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신선하다. 그러면서도 너무 과하지도 않다. 항상 원했던 무언가를 손에 쥔 느낌이다. 완벽하게 달라진 올 뉴 링컨 노틸러스의 첫인상이다. 변화는 꽤 화려한데, 내 안에 링컨이라는 브랜드의 미약한 존재감에 오히려 미안해진다.
지난해 링컨 차는 총 1658대 판매됐다고 한다. 브랜드 순위로는 24개 중 14위다. 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와 같은 넘사벽 브랜드는 둘째 치더라도 캐딜락·폴스타·혼다를 앞질렀다는 건 미안한 마음이 들어도 된다는 뜻이다.
노틸러스는 지난해 구형과 신형을 합쳐 600대 언저리로 팔렸다. 브랜드 점유율 4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건, 그동안 너무 잦은 성형으로 본모습을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핑계로 대신한다.
노틸러스는 2007년 1세대(MKX로 불렸고 한동안 병행해서 이름을 썼다) 출시 이후부터 3세대 현행 모델까지, 페이스 리프트를 마치 완전 변경 모델처럼 인상을 크게 바꿨다. 이번 모델도 마찬가지다. 넙데데한 전면 그릴과 밋밋한 측면부 느낌이 모두 사라졌다. 수평 기조의 램프들이 앞뒤로 적용됐고 측면 에지 라인들은 살짝 힘을 뺐다. 대신 크롬 가니시가 적용돼 포인트를 살렸고 후면은 조금 더 세련돼졌다.
차체도 확연하게 많이 커졌다고 하는데, 차급의 이동을 고려해봐야 하는 정도다. 길이는 4910㎜, 높이는 1735㎜, 너비는 1950㎜, 휠베이스는 2900㎜다. X3, GLC, Q5 등 동급에서는 가장 큰 사이즈로 X5, GLE, Q7 등의 형님급에 감히 도전하는 태도다.
전반적인 실루엣은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분명 작은 요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느낌은 실내에서 더 확실하게 굳어진다. 신선함을 주는 변화의 핵심은 48인치 파노라믹 스크린이다. 마치 요트 위 데크에 펼쳐진 바다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적용한 그래픽도 그런 느낌이 살아있다. 살짝 굴곡진 화면은 시인성을 위해 노력한 것이고 여기에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의 내비게이션과 차량 정보들을 띄울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위아래가 모두 평평하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작은 사이즈에 시인성과 편의성을 모두 갖는다. 플로팅 칼럼에는 터치식 컨트롤러가 자리 잡고 있다. 작동 방식은 렉서스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지만, 상태 표시를 헤드업 디스플레이 대신 파노라믹 스크린에 띄운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 멀지 않은 곳에는 11.1인치 센터 스택 터치스크린이 또 있다. 차량 설정, 공조기, 오디오 세팅 등 다양한 기능들을 제어하기 위한 용도다. 물론 내비게이션도 뜬다. 그 화면 밑에는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변속기가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다. 쭉 뒤로 눈길을 옮겨보면 센터 콘솔 안쪽 뚜껑에 디지털 센트(Digital Scents) 디스펜서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다.
실내 정숙성도 뛰어나다. 렉서스나 제네시스의 경쟁 모델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프리미엄에 걸맞은 수준이라고는 할 수 있다. BMW X3나 벤츠 GLC, 아우디 Q5 정도와 겨뤄볼 수 있으며, 미국차치고는 매우 조용한 편이다. 여기에 최고급 레벨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가며 고급감을 만끽할 수 있다.
주행 느낌은 부족하지 않고 과하지도 않다. 싱글터보가 적용된 2.0 가솔린 엔진은 자동 8단 변속기와 연동해 네 바퀴에 모두 동력을 전달한다. 전달되는 동력은 최고출력 252마력, 38.0㎏·m의 최대토크다. 2톤의 무게를 끌기에 적당한 힘이며,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만큼 주행 안정성도 웬만큼 확보할 수 있다. 21인치 휠 사이즈 역시 급이 다르다. 여기에 끼워진 타이어는 바닥 면적 255㎜, 높이 50㎜를 갖춘 만큼 프리미엄 차의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