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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클래스 시승기①] 퍼포먼스에서 디지털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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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E-클래스 시승기①] 퍼포먼스에서 디지털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교향곡

11세대 더 뉴 E-클래스, 오스트리아 시승 이벤트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요소 가미된 외관 디자인
안단테처럼 시작해 크레센도처럼 마무리하는 주행감각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3-07-26 00:09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 450 4매틱.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 450 4매틱. 사진=메르세데스-벤츠
“한번 완충하면 시속 130km 이하 속도, 거리로는 100km를 배터리로만 달릴 수 있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고도 ‘전동화’의 이질감은 전혀 없다.” 음악의 고장 오스트리아에서 11세대 더 뉴 E-클래스를 직접 타보고 느낀 짧은 소감이다.

벤츠는 지난 13일(현지시각), 글로벌 E-클래스의 시승 이벤트를 열고 전세계 기자단을 맞이했다. 고전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시도, 이번 E-클래스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풍긴다. 130년의 긴 역사 속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헤리티지를 간직하면서도 한발 앞서 모든 것을 가지려는 욕심, 최고가 느끼는 ‘최고’를 향한 갈망과도 같은 것이다.

지난 4월 메르세데스-벤츠는 글로벌 베스트 셀링 모델이자 브랜드를 대표하는 세단 E-클래스의 신형 모델을 공개했다. 4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기존의 라인업도 대부분 포기하지 않았고 디지털화를 이루며 시장을 선도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2016년 선보였던 10세대가 아직 건재하지만, 후속 모델을 서두를 만큼 기술에도 또 디자인에도 그들의 자신감은 뚜렷하다는 뜻이다.

우선 디자인 변화는 성공적이다. 적어도 기자에게만은 그렇게 느껴졌다. 세 개의 별빛 라인이 헤드램프에서 뿜어져 나오며 E-클래스만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그릴은 좀 더 경쾌해졌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입꼬리가 아래로 향한 이전 세대의 그릴(아방가르드 기준)이 스포티한 모습을 강조했다면 이번 그릴 디자인은 한층 들뜬 표정이다. 헤드램프와 그릴 사이 대어진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에서는 EQ의 감성이 묻어난다. 앞으로 벤츠에는 이런 디자인이 좀 더 많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전 세대보다 20mm 더 길어진 휠베이스는 앞과 뒤 균형 잡힌 스탠스를 실현했으며, 보닛 위 파워돔은 신형 E-클래스의 카리스마를 배가시켰다. A-필러가 캐빈 쪽으로 더 가까워지면서 보닛 위 파워돔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참고로 보닛이 길면 길수록 차는 더 중후한 멋을 뽐낸다. 아마 디자이너의 의도는 조금 더 옛 모습을 되찾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정령 그렇다면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C-필러 쪽 유려한 라인은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엉덩이를 너무 치켜들지 않고 세단의 섹시한 자태를 뽐냈다는 뜻이다. 한눈에 알아채기는 힘들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을 바꾸기에도 충분한 정도다. 여기에 보닛 측면 실링, 앞뒤 바퀴 쪽에 적용된 특수 스포일러, 그리고 터치하면 솟아오르는 플러시 도어 핸들까지 더하면 E-클래스의 공기저항 계수가 0.23Cd로 낮아진다. 좀 더 격식 있는 옷을 입어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시승에는 세 가지 모델을 번갈아 가며 경험했다. 가장 강력했던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 E 450 4매틱,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심장을 단 E 300e와 E 350e 4매틱이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차는 E 300e다. 무난하지만, E-클래스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다. 시속 130km까지 배터리 모드로 달릴 수 있는데, 웬만해서는 내연기관 엔진을 깨우지 않는다.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최대 100km 이상. 대충 따져보자면 대략 1시간 반 거리의 시승코스에서 3분의 1 정도를 전기차로 탄 셈이다. 좋은 운전습관이 있다면 갈 수 있는 거리는 더 늘어난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 450 4매틱 인테리어.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 450 4매틱 인테리어. 사진=메르세데스-벤츠

그런데도 조용한 것 이외 전기차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출력도 토크도 엔진의 퍼포먼스와 차이가 없다. 진골 전기차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내연기관차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더이상 완벽한 세팅은 없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뒤편으로 엔진음이 들려 겨우 주행 모드를 캐치한다. 대신,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과격하게 밟아보면 최고출력 204마력을 내뿜는 2.0 직렬 가솔린 엔진이 제대로 된 사운드를 뿜어낸다. 안단테(적당히 느리게)처럼 부드럽게 돌진하고 크레센도(점점 세게)처럼 강력하게 속도를 올리는 데, 전기차의 과도한 토크감은 전적으로 배제했다. 여기서 글라이딩, 부스팅, 회생제동 등이 미세하게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불현듯 또 놀라운 점 하나는 신형 E-클래스의 승차감이다. 벤츠는 에어매틱 서스펜션(AIRMATIC air suspension)과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시승한 300e 4매틱과 상위 모델에는 모두 적용돼 있다. 오스트리아로 떠나기 전 국내에서 타본 W213(10세대 E-클래스) 350 4매틱의 감각이 되살아나며 비교가 됐다. 누군가에게는 눈에 띄는 대단한 차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신경을 집중하면 금세 세련된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이 차에 맛을 들인다면 다른 차에 적응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 450 4매틱.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 450 4매틱.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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