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C40은 볼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시리즈의 막내로 불린다. 다만, XC시리즈의 마지막 시승에서 느낀 점은 XC40이 장남 XC90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XC40 T4를 타고 서울 강변북로를 달려 경기도 구리를 찍고, 한강변 서울마리나를 14일 찾았다.
XC40은 XC시리즈 가운데 가장 낮은 수를 지니고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으로 착각한다. XC40 T4는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90, 60과 동급이다. 차량 특성에 맞게 차체 크기와 안전편의 사양, 가격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실제 90의 전장과 전폭, 전고, 휠베이스는 각각 4950㎜, 1960㎜, 1775㎜, 2984㎜로 XC시리즈 가운데 가장 크다. 90이 볼보의 플래그쉽 모델로 통하는 이유이다. 60은 각각 4690㎜, 1900㎜, 1660㎜, 2865㎜로 90보다 작지만 가족 차량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
반면, 40은 각각 4425㎜, 1855㎜, 1635㎜, 2679㎜로, XC시리즈 가운데 가장 작아 주로 2030세대의 엔트리카(생애 첫차)로 통한다.
국산차 가운데 가족 SUV 주로 이용되는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 2.0이 각각 4485㎜, 1855㎜, 1635㎜, 2670㎜로 XC40과 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XC40이 가족 차량으로도 큰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만난 XC40은 날렵하다. 90과 60보다 작은 차체 때문이리라.
이번 XC40의 차체 디자인은 풍부함으로 대변할 수 있다. 전면 슬롯그릴이 하단부에서 꺾이면서 전면 디자인을 풍요롭게 한다. 아울러 크롬 재질의 진공 증착한 마감재를 검은색 강화플라스틱 재질이 감싼 슬롯 그릴이 세련미도 더 하고 있다.
헤드라이트는 최근 볼보의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라이트 중앙을 오른쪽으로 90도 눕힌 ‘T’ 형상이 자리하면서 전면 디자인에 특별함을 제공하고 있다.
측면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지만, 기하학적인 스포크를 가진 19인치 알로이 휠이 XC40의 강력한 주행 성능을 말해주고 있다.
XC40의 후면 디자인에서는 다소 변화가 있다. 90과 60의 후미등이 지붕에서부터 트렁크 도어 중간까지 길게 내려오면서 다소 안쪽으로 꺽인 각각 ‘┗’과 ‘┘’ 형태이지만, 40의 좌우측 등은 각각 ‘┘’과 ‘┗’로 변했다.
트렁크 도어의 굴곡도 후면부에 풍성함을 제공한다. 크롬 재질의 하단 더블배기구는 90, 60과 동일하다.
스마트키를 갖고 1열 도어를 열자 XC시리즈의 정체성이 잘 살아있다.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뜻이다.
최근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외 고객을 흡수하기 위한 볼보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XC40이 2030세대 등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을 위한 차량인 만큼 실내 디자인이 90, 60보다 단순화 되는 등 절제미를 살렸다.
10인치에 가까운 대형 LCD(액정표시장치)는 그대로지만, 송풍구과 차량 조작버트, 크리스탈 기어 노브 등이 각각 깜찍하게 작아졌다. 90, 60과 마찬가지로 XC40의 도어내 캐치는 크롬 재질의 대형이다.
시동을 걸었다. 90과 60은 조그셔틀 방식으로 버튼을 돌려 시동을 걸었지만, 40은 버튼식이다. 역시 2.0 가솔린 터보가 정숙하다.
그만큼 XC40이 가족 차량으로 손색이 없다는 말이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사거리에서 영동대로를 잡기 전까지 테헤란로에 차량이 많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사이 XC40의 차량 좌우측 후면 사각지대에 차량이 들어오자 사이드 미러에 바깥쪽에 빨간 곡선이 만들어진다.
그러다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서 추돌 위험의 돌발 상황이 나타나자, XC40은 지체없이 경고음을 내고 스스로 급브레이크를 잡는다.
시속 50㎞ 이하로 달리다 추돌 위험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을 경우 차량 스스로 멈추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 XC40에도 실렸기 때문이다. 볼보는 기 기능을 2010년대 초부터 자사 라인업에 기본으로 적용했다.
한숨을 돌리고, 영동대교 진입 직전 시속 60㎞의 과속 감시카메라를 만났다. 90과 60이 헤드업디스플레이로 앞 유리에 노란색으로 카메라를 표시했지만, XC40은 계기판에 파란색 카메라를 띄운다. 달라진 점이다.
영동대교 빈 구간에서 속도를 올렸다.
