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에미라 V6는 로터스가 내놓은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이자, 브랜드의 미래를 준비하는 전환점이 되는 모델이다. 수십 년간 경량 스포츠카의 본질을 고수해온 로터스가 현대적인 기술과 고급스러움을 더해 완성한 이 차는, 기존 로터스 특유의 원초적인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넓은 소비층을 겨냥한 모델로 포지셔닝 했다. 과연 로터스 에미라는 기존의 스포츠카 마니아는 물론, 새로운 고객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까?
에미라 V6는 단번에 로터스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을 갖췄다. 로터스 에비야(Evija)에서 영감을 받은 유려한 실루엣과 공격적인 프론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전면부의 공기 흡입구는 효과적인 다운포스를 생성하며, 후면부의 대형 디퓨저와 간결한 LED 테일램프는 고성능 스포츠카다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차체 크기는 4412mm 길이에 1895mm의 너비, 그리고 1226mm의 높이다. 중요하진 않지만, 휠베이스는 2575mm다. 차의 무게는 자동 변속기 모델 기준 약 1420kg인데, 낮고 넓고 짧은데 가벼운 전형적인 드라이빙 퍼포먼스에 초점 맞춰진 스포츠카다.
로터스가 잘하는 공기역학적 설계를 기반으로 한 유려한 디자인은 최적의 다운포스를 유지하면서도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3.5L V6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 엔진은 토요타의 2GR-FE V6 엔진을 기반으로, 로터스의 세팅을 거쳐 더욱 성숙한 질감을 선사한다. 실제 반응은 매우 날렵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세련된 느낌은 받을 수 있다. 슈퍼차저의 강력한 응답성과 넉넉한 토크 덕분에 리니어한 가속감을 제공한다.
시승차의 출력은 6800rpm에서 최고 400마력를 찍는다.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전달되는 토크는 수동에서 최대 420Nm, 자동에서 430Nm이 발휘된다고 한다. 실제 가속감이 더해지는 것은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엔진음이 내부로 전달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것도 있다. 제로백은 4.3초를 끊는다. 최고속도는 290km/h에 달한다.
이번 시승이 자동 모델이라 수동 변속기의 직결감은 감이 없지만, 들리는 바에 따르면 존 로터스 모델들의 감각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 어쨌든 시승차는 더욱 편리한 주행을 원하는 고객층을 위한 것만은 분명하다. 차체의 전반적인 감성도 그렇지만, 이번 에미라는 펀 스포츠카 지향형이 아니라 GT(그랜드 투어러)에도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유는 핸들링에서 찾을 수 있다. 로터스 특유의 날카로운 반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경량 섀시, 정밀한 서스펜션 세팅을 통해 독보적인 핸들링을 제공한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전륜과 후륜 모두 정밀한 제어를 위한 설계로 채택됐다. 그리고 하이드로스테틱 파워 스티어링이 적용됐다고 하는데, 설명을 덧붙이자면, 전자식 스티어링이 아닌 수동의 직관적인 핸들링을 지속 제공한다는 의미다. 스로틀이 열리는 것을 운전석 앉은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체 균형은 환상적이다. 네 바퀴의 무게감이 마치 내 엉덩이가 네 짝인 양 각각의 파트에서 느껴진다. 오른쪽으로 쏠림이 있다 하면 왼쪽 엉덩이가, 왼쪽으로 무게감이 쏠린다 하면 오른쪽 엉덩이에 압력이 가해진다. 후륜구동 특유의 날렵함과 함께 차체 무게 배분은(42:58)이 절묘하게 이루어져 있다. 코너에서 날카로운 반응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와인딩 로드에서 시승해본 결과, 차체의 움직임이 매우 자연스럽고 노면을 그대로 읽는 듯한 감각이 전해졌다. 과격한 조작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리어가 한계를 넘어가기 전에 운전자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로터스는 전통적으로 순수한 드라이빙 성능에 집중하면서 실내의 편의성은 다소 배제했던 브랜드였다. 그러나 에미라는 기존 로터스 모델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럭셔리한 실내를 제공하며, 장거리 주행에도 적합한 편의 사양을 갖췄다. 아쉬움도 살짝 있지만,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되는 디지털 클러스터(12.3인치) & 센터 디스플레이(10.25인치)는 동급 가장 저렴한 찻값을 생각하면 호사라고 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