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차 ‘푸조’는 이 시장에서 평가절하된 대표적 브랜드 중 하나다. 특히, 편의 장비의 어색함이 최대의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트랜드에 맞춰가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고집하던 수동식 시트 조절 레버가 전동식으로 바뀐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세련돼 보이는 스티어링 휠, 그 너머에는 마음에 쏙 드는 깔끔한 디지털 계기판이 자리하고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대신하며 그래픽도 상당한 수준이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크지 않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이 보이고 그 아래 토글 스위치가 푸조 인테리어의 특징으로, 장점으로 자태를 뽐낸다. 전반적으로 사용에 익숙해지기만 하다면 흠잡을 데 없이 멋진 모습이 될 거 같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차들이 있다. 푸조 차가 특히 그렇다. 처음에는 독특한 캐릭터에 부담을 느낄 수 있으나 자꾸 보다 보면 상대적으로 큰 만족감이 따른다. 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다수가 좋아하는 디자인이라는 건 사실이다.
실내 공간은 부족함이 없다. 5008 SUV에서 뛰어난 활용성을 먼저 확인했던 터라 3008 SUV 모델이 평범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520ℓ를 기본으로 최대 1482ℓ까지 확장되는 공간은 꽤 쓸모가 있다. 직물과 가죽, 스웨이드 등의 다양한 소재를 골고루 섞어 인테리어를 꾸몄다는 점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시승차는 3008 SUV 1.2 퓨어텍 GT 모델이다. 디자인 설명하며 3008 SUV를 특정하지 않은 이유는 브랜드 라인업 대부분이 강렬한 인상의 패밀리룩을 잘 따르고 있어서다. 형님 모델인 5008 SUV와도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으며, 아우인 2008 SUV 모델과도 많이 닮았다. 원한다면 가족 구성원에 맞춰 크기만 결정하면 된다. 실내뿐만 아니라 외관도 마찬가지라 큰 갈등이 없을 것이다. 차체의 크기가 다를 뿐 스포티한 느낌의 이미지는 여전하다.
하지만, 각각의 차들이 가지는 주행 성능에는 차이가 있다. 푸조가 전면에 내세우는 1.2 퓨어텍 가솔린 엔진에 대해 걱정이 많다. 배기량이 적다는 것. 하지만, 실제 타보면 퍼포먼스에 부족함이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5008에서는 글쎄다). 특히, 크지 않은 사이즈에 해치백 느낌이 물씬 드는 3008 SUV 모델이라면 더 그렇다. 허용 범위가 넓은 23.5kg·m의 최대토크에 빈틈없이 넘어가는 8단 자동변속기로 민첩한 주행을 맛깔나게 선보인다. 물론, 핫해치만큼 인상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스트레스 없는 빠른 반응 덕분에 일반적인 가솔린 세단에서보다는 운전 재미가 더 있는 편이다. 부족함이 없는 퍼포먼스에 뛰어난 연비 효율성은 이 차의 큰 장점이다. 1.2 엔진의 경우가 12.2km/ℓ의 공인연비를 기록하는 데, 여차하면 500만원 정도를 더 들여 1.5 블루텍 디젤 엔진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디젤 모델은 15.8km/ℓ가 공인연비지만, 탈 때마다 증가하는 놀라는 기록을 보여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솔린 모델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3008 SUV의 또 한가지 특이점은 다양한 주행모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표준, 에코, 스포츠를 기본으로 샌드, 머드, 스노우 모드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이들의 차이를 몸소 체험하긴 힘들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험로에서의 주행에 어느 정도 신경을 썼다는 점은 확실히 높이 살만하다. 실제 눈길 주행을 해보니 은근 자신감도 생겼다. 푸조는 이를 두고 어드밴스드 그립 컨트롤(Advanced Grip Control)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표지판 인식,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기본적으로 포함된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잘 갖춰져 있다. 싸지 않은 찻값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을 수도 있지만, 몇 가지 기능이 빠진 기본형 알뤼르 모델보다는 선호도가 높으니 돈값은 충분히 한다는 생각이다.
마른 노면, 둔덕이나 굴곡이 심한 회전 구간도 어느 정도 딱딱한 하체의 느낌을 전달하며 안정적으로 넘어간다. 승차감에서는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않거나 그 이상으로 좋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주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면 산길이나 국도 등의 와인딩 코스에서는 조향의 정확성이 조금 더 요구된다.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원하는 만큼 차가 따라오지 않는 언더스티어 경향이 살짝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미세한 차이이며 일상주행에 불편함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런 언더나 오버스티어 경향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포함 대부분 차에 크고 작게 발견할 수 있다. 너무 정확한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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