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신차가 없어 주눅 든 르노코리아다. 하지만 믿음직한 QM6 형님과 열정 넘치는 XM3 동생이 회사 실적을 잘 견인해 나가고 있다. 다만, 이들 디자인이 올드한 느낌이 있어 평가절하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분명한 건 XM3에 새롭게 욱여넣은 빛나는 F1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한 세대 진화를 거친다면 더욱 화려한 날개를 달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번에 시승에 나선 차는 XM3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26일 스타필드 수원점에 새로운 전시장을 입점·오픈하며 이를 기념해 기자들을 초청, 막간의 시승도 함께 진행했다. 여러 가지 준비된 차 중 기자가 선택한 것은 XM3 e-테크 하이브리드와 XM3 1.6 터보 가솔린 모델이다. 두 차의 장단점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우선 구매자의 눈에서 본다면, 두 차의 가격 비교가 먼저다. XM3 1.6 가솔린(GTe) 모델은 2235만원부터 2864만원까지다. 동급에서도 매우 저렴한 편에 속한다. 또, XM3 e-테크 하이브리드는 2795만원부터 3195만원까지다. 이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치고는 싼 편에 속한다. 여기에 르노코리아가 올해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에 ‘For All’이라는 말을 붙이더니 3052만원로 143만원 가격 인하를 제시했다. 이렇게 해서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의 가격 차이가 188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두 차의 고급스러운 느낌의 차이는 있다. 실내 소재나 기능적인 면보다는 차 문을 열었을 때 나타나는 프로젝션 라이트가 사소한 럭셔리 품격을 보여주면서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외부에서는 골드 색상으로 하이라이트를 실은 하단부 범퍼와 사이드 엠블리셔 등이 옵션으로 제공(E-Tech HEV)된다. 측면에서는 18인치 틴티드 알로이 휠 등이 도드라진다. 실내 공간에서 두 차의 차이는 크지 않다. 스티어링 휠 아래쪽 스포크에 적용된 ‘E’ 레터와 그 뒤로 보이는 디지털 클러스터에 배터리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정도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주행 느낌은 이 차에서 저 차로 넘어가도 이질감은 없다. 코너 등에서 무게감이 살짝 다를 수 있으나 넉넉하게 확보된 전방 시야와 이를 위한 높은 시트 포지션 등이 운전 편의성에서 비슷하다는 걸 말해준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모델의 퍼포먼스가 조금 부족한 듯 느껴지게 할 수 있으나 결론적으로는 혹은 이론적으로는 선입견이다. 1.6 GTe 모델은 123마력의 최고출력, 15.8㎏·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상대적으로 평가해 본다면 공간을 넓혔음에도 1300㎏의 가벼운 차체로 적당한 퍼포먼스를 내는 셈이다. 여기에 맞물린 CVT는 부드러운 변속 느낌도 선사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E-테크 하이브리드는 1.6ℓ의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출력 86마력을 낸다. 하지만 이를 보조하기 위한 전기모터가 결합해 시스템 총 합산 출력 144마력을 발휘한다. 가솔린 모델과는 대략 21마력 정도가 더 높은 셈인데, 구조적으로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활용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는 점도 알아둬야 할 점이다. 게다가 대략 145㎏이 가솔린보다 무거우니 추가 출력분을 상쇄하는 부분이다. 변속기는 직·병렬이 모두 가능한 독특한 자동 6단이 적용됐다. 달성한 복합연비는 17.4㎞/ℓ를 기록한다.
이 정도면 어디에 손을 들어줘야 하는지 분명한 가닥이 나온 셈이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기대하고 있는 오로라1(대형 하이브리드 차종으로 추측됨)과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모델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마음인 거 같다. 판매는 골고루 되는 것이 좋겠지만, 경우에 따라 그리고 시대 흐름에 따라 객관성과 주관성 차이의 비중이 달라진다는 것도 사실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