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완성차 업계 ‘빅3’ 가운데 하나인 혼다는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 연간 1만대 판매를 개척한 첫 수입차 업체이다. 혼다는 한국 진출 첫해인 2004년 1475대를 판매해 업계 5위에 오른 이후 꾸준히 판매 상위 4위 안에 들었다. 그러다 한국 진출 4년만인 2008년 1만2356대로 국내 수입차 업계 1위에 올랐다.
1987년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지 21년 만이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한국 진출 각각 23년과 22년만인 2010년 1만대 판매를 돌파한 점을 고려하면 혼다 차량의 우수성을 대한민국 고객이 입증한 셈이다.
다만, 혼다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한국와 일본이 극명하게 대립한 2009년 판매에서는 전년보다 60% 넘게 줄었다. 이후 2010년대 들어 디젤 승용 차량을 앞세운 독일 브랜드의 선전으로 디젤 차량을 운용하지 않는 혼다는 매년 소폭 증감을 보이면서 업계 10위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그러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배기가스조작 사건)가 터지면서 혼다의 진가가 다시 빛을 발했다. 2017년 1만299대 판매로 9년 만에 1만대 판매를 다시 기록했으며, 업계 순위도 7위로 올랐다.
혼다는 올해 역시 상반기까지 업계 최고인 90% 중반대의 판매 신장세를 보이면서 고공행진을 지속했지만, 7월초 불거진 한일 경제 갈등으로 2009년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일 갈등은 양국에 모두 유해하다. 재계 3위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최근 “(한일 갈등으로)우리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 우리 고객, 그 뒤에 있는 고객이 다 문제가 된다”고 최근 지적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역시 가성비 좋은 차량을 우리 국민이 이용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올해 혼다의 한국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양양고속국도를 최근 달렸다.
스포츠 세단 어코드는 2008년 혼다의 한국 1만대 판매를 이끈 모델로 국내에서만 4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어코드는 1976년 출이 이후 43년간 세계 에서 2000만대 이상 팔린 혼다의 스테디셀러이다.
서울역 인근 혼다 전시장에서 만난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최근 세단 브랜드 디자인 트렌드에 충실하다. 곡선과 직선의 적절한 조화로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구현했다는 뜻이다.
어코드는 2000년대 후반 한국 출시 이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디자인을 개선해 지금에 이르렀다. 전면에서는 칸막이로 막아진 형태의 헤드라이트가 이채롭다. 아울러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최근 혼다 차량을 특징하는 혼다센싱 카메라가 번호판 아래 자리하고 있다.
측면 디자인은 물 흐르는 듯한 유려한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차체 하단을 크롬 재질의 몰딩으로 차체 후면까지 둘렀다. 측면의 ‘HYBRID’ 배지가 후면에도 자리하고 있으며, 후면에는 그 아래 ‘TOURING’ 배지가 추가로 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잘 달리는, 가족 차량에 맞춰졌다는 의미이다.
후면에서는 트렁크 도어 중간을 기점으로 갈라진 후미등이 이채롭다. 여기에 배기구를 감싼 범퍼 양끝을 크롬재질의 마감재로 처리해 세련미를 살렸다.
스마트키를 통해 운전석에 앉자 역시 혼다센싱으로 디지털화 된 차체가 눈에 들어온다. 시트는 레이싱 머신처럼 위치가 낮지만, 운전자의 체형에 맞게 조정 가능하다.
대시보드가 기울어져 있어 사라진 듯한 모습이고, 차량 기능 조작 버튼도 대거 없애면서 깔끔해졌다. 이중에서도 CVT 자동변속기가 버튼식(D 주행, N 중립, R 후진, P 주차)으로 변하면서 기어노브가 없다. 혼다센싱 때문이다. 이 기능은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저속 추종 장치(LSF),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차선 이탈 경감시스템(RDM), 오토 하이빔 등으로 이뤄지면서 안전과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시동을 걸자 전기 모터와 조화를 이룬 2.0 가솔린 엔진이 전기차처럼 정숙하다. 이 엔진은 최고 출력 145마력에 전기 모터와 합산 출력 215마력, 최대 토크 17.8㎏·m을 각각 구현했다. 배터리는 스스로 충전된다.
이 엔진은 CVT 자동변속기와 조합으로 연비 18.9㎞/ℓ, 이산화탄소 배출량 82g/㎞으로 환경 친화적이다.
서울 올림픽대로를 거쳐 서울양양고속국도를 잡았다. 가속 페달에 힘을 실자 7초대에 시속 100㎞에 도달했다. 이어 120㎞, 140㎞, 160㎞에 5초 만에 다다른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전기차와 가솔린차의 특성을 모두 지니면서 초중반 가속성이 탁월하다. 운전을 즐기는 고객에게 rpm 계기판이 없다는 게 좀 아쉬운 부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운전 중에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놓았다. 여느 차량처럼 소음이 다소 커지면서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연료 소비를 최적화하는 에코 모드와 전기차 모드는 달리는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아울러 8인치 모니터의 내비게이션으로는 차량 조작이 가능하고 길 안내, 교통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모니터는 후진시 전후방 차량 주변을 투영한다.
시속 80㎞로 달리면서 자율주행 기능과 오토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적용했다. 혼다센싱이 차선과 주변 차량을 인식해 직선 주로를 비롯해 곡선 주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능력을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모니터에서는 주변 물체에 대한 경고도 낸다.
변속은 운전대에 있는 날개로 10단까지 올릴 수 있다. 수동변속기의 손맛을 다소나마 달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양양고속국도는 상대적으로 곡선 구간이 많다. 이들 구간을 시속 150㎞로 돌았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전륜구동이면서 전륜구동 같지 않은 경쾌한 핸들링과 정교한 코너링으로 급회전 구간을 돌았다. 운전을 즐기는 운전자들은 회전 구간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직선 구간처럼 달릴 수 있다. 혼다 하이브리드는 세단이라 승차감 역시 흠 잡을 데 없다.
화도 IC에서 모란공원으로 들어서기 위해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틀었다. 오른쪽 사이드 미러에 장착된 카메라가 회전 방향 부근을 모니터에 비춘다. 통상 차량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릴 때 운전자가 A필러(맨앞 차량 기둥)로 시야을 잃는 점을 감안한 안전 조치이다.
모란공원에서 차량을 살폈다.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않자, 차량이 음성으로 주차브레이크를 작동하라고 알린다. 시동을 끄지 않으면 사이드미러도 접히지 않는다.
혼다 하이브리드에는 전자식 주차브레이크와 함께 브레이크 홀더가 있다. 브레이크 홀더는 정차시 별도의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않아도 되며, 경사로에서도 유용하다. 브레이크 홀더는 시동을 걸고 기어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해제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투어링 차량이라 적재 공간도 풍부하다. 기본 트렁크 용량이 473ℓ지만, 2열을 접을 경우 야외 활동을 위한이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2열 접이 기능은 트렁크 도어 하단에 있는 레버를 당기면 된다. 경쟁 모델보다 한결 편리하다.
트렁크에는 여분의 타이어가 없는 대신, 펑크 수리킷이 들어있다.
혼다 어코드의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470만원이며, 국내에서는 1.5 가솔린 터보(3690만원), 2.0 가솔린 터보 스포츠(4230만원) 등도 판매된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에 선보이는 혼다 차량에는 혼다센싱 등 최첨단 안전편의 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해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고품질의 차량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혼다는 올해 1∼8월 한국에서 629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4352대)보다 44.5% 판매가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성장세는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