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식상한 고객들이 늘면서, 하반기 들어 중형 세단이 주목받고 있다.
제네시스 G70 터보와 르노삼성의 신형 SM6, 볼보의 신형 S60 등이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그동안 닛산의 한국 성장을 견인한 알티마 역시 국내 고객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다만, 최근 한일간의 갈등으로 알티마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1987년 국내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이후 시장 개방 초기에는 수입차 고객이 매국노로 치부됐다. 일반인들이 주차된 벤츠 차량에 돌을 던지거나, 못 등으로 흠집을 내는 일이 다반사.
현재 세계는 지구촌 시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자유무역(FTA) 영토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다. 가성비 좋은 차를 국가 갈등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손해이다.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판매 증가를 어떻게 설명할까?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는 부유층이 여전히 렉서스를 구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7월부터 혼다, 닛산, 도요타 등 대중브랜드의 판매 급감은 사회 눈치를 보는 중산층 구매자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국내 고객에게 정확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SL)를 최근 시승했다.
알티마는 닛산의 한국 시장 개척을 주도한 모델이다. 닛산이 2008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2010년 알티마의 선전으로 3524대를 판매해 단숨에 국내 수입차 업계 8위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어 닛산은 2014년 4411대, 2015년 5737대, 2017년 6285대 등 꾸준한 한국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요 수입차 업체로 자리했다.
그 뒤에는 고급 세단 브랜드 알티마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트림은 대형인 2.5가 아닌 국내 가장 시장성이 넓은 중형인 2.0 가솔린 터보이다.
이 모델의 차량 가격은 4140만원으로 차량에 탑재된 안전편의 사양을 고려하면 알티마가 제네시스 G70 2.0 가솔린 터보(3701~4251만원)와 견주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완전 변경된 6세대 신형 알티마의 2.0 가솔린 터보는 최고 출력 252마력, 최대 토크 38.7 ㎏·m의 강력한 성능과 함께 연비 역시 3등급(12.2㎞/ℓ)을 구현했다. 닛산이 세계 최초로 개발과 양산에 성공한 2.0 터보 가변 압축비 엔진을 가진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는 주행 상황에 따라 압축비를 조절한다.
이는 252~255마력, 36㎏·m에 4등급(10.4~10.7㎞/ℓ)인 제네시스 가솔린 터보와 견주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알티마를 타고 서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는 각각 달렸다.
서울 역삼동에서 만난 2.0 알티마는 한국 진출 당시 디자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전장이 25㎜ 확대된 4900㎜, 전고는 25㎜ 높아진 1445㎜, 전폭은 25㎜ 넓어진 1855㎜로 안정적이고 날렵한 스포츠 세단으로 변모했다.
휠베이스 역시 50㎜ 증가한 2825㎜로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최근 스포츠 세단으로 야외 활동을 즐기는 고객을 고려한 것이다.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의 인테리어 역시 깔끔하다.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진 대시보드와 절제미를 살린 센터페시아, 단순해진 계기판, 7인치 LCD(액정표시장치) 등 전체적으로 단순미를 살렸다. 무채색의 가죽 시트는 착좌감이 탁월하고, 크롬과 원목 마감재, 가죽 스티치 처리 등은 실내에 고급감을 선사한다.
원격으로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의 시동을 걸었다. 이 기능은 추운 겨울철에 유용하다.
가솔린 엔진이 매우 정숙하다. 2010년대 초중반 인기를 끈 디젤 세단이 퇴보하고, 가솔린 엔진이 친환경으로 최근 부상하자 닛산이 흡읍재와 방음재를 대거 적용한데 따른 것이다.
영동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 일산 방향을 잡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차량이 뜸한 곳에서 속도를 높이자,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는 7초만에 100㎞에 도달했다. 1800rpm에서이다. 이어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는 120㎞에 2200rpm, 140㎞에 2600rpm, 160㎞에 3000rpm으로 빠른 응답성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는 수막 현상을 보이지 않고 4륜구동 차량처럼 정교한 코너링과 핸들링을 구사했다.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는 전륜구동이지만, 통상 전륜구동 차량이 고속에서 나타내는 언더스티어링(차량이 속도에 밀려 운전대를 꺽는 것보다 바퀴가 확 꺽이는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 같은 스포츠 세단의 성능에는 폭 235㎜, 편평비 40%의 타이어를 가진 19인치 알로이 휠 역시 기여하고 있다.
마일과 ㎞가 함께 표기된 계기판이 260㎞인 점과 타이의 속도 기호 V(240㎞)를 감안하면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의 최고 속도는 240㎞ 이상으로 추정된다.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는 단순미를 강조하기 위해 추돌 경고, 사각지대 경고, 차선이탈 경고, 차량 소모품 교체 경고 등 안전편의 사양도 중요한 기능만을 갖췄다.
이들 기능은 계기판에 빨간 표시로 나타나고,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가 추돌 직전까지 갈 경우 계기판 상단에 빨간색으로 경고를 낸다.
아울러 차선을 이탈할 경우 운전대가 울린다. 촤우측 뒤쪽 사각지대에 차량이 들어오면, 사이드 미러가 위치한 실내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가 경쟁 차량보다 직관적으로 안전 사양을 구현한 것이다.
주행 중 오토 홀드 기능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변속기 하단에 자리한 오토 홀드 기능 단추를 누르면 정차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해제되며, 다시 멈출 경우 브레이크를 깊숙히 밟아야 기능이 발휘된다.
아울러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는 동급 최대인 10개의 에어백과 보행자 움직임을 감지하는 인텔리전트 비상 브레이크, 인텔리전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 차간거리 제어, 운전자 주의 경보 시스템 등도 지녔다.
동승석 에어백 작동 버튼도 센터페시아에 있다. 역시 경쟁 차종이 조수석 도어 부분에 숨긴 점과는 다르다. 휴대폰 수납함 역시 경쟁 차종보다 넓다. 최근 스마트 폰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알티마 2.0 가솔린 터보의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탁월한 성량을 제공하며, 용량 436ℓ의 트렁크는 골프가방 3개와 2개의 소형 캐리어을 실을 수 있어 야외 활동에 큰 무리가 없다.
트렁크에는 여분의 템퍼러리 타이어와 비상 삼각대, 수리킷(자킷) 등이 있다.
한국닛산 허성중 대표는 “신형 알티마는 닛산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력이 총집약된 닛산의 대표 중형 세단”이라며 “신형 알티마로 중형 세단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고, 수입 세단 시장의 부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일 갈등과 관련, “우리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 우리 고객, 그 뒤에 있는 고객이 다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업통상자원부는 “(한일 경제 갈등으로) 우리보다 일본 경제가 9배 더 손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