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콰트로라는 말이 어색하다. 자고로 ‘콰트로’라면 아우디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데, 그런 훌륭한 네바퀴굴림 시스템 덕분에 정숙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전동화를 품은 아우디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시승에 임하는 자세에도 다른 시각이 필요했다. 그동안 디젤 엔진으로 대표됐던 A6, A7인 만큼 하이브리드라는 낯선 말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번에 시승한 더 뉴 아우디 A7 55 TFSI e 콰트로는 2.0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에 전기 모터를 더해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는 51.0㎏·m를 발휘한다. 넘치는 힘을 내면서도 내색하지 않는다. 따로 떼어 놓으면 엔진은 252마력에 37.7㎏·m 토크를, 모터는 142마력, 35.7㎏·m의 토크를 낸다. 가솔린 55 TFSI 모델과 비교하면 더 강력한 퍼포먼스에 더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거의 50㎞에 이른다.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콰트로의 주행 감성에 더해 효율성까지 갖췄다는 것은 아우디 콰트로 추종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순수 전기차의 불편함 때문에 선뜻 e-트론을 선택하지 못했던 고객들, 아직 매력적인 A7의 주행 감성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재구매를 고려하는 고객들에게는 유일무이한 차가 된다.
최근 들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전기차 과도기의 문제점들을 상쇄할 수 있어서다. 깐깐한 규제를 피할 수 있으며, 마음 놓고 전국을 누빌 수 있는 충분한 주행 거리를 제공해서다. 거기다 플러스, 시승차를 타고 짐짓 놀랐던 점은 정숙성을 특징으로 하는 승차감이다.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달리는데다 거친 노면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출중했다. 전자식 댐핑 컨트롤 덕분이다. 물론 무게감을 위한 선택이니 당연할 수도 있는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지는 않는 ‘적정 수준’이다.
이 적정 수준이라는 건 아우디 콰트로 세단만의 밸런스를 잘 맞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핸들링에서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무게를 추가하며 자칫 무너질 수 있는 균형을 바로잡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비록 14kWh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갔지만, 오히려 무게 중심은 조금 더 낮아진 듯 핸들링은 더 좋아진 느낌이다. 불편한 점은 없지만, 제동할 때 거리감은 조금 더 느껴지는 편이다. 콰트로의 활약은 여전하다. 과격하게 들어가는 와인딩에서는 접지력이 역시 발군의 재주를 발휘한다. 참고로 타이어는 255/40 20인치를 신고 있다. 기존 45 TDI와 같은 사이즈임에도 좀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인상적이다.
더 뉴 아우디 A7 TFSI e 콰트로는 국내 도입되는 아우디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미 꾸준히 진행해온 프로젝트가 한국 도로에서도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아우디는 순수 전기차인 e-트론에 집중한 나머지 하이브리드에 소홀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부터 유럽에서는 A6와 A8 모델에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해 판매했다.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만큼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기존 TDI와 TFSI 모델과 비슷한 9985만원의 가격표를 붙였기 때문이다.
이 가격이 의미하는 것은 크다. 아우디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세단인 A7 라인업에서 PHEV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뜻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조만간 A6 e-트론 모델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라인업이 갖춰지면 경쟁력은 확장된 전동화 전략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