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90 CC(크로스컨트리)를 시승했다. 우리나라 비인기 차종인 왜건이다. 피겨를 음지에서 끌어낸 김연아처럼, 스켈레톤으로 화제가 됐던 윤성빈처럼, 이번 V90 CC 역시 왜건의 매력을 끌어내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타자마자 품격 있는 내부 디자인과 편안함에 만족한다. 운전석과 탑승석은 모두 안락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왜건이라 안락함을 짐 공간에 희생하지 않았다. 모두 옛날 얘기다. V90 CC를 노면에 올리면 운전석에서 매우 안정적인 주행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뒷자리에 앉아도 특별한 충격이나 흔들림은 없다. 앞뒤로 모두 이중 접합유리를 사용한다는 것이 일부 효과가 있었던 거 같다.
엔진 성능도 기대에 부응했다. B5 모델의 2.0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은 250마력, 35.7㎏·m의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가속이나 감속에서도 부드럽고 안정적인 거동을 보인다. MHEV 시스템이 출발부터 정지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힘을 보탠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다양한 도로 조건에서도 확고한 그립을 제공하며 운전자에게 적잖은 자신감도 선사한다. 참고로 이 차의 휠과 타이어는 19인치 235/55 사이즈다. 준대형급 세단에 선택되는 사이즈로 승차감 향상에 기여한다. 윈터타이어로 교체한다면 눈길 주행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V90 CC의 외관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연식 변경에 크게 변한 곳 없다. 볼보는 원래 디자인 변화에는 인색한 브랜드인데, 포르쉐나 랜드로버 등 아이코닉한 이미지로서의 이유라기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북유럽풍 실용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세련미는 무난함 사이에서도 돋보인다. 특히 측면에서 바라본 V90 CC의 실루엣은 우아함과 독특함 그리고 역동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왜건이라 둔탁하다는 생각은 이제 정말 편견이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세단 모델인 S90보다 활기찬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S90과 다른 점은 더 있다. 애초 세단 파생형 V90 모델이 아니기에, 일단 크기부터 다르다. S90은 길이가 5m가 넘고 휠베이스가 3m를 살짝 넘는다. 하지만 왜건 모델은 세단보다 130㎜가 짧은 4960㎜, 휠베이스는 119㎜가 짧은 2941㎜이다. 대신 너비는 15㎜가 넓은 1905㎜, 높이는 60㎜가 높은 1510㎜를 기록한다. 짧은 휠베이스는 민첩하고 직관적인 움직임에, 넓은 차폭은 차체의 안정감을, 높은 지상고 확보는 험로 주파에 조금 더 도움이 된다.
볼보를 프리미엄으로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과 ‘케어’다. V90 CC는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지하고 대처하는 차량 내부 카메라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및 충돌 회피 시스템 그리고 차량 주변의 상황을 감지하는 360도 주변 뷰 카메라 시스템 등 이 모두를 포함한 안전 사양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또한, 탑승자의 편의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만족스럽다. 내비게이션, 음악 스트리밍, 스마트폰 연동 등의 시스템은 현지화가 가장 잘되어 있는 것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연식 변경 모델에서는 티맵 2.0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자동차 생활을 하나의 루틴으로 편리하게 관리하고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호등 예측, 서드파티 응용 어플리케이션(플로, 멜론, 비발디 웹브라우저 등 포함)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더해지는 매력은 7250만원부터 시작해 7820만원에 그치는 합리적인 가격표와 5년 또는 10만㎞ 워런티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의외로 이런 보너스가 들어 있는 차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