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판매량으로 미니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니발이다. 여기에 맞서는 게 수입 미니밴. 수입 미니밴 시장은 라인업을 천천히 넓혀가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토요타의 공세가 거세다. 최근 시장에 내놓은 럭셔리 미니밴 알파드가 힘을 보태고 시에나가 입지를 굳히고 있다. 혼다 오딧세이도 마찬가지.
물론 물량으로 아직 카니발에 대적하긴 힘들다. 지난해 카니발 판매량은 7만대가 훌쩍 넘어간다. 반대로 시에나, 오딧세이, 알파드 수입 미니밴은 세 차종을 모두 합해도 2363대에 불과하다. 이중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처음 얹은 토요타 시에나는 지난해 실적, 전년대비 40.9%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중성을 결정하는 것은 출신의 문제라기보다 상품의 가격에 있다. 이번에 시승한 기아 카니발 3.5 가솔린 9인승의 가장 큰 무기는 가성비였다. 기아는 디자인을 천천히 바꿔가며 저렴한 가격에 세련돼 보이도록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사 입었는데도 때깔이 나더라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한데, 카니발의 가성비도 한계치는 있다. 가격이 소폭씩 오른다는 것. 지금 타고 있는 시승차이자 페이스리프트를 이룬 이번 카니발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평균 200만원 이상이 인상됐다. 가격 폭이 수입차와 좁혀질수록 가성비가 약발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부분변경 카니발은 이미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확실히 정돈된 익스테리어 디자인,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 변화가 가격 인상 폭을 상쇄한다.
우선, 외관 디자인은 부분변경인 만큼 전면부와 후면부 변화가 크다. 참고로 부분변경에서 차대 즉, 철판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제조 당시 비용이 많이 드는 주형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앞쪽 헤드램프가 세로형, 주간주행등은 ‘스타맵 라이트’라고 신형 쏘렌토에서 봤던 모습을 갖췄다. 후면부는 양 측면을 가로지르는 램프와 함께 조금 더 볼륨감이 살아났다.
실내 변화에 걸린 기대가 크다. 기존에 있던 24인치 와이드 스크린이 휘어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됐다. 커브드 화면의 장점은 운전자 중심으로 배치가 돼 시인성이 조금이라도 향상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마음에 드는 곳은 그 밑에 있는 컨트롤 패널이다. 물리적 버튼이 필요했던 온도조절, 미디어 컨트롤 기능들(다소 많아질 수 있는 버튼 수를)을 한 번의 터치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몰아넣었다.
시승차는 9인승 모델이다. 2, 3열에 독립시트가 적용된다. 4열은 3명이 앉을 수 있도록 마련됐지만, 고속도로 버스 전용 차로를 이용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 혹은 비상시를 위한 것이니 그 이외의 실용성은 거의 없다. 평상시는 접어서 바닥 아래로 감춰져 있다. 7인승 모델은 2열 독립시트에 3열에 3명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시트 배열로 트림이나 성격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만큼 본인에게 어떤 용도로 필요한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 카니발에서는 11인승 모델을 삭제한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따져봐야 할 것이 파워트레인이다. 뉴 카니발은 디젤 엔진도 한 번 더 판매를 이어간다. 주목받고 있는 건 새롭게 추가된 하이브리드 엔진 모델이다. 다만, 시승차는 3.5 가솔린 엔진이 얹혀 있다. 3470cc 배기량 자연 흡기 V형 6기통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는 가속 성능에 답답함이 없다. 엔진 소음이 실내에 많이 유입되지 않는다. 실용성을 강조한 미니밴치고는 조용하고 안락한 편인데, 9km/ℓ의 공인연비만 걱정하지 않는다면 이질감 없는 무난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뉴 카니발에서 가솔린 모델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찻값과 정숙성이다. 제원표를 놓고 보더라도 각각의 모델들 장단점들은 분명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용도로 차를 사용할 것인가다. 장거리 등 주행거리가 길다면 디젤이, 도심 이동 횟수가 많다면 하이브리드가 유리하다. 가솔린은 세컨카를 둔 가족에게 어울리는 차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