면 헤드라이트와 후미등은 대형 발광다이오드(LED)로 차량 전체에 고급감과 강력한 이미지를 마무리하고 있다.
트렁크 도어는 BMW 엠블럼을 누르면 열리고, 4대 2대 4의 2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용량을 525ℓ에서 1430ℓ까지 늘릴 수 있어 고시원 이사나 원룸 이사도 가능하다. 가운데 ‘2’ 부분만 접으면 스키 같은 긴 짐을 실을 수 있다. X4 M40d에 스키 스루가 없는 이유이다.
여기에 BMW의 모든 모델은 펑크가 나도 시속 80㎞로 달릴 수 있는 런플랫타이어를 탑재했기 때문에 스페어타이어 공간도 적재함으로 이용 가능하다.
임진각 인근 도로를 달리면서 X4 M40d의 숨어 있는 진주를 캤다.
우선 눈에 들어는 부분이 센터페시아가 운전석 쪽으로 기울여져 있다는 점이다. 주행 중 운전자의 차량 조작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BMW의 배려이다.
13인치 액정표시장치(LED)를 통해 대부분의 차량 조작이 가능하고, 변속기 옆 조그셔틀을 이용하면 운전 중에 전방 시야를 잃지 않고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푸른색 계통의 계기판과 전면 유리 헤드업디스플레이 역시 운전자의 시선을 전방으로 향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에코(2가지), 스포츠(3가지) 등 모두 6개로 상황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스포츠 모드일 경우 시승 초반 상황처럼 바리톤 엔진음을 들을 수 있으며, 에코와 컴포트 모드에서 X4 M40d는 가솔린 세단처럼 조용하다. X4 M40d의 시승기 제목을 ‘내숭 덩어리’로 한 이유이다.
2열 역시 서구화된 한국인의 체격에 맞게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X4 M40d가 쿠페이고, 전고가 낮아진 점을 감안해 2열 시트 엉덩이 부분을 깊게 팠기 때문이다.
주행 중 정차시 오토파킹 기능을 사용한 경우 브레이크를 밟으면 해제된다. 엔진룸은 운전자의 왼쪽 무릎 부분에 있는 레버를 두번 당기면 자동으로 열수 있다. ×2가 표시됐다. 일반 차량처럼 레버를 한번 당기고, 엔진룸을 열기 위해 손을 더렵혀 가면서 걸쇠를 찾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최고 출력 326마력, 최대 토크 69.4㎏·m의 직렬 6기통 3.0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으로 ℓ당 10.7㎞의 연비를 구현했다. 시승 중 평균 연비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X4 M40d 가격은 9150만 원이다.
BMW 코리아 주양예 상무는 “프리미엄(고급)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쳐, 국내 시장에서 양보다는 질로 승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