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초에 모습을 드러낸 쌍용자동차 부분 변경 모델 '렉스턴 스포츠 칸'을 기자가 하루 동안 약 300㎞를 시승하고 내린 결론이다.
이제 도로 위에서 뒤에 짐칸이 딸린 '픽업트럭'을 보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광경이 아니다. 소수들의 전유물이었던 이 차종은 이제 레저용 차량, 패밀리용 차량 등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조선 픽업트럭'이라 불리는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 최신형을 20일 직접 만났다.
시승을 하기 위해 제공 받은 신형 렉스턴 스포츠 칸은 멀리 에서 봐도 웅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쟁 모델은 한국지엠 쉐보레 '콜로라도'와 포드 '레인저' 등과 같은 수입 픽업 트럭이다.
◇굵직굵직한 선과 존재감 자랑하는 크기
처음 마주한 신형 렉스턴 스포츠 칸은 쌍용차가 추구하는 디자인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쌍용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중형 SUV '코란도', 대형 SUV '렉스턴'에서 목격할 수 있는 과감한 디자인이 렉스턴 스포츠 칸에서도 그대로 연출됐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렉스턴 스포츠 칸이 주는 남다름이 있었다.
기존 모델에는 그릴(공기흡입구)이 차량 전면부 상단에 자리를 잡아 답답함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신형 렉스턴 스포츠 칸은 그릴 크기를 위아래로 대폭 늘려 강인한 인상을 줬다.
또한 차량 전면에 크게 새겨진 브랜드 로고 '칸(KHAN)'은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두껍게 자리 잡은 크롬 장식도 차량 성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측면으로 눈을 돌리면 차 길이가 5.4m에 달해 차량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큼직하게 자리 잡은 오프 로드(비포장도로)용 쿠퍼 타이어는 렉스턴 스포츠 칸이 오프로더에 특화된 차량임을 뽐냈다.
웅장한 타이어와 함께 앞뒤 펜더(바퀴 윗부분)를 다크 플라스틱으로 마감한 점도 눈에 띄었다. 또한 고정식(오프로드) 사이드 스텝 등은 픽업 트럭 다운 웅장함까지 드러냈다.
이에 비해 차량 후면은 단조로웠다. 거대한 그릴과 크롬으로 마무리한 전면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리어램프(후미등)는 양쪽 끝에 위치했고 그 사이에 칸(KHAN) 레터링을 새겨 존재감을 과시한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또한 번호판 양옆을 크롬으로 마감해 두드러지게 한 점도 특징이다.
◇편의성 강조한 부드러운 감성
차량 외관은 강렬했지만 실내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렉스턴 스포츠 칸 실내는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기판은 풀 디지털이 아닌 오프로드 감성에 맞춘 7인치 디스플레이가 중앙에 자리를 잡아 이를 중심으로 양쪽에는 바늘식 계기판이 설치됐다.
스티어링 휠 크기와 두께는 비교적 적당한 편이었다. 중앙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패널 부분) 구성은 깔끔했다. 센테페시아 위에는 9.2인치 고화질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와 안드로이드(Android) 오토 등 커넥티드(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제공해 투박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픽업트럭에 나름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 가운데 재미있는 부분은 센터페시아 최상단에 ‘팝업 스피커’를 설치해 실내 장식에 신경을 썼다는 점이다.
운전석을 포함하는 1열 공간은 여유로웠다. 차 길이와 너비는 각각 5405mm, ,1950mm로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수입 픽업 트럭보다 길고 넓었다.
2열 공간은 패밀리카로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 공간을 갖췄다. 차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축간 거리는 3210mm로 대형 SUV를 압도했다. 이에 따라 렉스턴 스포츠 칸 뒷좌석에 앉았을 때도 부드러운 시트 감각은 탑승객에게 좋은 승차감을 줬다. 머리 공간과 어깨 공간, 무릎 공간도 넉넉했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픽업 트럭으로 적재공간 또한 차량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적재 공간은 1286L로 큰 짐 몇 개는 거뜬하게 실을 수 있어 유틸리티 차량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이를 통해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차량 이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 중 하나다.
◇187마력과 42.8kg.m 성능으로 주행성능 '엄지 척'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은 표기된 수치로만 평가되기에는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 모델에 탑재된 엔진은 2.2L e-XDi220 LET 디젤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강력한 성능과 효율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2.8kgf·m의 성능도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서스펜션(현가장치)은 '5링크'로 뒷좌석 승차감까지 신경을 쓴 점이 눈에 띄었다.
기자는 운전석 문을 열고 운전대를 잡았다. SUV답게 전·측방 시야가 탁월했다. 운전대 크기는 차량 크기 대비 적절했으며 시트 착좌감도 운전자 몸을 잘 감싸 안정감을 더했다.
기어 시프트 레버를 당기고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느껴지는 초반 가속감은 놀라웠다. 디젤 엔진 특유의 초반 가속감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가 차량 가속에 따른 부드러운 승차감을 줬다.
시승차로 받은 모델은 오프로드용 타이어와 휠을 비롯한 다이내믹 패키지, 거대한 액세서리 등이 갖춰져 주행에 따른 소음이 크고 승차감이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고속 주행에서도 탄탄한 주행 감각과 부드러운 승차감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다만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곳을 지날 때나 과속방지턱, 요철 등 장애물을 넘어갈 때 차량 흔들림이 다소 느껴졌지만 크게 신경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이는 신형 렉스턴 스포츠 칸이 얼마나 잘 만들어 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티어링 휠 감각 역시 차량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 기자가 탄 차량이 코너 구간에 진입했지만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에 불안정한 노면에도 코너링이 안정적이었다. 험로에서 운전에 자신감을 내게 만들었다.
신형 렉스턴 스포츠 칸은 시내 주행을 벗어나 고속 주행에서도 탄탄한 승차감을 뽐냈다. 다만 이 차량에서 느낀 아쉬운 점은 소음이었다. 기자가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자 디젤차 특유의 배기음 소리가 창문 너머로 귀에 들려왔다. 특히 2열 뒤쪽 짐 칸에서 들어오는 풍절음(바람소음)은 귀에 거슬렸다.
차량 연비는 복합 기준 L당 10km로 효율적이었다. 도심과 고속 연비는 L당 각각 9.1km와 11.3km로 준수했다. 주행모드는 에코와 스포츠 두 가지다.
렉스턴 스포츠 칸이 제시한 승차감과 주행 감각은 기존 쌍용차가 추구해온 '투박하고 거친 느낌'과는 크게 달랐다. 드러운 승차감과 안정감 있는 주행 감각은 엄지를 들 만큼 만족감이 컸다.
이 모델은 쌍용차가 꿈꾸는 '미래'를 고스란히 담았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픽업트럭의 높은 실용성 그리고 다양한 편의 장비까지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