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시승한 차는 8세대 부분변경 모델 ‘쏘나타 디 엣지’다. 원하는 안 원하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가지리 않고 이 차의 승차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택시 대표 모델이라서다. 기사들의 눈은 정확하다. 그들은 승차감, 가성비, 퍼포먼스 모두 두루 갖춘 차를 원한다. 그만큼 쏘나타가 짊어진 무게도 무겁다. 무난함이 현대차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단의 인기가 줄어드는 지금, 이미지 쇄신 혹은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관심을 끌만 한 뭔가다.
현대차는 지난 11일 하남서 가평까지 달려보는 짧은 시승행사를 마련했다. 차는 쏘나타 디 엣지 2.5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 N라인을 출발점에, 돌아오는 길에 탈 1.6 엔진 일반형 모델이 준비됐다. 명암이 짙은 두 차의 차이점을 느껴보라는 의도일 것이다. 이날 하이브리드 모델은 나오지 않았다. 주인공은 항상 나중에 나오는 법. 그랜저 때도 그랬지만, 미디어 반응은 HEV 쪽으로 기울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시대라서가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2.5, 1.6 모델 역시 모든 면에서 기대 이상이다. 애초 기대가 적어서 일 수도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타보는 쏘나타라 변화의 체감도도 컸다. 특히, N라인 모델은 안정적이고 빨랐다. 그냥 빠른 정도가 아니다. BMW가 추구하는 ‘역동성’에 슬쩍 끼워놔도 모를 정도다. 노멀 주행모드에서도 답답하지 않지만,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달리고 싶은 욕구가 차오른다. 290마력에 이르는 최고출력, 43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살펴보게 되는 시점이다.
프리미엄 차들과 약간 다른 게 있다면 고속 안정성이다. 살짝 부족함을 발견했다. 매우 빠르게 고속에 이르지만,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은 살짝 불안해진다. 차선을 옮길 때 드러난다. 하지만, 욕심을 너무 부려서일지도 모르겠다. 차 가격이 3700만원. 이정도 성능이라면 대부분 운전자는 5000만원 이상의 차로 생각한다. 눈높이를 낮추면 오히려 N라인은 가성비 출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제동 능력과 엮어봐도 밸런스에 흐트러짐은 없다. 정숙성은 일단 뒷전이다.
1.6 모델로 갈아타면서 N라인의 퍼포먼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 역시는 역시다라고 생각했지만, 총알택시 기준으로 본다면 능력치는 차고 넘친다. 물론 LPG 모델은 또 다른 이야기니 승차감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스마트스트림 1.6 가솔린 터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는 27.0kg·m를 발휘한다. 카달로그에서 볼 수 있는 2.0 가솔린, 2.0 LPG보다 출력·토크 수치는 더 높다. 그러면서도 연비(3등급 13.5km/L)까지 높으니 아마 수요가 몰리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하이브리드 모델은 19.4km/L의 연비다.
승차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주성이다. 달릴 때든 멈출 때든 실내 공간에 정적인 아우라가 흘러야 한다. 휴식과 같은 시간을 방해하는 노면 충격, 소음 유입은 승차감에 치명적이다. 1.6 모델은 이 부분을 잘 다스렸다. 시속 100km 이하에서는 매우 정숙하고 가속도 제동도 부드럽게 이뤄진다. 손님이 타고 있지 않다면 운전의 재미를 볼 수 있을 만큼 스포츠 모드의 역동성도 꽤 좋은 값에 살 수 있다. 다만, 살짝 불안한 고속 안정성은 N라인 모델보다 이른 속도에서 찾아온다는 것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게 다 좋아야 하지만, 이 차의 수요는 경제성에 몰린다. 차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이 타깃층에서 무리한 가격표는 수용이 안 된다. 그랜저와는 다르다. 1.6 모델 시작 가격 2840만원부터 3590만원, N라인은 3690만원부터 3623만원까지인데,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함정은 2.0 모델이 기본이며 1.6 스마트스트림은 68만원의 선택지로 돌려놨다는 것. N라인의 2.5 엔진은 270만원의 옵션으로 제공된다. 1.6 N라인도 선택할 수 있지만, 시승 후 느낌으로는 그럴 일은 드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