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착좌감과 운전대를 쥐었을 때 감촉은 좋았다. 아이오닉 5는 시트와 도어 트림, 경음기 등 일부에 페트병을 갈아 만든 원단과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천연소재를 사용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지만 기존 가죽이나 플라스틱 느낌보다 더 좋았다.
본격적인 운행을 위해 차량 시동이 걸렸는지 확인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소리를 듣고 시동 여부를 알 수 있지만 전기차는 엔진이 동작할 때 진동과 소음이 없어 계기판을 반드시 봐야 한다.
아이오닉 5의 컬럼식 변속기는 레버를 위아래로 올렸다 내리지 않고 돌리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거의 같은 위치에 있는 와이퍼 작동 레버와 혼동할 일은 없을 듯하다. 레버를 아래로 한 번 돌려 드라이브(D) 모드로 놓았다.
기자가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자 주차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풀리면서 차량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전기차를 처음 타면 가속 페달을 얼마나 깊이 밟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데 아이오닉 5는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주행 질감은 내연기관차 같이 익숙하면서도 전기차 특유의 빠른 가속감과 응답성을 조화롭게 살려냈다.
딱히 흠 잡을 구석이 없었다.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정직하게 속력을 내면서 추월을 할 때에는 민첩하게 치고 나갔다.
시승 차량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델 후륜구동(2WD)의 최고출력은 217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비슷한 크기임을 생각하면 적당한 수준이다.
앞바퀴에도 모터를 탑재한 사륜구동(AWD)은 최고출력 305마력, 최대토크 61.7kg·m다. AWD는 한층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자가 차선을 바꾸기 위해 방향지시등을 켜고 좌우 사이드 미러로 고개를 돌렸는데 거울이 없다. 순간 '아차' 싶었다. 아이오닉 5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탑재해 거울 대신 카메라와 좌우에 따로 마련된 디스플레이로 옆 차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적응하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했다. 일반 거울보다 사각지대가 많이 줄어든 점은 분명 장점이지만 뒷 차와 간격을 한 번에 감지하기 어려웠다. 측면 디스플레이에는 녹색, 황색, 적색 안내선이 함께 표시돼 차간 거리 파악을 도왔다.
[시승기] 현대차 아이오닉 5 등장에 "테슬라 천하 끝"
이미지 확대보기아이오닉 5가 서울 강동구 현대자동차 전기차 충전소 'EV 스테이션 강동'에서 충전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 소음·승차감 '합격점', 주행거리 논란 잠재워
아이오닉 5는 전기차 답게 조용했다.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람 소리나 노면 소음이 부각되기 마련이지만 도심 규정속도인 시속 50km 부근까지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만 잔잔하게 들렸다.
시속 100km 이상 고속 주행을 할 때에는 소음이 확연히 들렸다. 엔진음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약간 낫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출시 이후 논란이 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실전에서는 크게 아쉬움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델은 72.6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했다. 롱레인지 2WD 프레스티지 트림(등급) 기준 복합 주행거리는 401km(도심 446km, 고속도로 345km)다. 소비자들이 기대한 500km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기도 빠듯했다.
해당 트림의 복합 전비는 km당 4.9kWh다.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을 통해 확인한 전비는 그보다 훨씬 높은 km당 7kWh 후반이었다. 기온과 운전 습관 등에 따라 제원 표상 주행거리보다 얼마든지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의견이 분분한 주행거리를 제외하고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통해 미국 전기차 테슬라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주행거리에 관한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테슬라를 염두에 둔 듯 모델 3나 모델 Y보다 낮게 책정됐다. 아이오닉 5 롱레인지 2WD는 세제 혜택 적용 후 ▲익스클루시브 4980만 원 ▲프레스티지 5455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