XC40은 즉답성으로 8초 초중반의 제로백(1800rpm)에 이어 120㎞(2200rpm)를 찍었다. XC40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m의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XC40은 초반 가속에서 킥다운(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을 경우 속도는 올라가지 않고 rpm만 올라가는 현상) 없이 부드러운 가속 능력을 보였다. 볼보의 터보 엔진과 변속기 제작 기술이 세계 최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0년대 초 미국의 한 브랜드는 신형 2.0 세단에서 초중반 가속시 킥다운이 발생하자, 이듬해 연식 변경 모델부터 일본 유수의 변속기 제작 업체의 자동변속기로 교체한 바 있다. 물론, 킥다운 현상도 잡았다.
영동대교 북단에서 구리 방향으로 나갔다. 차량이 뜸하지만, 천호대교를 지나기 전까지는 곡선구간이 다소 있다.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160㎞로 올리고 회전했다. XC40 T4가 터보이면서 상시 4륜구동인 점을 고려해서 이다.
90과 60처럼 40역시 안정적이다. 4륜구동이라 오버스티어링(뒷바퀴 굴림 방식 차량의 경우 회전 구간에서 회전각에 맞게 운전대를 꺾기 전에 바퀴가 밖으로 튀어나가는 현상)이나 언더스티어링(앞바퀴 굴림 방식 차량의 경우 회전 구간에서 회전각에 맞게 운전대를 꺾기 전에 바퀴가 안쪽으로 밀리는 현상) 없이 적확하게 앞으로 전진했다.
‘역시 볼보’라는 생각이 들 찰나, 옆차가 갑작스레 끼어든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탁월한 제동 능력을 지닌 XC40이 큰 충격이나 요동이 없이 속도를 줄인다.
차는 잘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서는 게 더 중요하다.
2010년대 초 국산 2.0 SUV를 타고 서천당진고속국도 1차선을 시속 200㎞로 달리다 2차선에서 갑작스럽게 끼어든 군용 지프차와 추돌을 피하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밟은 기억이 있다.
당시 국산 SUV는 로데오 경기의 말을 탄 것처럼 심하게 좌우로 요동치고 간신히 멈췄다. 이후 ‘역시 차는 좋은 차를 타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생겼다. XC40의 제동 능력은 90, 60보다 우수하다.
XC40 T4의 경우 속도를 즐기는 2030을 위해 시속 240㎞ 까지는 무난히 올릴 수 있다. 타이어 기호는 99(775㎏ 적재 가능)V(240㎞ 주행 가능)이다. 그러면서도 2.0 터보 엔진은 수동 겸용 자동8단 변속기와 조합으로 연비 10.3㎞/ℓ(4등급)를 실현했다.
구리시 초입에서 핸들을 돌려 여의도 서울마리나를 찾았다.
돌아오는 길에 오토파일럿과 어댑티브오토컨트롤 시스템 등을 경험했다. 90, 60과 마찬가지로 운전대 왼쪽 버튼을 누르면 된다. 버튼 왼쪽 ‘◀’이 어댑티브컨트롤, ‘▶’이 오토파일럿이다.
이미 볼보가 2010년대 초부터 오토크루즈컨트롤(ACC)을 상용화 해 두 기능 모두 탁월하다.
어댑티브컨트롤로 속도를 설정하면 차량 스스로 앞차와의 간격을 좁히거나 넓히면서 전진한다. 지정체 구간에서 유용한 기능이다.
왼쪽버튼을 눌러 오토파일럿을 선택하면 직선과 회전 구간에서 차량 스스로 주행한다. 일부 업체의 자율주행 기능이 곡선과 끼어드는 차량을 인식하지 못하는 점과 판이하다.
서울마리아에 도착해 XC40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2열 레그룸은 최근 서구화된 내국인의 체형을 고려해 신장 180㎝ 이상인 탑승객에도 넉넉하다.
여기에 야외활동이 많은 운전자를 위해 2열을 6대 4로 접을 수 있게 했다. 2열을 접지 않고 스키쓰루를 이용하면 긴 짐도 무리 없이 적재 가능하다. 2열을 접으면 고시원 이사도 가능한 1600ℓ 이상의 적재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중으로 된 스키쓰루 앞부분만 내리면 2열 중앙에 팔걸이와 컵홀더 기능이 생긴다.
XC40, T4 인스크립션 4륜구동의 가격은 4620만원부터 5080만원으로 합리적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는 “볼보의 핵심 차종인 SUV 한국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XC 시리즈를 앞세워 올해 판매 1만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