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미니밴 하면 '카니발'로 통한다. 카니발을 대체할 국내 브랜드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1톤 트럭 시장에도 미니밴 시장과 비슷하다. 현대차 포터와 기아의 봉고가 양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잘하는 건 시장에서 선택지(경쟁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건 다른 데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 놀러 가면 깍두기 경차들만 잔뜩 보게 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어쨌든 대한LPG협회의 제안으로 기아 봉고3 LPG 모델을 시승하게 됐다. 올해부터 개정된 대기관리권역법 시행으로 1톤 디젤 트럭의 신규 등록이 금지됐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현대차·기아에서 나서는 것보다 협회가 나서는 게 구색이 맞다.
독점적 시장에서 중요한 건 생계를 위해 1톤 트럭을 사려고 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신문을 넘겨보면 LPG의 여러 가지 장점들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전기차보다는 못하지만 LPG가 디젤보다는 더 친환경적이며 더 경제적이다. LPG 엔진 기술 개발로 이제는 디젤만큼의 토크를 뽑아낼 수도 있다. 자동변속기 기준 출력은 더 높다.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니 여러모로 손해 볼 일은 없다.
2.5T-LPDi 엔진 모델은 수동일 때 138마력, 자동일 때 159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디젤 엔진보다는 18% 더 강력하다. 최대토크는 수동일 때 26.0, 자동일 때 30.0㎏·m로 디젤 차량과 동일하다.
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실로 나약했던 LPG 엔진의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시원스레 나가는 건 마치 디젤차의 느낌이지만 정숙성과 힘은 가솔린차에도 못지않다.
가격은 더 비싸졌다. 기존 디젤 모델은 1815만원부터 시작했다. 고급형 모델은 2364만원까지. 봉고의 주 고객층인 영세 자영업자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대다. 하지만 LPG 모델로 바뀌면서 시작 가격은 1983만원으로 168만원 차이가 난다. 유류세, 연간 기름값 등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오름이다. 협회의 친절한 계산법에 따르면 연간 유류비는 약 54만원 절약된다. 3년 타면 이미 찻값은 본전을 뽑는다. 요소수 비용 절감은 물론, 친환경 차량 적용으로 공영주차장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띄울 수 있는 10.2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적용됐다는 것도 돈값을 한다.
단, 해당 조건들은 모두 공차 기준이다. 많은 짐을 싣고 오랫동안 운행을 해보진 못했지만 추측해 보건대 폭발력은 다소 약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여기에 성능을 떠나 LPG의 가장 큰 약점인 충전소가 많지 않은데도 자주 충전을 해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핸들 잠김 현상으로 시판 한 달 만에 리콜 위기가 생기긴 했지만 현대차·기아가 가장 많이 판다는 1톤 트럭이 LPG로 가닥을 잡은 만큼 더 많은 충전소가 생겨날 것은 분명하다. 이미 지난달 판매량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대차의 포터2 LPG는 4927대, 기아의 봉고3 LPG는 3074대가 팔렸다. 충전소 찾는 문제가 아니라 차를 사는 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답답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럭 짐칸으로 눈을 돌려보면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된다. 이제는 규격화된 도넛 탱크다. 맨 뒤쪽 후미등 바로 앞쪽에 설치됐는데, 위치가 모호한데다 모양도 문제다. 그 때문에 지상고가 생각보다 많이 낮다. 짐을 많이 실으면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 닿을 거 같다. 철판으로 보호대를 한 겹 더해 놓기는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트럭에서 LPG통은 예전 모양의 길쭉한 원통형이 더 설계하기 편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여러 자동차를 타보며 이렇게 장단점이 분명한 차는 처음인 거 같다. 그만큼 단점 보완에 집중한다면 또 가장 좋은 차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