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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마니아들의 안식처,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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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시승기] 마니아들의 안식처,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빠른 가속에 걸맞은 제동력, 스포츠 세단의 정석
왜건의 실용성보다는 운전 즐거움과 멋스러움 강조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2-09-29 09:51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주행컷 사진=제네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주행컷 사진=제네시스
왜건 마니아에게 왜건의 장점을 꼽으라면 열 손가락으로는 모자란다. 반대로 일반인에게 왜건이 왜 싫냐고 묻는다면 한 가지 이유밖에 없을 거 같다. 약간 더 더해지는 실용성으로 멋이 손해 본다는 것.

구시대적 발상이다. 오프로더에서 SUV가 벗어났듯 이제는 왜건도 세단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다. 제네시스의 GV70 슈팅브레이크가 그 고정관념을 깨뜨려줄 수 있다. 한 멋 하는 디자인과 뛰어난 퍼포먼스, 그리고 프리미엄 라이벌들과 맞붙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가격표가 그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흔히들 왜건은 실용성이 강조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일부분일 뿐이다. 실제 공간활용도가 높기는 하지만, 사실 왜건은 세단과 비교해 기술적인 차이와 더불어 주행 감성에도 다른 점이 있다. 제원상 차체가 40kg이 더 무겁다 보니 무게 중심이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진 무게 중심은 가속 성능과 코너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운전석에 앉아 우렁찬 엔진음을 켜고 G70 슈팅브레이크의 스티어링 휠을 쥐어 보면 왠지 모를 질주 본능이 되살아난다. 물론, 차체의 크기나 내부 인테리어, 파워트레인 구성 등 주행질감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세단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다른 부분이라면 뒷 공간이 더 넓게 잡혀 있다는 것 뿐이다.

세단과 왜건의 성격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지 유려하게 흐르는 차체의 실루엣과 약간의 무게 중심 차이 때문이다. 차량 후면에 붙은 스포일러가 이 차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여기에 쫀득하게 뿜어져 나오는 토크 질감은 질주 본능에 촉매 역할을 한다. 이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으로 똘똘 뭉친, 이 차의 직접적 라이벌 BMW 3시리즈 디젤 투어링 모델과도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인테리어 사진=제네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인테리어 사진=제네시스

실제 제원 역시 인상적이다.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자동 8단의 변속기를 통해 최고출력 252마력, 3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특히, 최대토크 영역이 저회전 구역에서도 발휘되니 디젤 엔진이 부럽지 않다. 가속 시점에서는 터보렉이 다소 발견되나 지속적이진 않다. 간혹 가벼운 딸꾹질을 하듯 금세 지나가는 일이다.

가속이든 제동이든 머뭇거림은 없다. 가속 페달에 발을 갖다 대면 원하는 만큼 달릴 수 있다. 발끝에서는 휠에 타이트 하게 달라붙는 액슬의 느낌이 전달되며 제동을 걸 때는 브레이크 패드가 디스크에 곧바로 달라붙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다만, 일상에서 크게 눈치챌 정도는 아니지만,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면 변속 충격은 미세하게 느껴진다.

핸들링도 정확도가 꽤 높다. 산길 와인딩 코스를 달려볼 기회는 없었지만, 넓은 차선을 빠르게 넘나들 때도 원하는 궤적을 그려나간다. 낮은 차체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고급스러운 버킷 시트는 꽤 애정이 어린 손길로 운전자를 떠받쳐준다.

변속기 레버 아래쪽에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네 가지 주행모드를 기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있는 데 각 모드마다 성향이 조금씩 다르지만, 상대적으로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의 감도는 아니다. 에코 모드에서도 과격한 질주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거꾸로 스포츠 모드에서 컴포트 모드로 내려올 때는 긴장을 풀라는 듯 허리춤을 꽉 쥐고 있던 스마트한 버킷 시트는 측면 지지대의 힘을 뺀다. 의외의 관심에 살짝 놀라는 순간이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후광을 받았다. 미운털 박힌 왜건이지만 금수저로 태어난 셈이다. 그걸로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아무리 잘 만든 왜건이라도 보급형 브랜드에서 나오면 인기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4310만 원부터 시작한다. 볼보 V60을 포함해 라이벌 모델들과는 1000만원 정도의 가격차를 보인다.

물론 차체는 이들보다 조금 작게 느껴진다. 특히, 뒷좌석은 머리와 무릎 공간이 협소하다. 반올림으로 180cm인 기자의 키로는 장거리 여행에 갑갑함이 느껴질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로 개방감을 더했지만, 여전히 가운데 좌석은 4인승 차 그 이상이 되지는 못한다.

예전 국산 왜건들은 그저 그런 파생 모델 수준으로 만들다 보니 상품성이 떨어져 짐차로 전락한 경우다. 포니 픽업이나 왜건, 누비라 왜건, i40 왜건 등을 예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제는 그 이미지들이 지금의 선입견이 됐다.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측면 사진=제네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측면 사진=제네시스

사실 G70 슈팅브레이크가 유럽 전략형 모델로 처음 공개됐을 때 큰 아쉬움과 함께 작은 희망도 싹텄다. 울산 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모델이니 국내에도 나오지 않을까 해서다. 다만, 보통 해외 전략형 모델들은 국내 출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터라 더 이상의 기대는 희망 고문과도 같았다.

이런 바람들이 모여 현대차 제품 담당자의 마음에 와닿지 않았나 싶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지난 7월 국내 출시를 공식적으로 알리며 본격적인 판매에 접어들었다. 제네시스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애초에 글로벌 모델로 개발했고 국내 출시를 알맞은 시기를 고민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G70 슈팅브레이크가 국내 출시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어쩌나, 이 차는 여전히 소수만이 바라던 차였고 대대적인 시승행사와 광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은 크게 끌어내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 차의 국내 출시 목적은 왜건 불모지에 대한 인식 전환과 브랜드 라인업 모델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니까.

자동차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는 직접 한 번 타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내 몸에 착 달라붙는 수트처럼 각자에게 어울리는 차가 있기 마련이다. 구매 전 시승은 필수가 돼야 한다는 이유가 바탕에 깔려있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드라이빙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차다. 색바랜 잎이 떨어지면 가을을 느끼듯 이제는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밟아보면 전기차에 느낄 수 없었던 감성을 찾을 수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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