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90은 S90을 기반으로 한다. V90 CC(크로스컨트리) 역시 같은 곳에 뿌리를 두지만, 방향성만큼은 더욱 브랜드의 전통적인 면을 파고든다. 구체적으로는 XC70와 연관된다. 이번 주인공은 V90 CC다.
XC70은 볼보에서 내놨던 준대형 왜건이다. 지금은 단종됐다. 1996년 1세대를 시작으로 3세대를 거쳤고 XC70의 인기는 바통을 넘기듯 XC60까지 이어졌다.
볼보에서 ‘XC’라는 명명법은 애초 크로스오버를 뜻했지만, 인기가 높아진 이후 SUV로 완전히 재편됐다. XC70을 얘기하면 V70을 빼놓을 수 없다.
처음에 이 차의 명칭은 ‘V70 XC’였다. 볼보에서 ‘V’는 왜건, 즉 다목적(Versatile). 여기서 ‘XC’를 더해 차고를 조금 더 높인 새로운 왜건이 등장했다. 바로 ‘CC’의 탄생이다.
브랜드의 대변혁기(대략 지리자동차에 흡수된 때) 이후 볼보차 편대가 다소 달라졌다. 700시리즈, 900시리즈가 모두 사라지고 난 이후의 V90 CC의 모체 S80과 S90은 브랜드의 플래그십에 자리 잡았다.
한국 시장에서는 콤팩트함을 미덕으로 알고 있는 전형적인 유럽차 취향 S80이 국내 가장 큰 사이즈로 판매됐다.
지난 2013년 칼 필립 스웨덴 왕자방문단에 의전차로 제공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고급스러움에서는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다. 당시 S80의 차체 크기는 현대차 쏘나타에 비교될 정도로 길이 4855㎜, 너비 1875㎜, 높이 1495㎜, 휠베이스가 2835㎜에 불과했다.
이에 비하면 S90은 매우 크다. S90은 S80이 단종된 이후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길이 5090㎜, 너비 1890㎜, 높이 1445㎜, 휠베이스는 3060㎜였다.
S80에 비해 커졌지만, 아직 경쟁사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치다. 바로 아랫급인 5시리즈 혹은 E-클래스와 대적할 수 있을 정도다. 앞으로 볼보에서 더 큰 플래그십 세단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EM90이라는 미니밴이 먼저 나올 것 같다.
볼보는 원래 안전의 대명사이기 이전에 패밀리카의 명가였다. 차체 크기와 상관없이 볼보는 항상 가족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것에 초점을 뒀다.
왜건형 모델이 단종되지 않고 지속하고 있으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 된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설명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미국차 브랜드에서는 왜건형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다. 실용성에 또 다른 문화적 차이로 픽업트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서다.
기자가 곧 시승할 V90 CC 2024년형 B5 모델은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기술이 적용된 2.0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출력 250마력, 35.7㎏·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와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연비는 11㎞/ℓ를 기록한다. 역동성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동력원에서도 패밀리카에 잘 어울리는 수준을 고려했다.
더불어 V90 CC는 세단보다는 60㎜가 높은 210㎜의 지상고를 갖추고 있어 일상에 필요한 다목적성도 충분히 어필하는 편이다.
일반 세단에는 안 된다는 루프톱 텐트를 설치할 수도 있을 정도다. 현지화한 T맵 위성 내비게이션과 아리아 음성인식 시스템도 볼보 차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안전·편의성은 업계 표준이 될 정도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