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기가 없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편안함 혹은 편리함과 맞바꾼 주체할 수 없는 가벼움인가? 이번 시승차 푸조 408 GT 말이다. 디자인 출중하며, 매력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운전의 수월함은 또 커다란 장점 중에 하나다. 연비도 이정도면 됐다. 참고로 연비는 12.3km/ℓ를 기록한다. 1.2 퓨어테크 직렬 3기통 가솔린 엔진은 제원상 짐작해볼 수 있는 수치를 훌쩍 넘는다. 최고출력 131마력, 23.5kg·m의 최대토크를 아낌없이 뽑아 쓰는 느낌이다. F1 기술력이 들어갔다고 하니 일단 믿고 타도 될 거 같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 있는 패들시프트가 암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 이 차의 잠재적 동력 성능인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일상에서, 아니 심지어 고속 영역의 가속에서도 부족함은 전혀 없다. 원하는 만큼 에너지를 발산한다. 누가 코딱지만한 엔진이라고 투덜댔나? 기대치가 낮은 건 절대 아니다. 공도 운전자가 굳이 서킷 레이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키고 싶은 것뿐이다.
의아한 것은, ‘정작 너라면 사겠냐?’라는 질문에 ‘예스’라는 대답이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변치 않는 마음으로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다. 이빨 빠진 사자의 이미지가 됐다(이미지만 그렇다는 뜻이다). 자고로 신뢰라는 건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복잡 미묘한 마음에 외부 영향이 작용하는 일이다. 주변 지인들은 이런 차가 있는지도 모른다던가(자랑질을 할 수가 없다), 길에서 도로에서 이 차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너무 튀는 것도 부담이다)거나, 매체에서도 자주 볼 수 없는 시승기 등(클릭 수가 적어 홍보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 결국 다수의 결정이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하더라.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사니까 나도 사야겠다”라거나, “요즘 다들 이 브랜드 운동화를 신으니까 나도 사야겠다” 같은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의 푸조는 반대다. 요즘은 사람들이 대체로 프리미엄에 꽂혀 있는 터라,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되돌아본다면, “개성”이라는 우리 마음 핵심 키워드를 잊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다. 요즘 아쉬움이 많은 시국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분명 푸조 408 자랑거리는 많다. 쿠페 형태의 실루엣 등 시시콜콜한 특징들은 이미 알고 있을 터니, 굳이 돈값 하는 것들을 나열해본다면.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앞좌석 10방향 파워시트, 프레임리스 오토 디밍 룸미러, 앰비언트 LED 라이트, 블루 나부 나파 가족 시트, 모바일 무선 충전 트레이, 전동식 핸즈프리 트렁크 등 예상치 못한 장비들이 많이 들어갔다. 요즘엔 다 있지만, 예전의 푸조라면 상상도 못했던 최첨단 장비들이다. 차선유지기능 같은 ADAS도 아쉽지 않게 충분히 적용됐다. 특히,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10인치 메인 디스플레이 아래 마련돼 있는 i-토글 디스플레이다. 원가절감을 위한 자동차 디지털화 시대의 문제점을 아주 현명한 방법으로 해결한 모습이다. 쉽게 말하자면 터치인데 터치화면스럽지 않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세로형 디스플레이나 물리적 버튼을 삭제한 대형 화면에서는 주행중 아이콘 클릭이 쉽지 않았다. 정보를 너무 많이 담은 것도 있지만, 일단 차가 움직이면 무게 중심이 잡히지 않은, 의지할 곳 없는 ‘뻗은 팔’은 사정없이 흔들리며 현저히 정확도가 떨어진다. 408의 큰 화면 별도의 버튼은 이 점은 보완했다. 모든 기능 사용이 한결 수월하다.
시스템 자체도 이제 현지화가 잘 되어 만족스럽다. 나의 애플 카플레이와 아내의 안트로이드 오토 두 개의 기기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연결성도 대단한 진보다. 더불어 서드 파티 앱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베이스도 놀랍도록 훌륭해졌다. 전장 부분, 실내 사용자 편의성에서는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물론 그게 찻값을 이루는 핵심 요소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푸조 408은 가볍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연비 부담 내려놓고, 차체가 크지 않으니 주차장 진입에 휠 까일 걱정도 덜 수 있다. 차체가 가벼워 민첩한 움직임은 정체도로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도 한다. 주차 후 차에서 멀어지면 알아서 도어를 잠궈 주는 스마트함까지 겸비했으니 일상에서의 편리함에 새삼 달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대략 서너 번 정도 시승을 해보니 보이는 디테일들이었다. 이제 앞으로 두어 번 더 시승해보면 정말 내 차라는 착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세상에 나쁜 차는 없지만, 빨리 익숙해지는 차는 확실히 좋은 차라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