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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내 눈에 캔디, 오픈 드림카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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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시승기] 내 눈에 캔디, 오픈 드림카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

퍼포먼스 및 감성 품질 여전, 오픈 에어링 만끽
비교적 높은 시트 포지션, 쉬운 운전이 GT카 매력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4-05-13 09:05

페라리 로마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페라리 로마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슈퍼카는 환상이다. 가격 접근성이 최악이다. 돈이 많다고 해도 데일리로 타기에는 승차감이 또 별로다. 그런데도 영화에서나 볼법한 차를 길에서 보면 뭔가 괜히 본인이 흐뭇한 기분이 든다. 내차도 아닌 데 복권이라도 사야 할까 한다. 설령, 이런 차 한 대 정말 사게 된다면, 어디서든 언제든 우쭐댈 준비가 된 거다. 근데 만약 이런 브랜드가 살짝 대중성을 띠는 차를 내놨다면? 바로 2+2 퍼포먼스 페라리 로마 GT 모델이다.

여기까지는 차의 퍼포먼스와는 관계없는 얘기다.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운전의 재미는 있는지, 승차감은 괜찮을지 등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둔다. 경험치가 없는 일반인은 정말 번외다. 페라리 로마가 620마력을 뿜어내는 V8 프런트 미드십 엔진을 달았다는 건 마니아들의 영역으로 치부한다. 페라리는 어설픈 ‘카푸어’는 용인하지 않는다. 그저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브랜드 라인업 중에서도 이번에 기자가 시승한 로마는 조금 만만하다. '드림 컴 트루'의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 포르토피노 다음으로 브랜드에서는 가장 싼 모델이다. 싼 가격표를 붙여 3억2000만~5억원. 대신 옵션질에 따라 1억원 정도는 그냥 왔다 갔다 한다. 수작업, 수제 자동차라 불리는 커스터 마이징은 옵션질의 종결 차 포르쉐가 같잖아 보일 수 있을 정도다. 정말로 한 대 뽑기를 원한다면 나만의 로마를 위해 견적 범위를 좀 더 넓게 잡고 가는 것이 좋다.

이번 시승차는 소프트탑을 탑재한 스파이더다. 쿠페 모델보다 비싸다. 다양한 색상에 다양한 옵션의 콤비네이션이 가능하다. 실루엣은 여전하다. 마치 뒤에 엔진이 들어간 것 같은 유려한 자태다. 소프트탑은 시속 60km 이하에서 여닫을 수 있다. 접어놓으면 한 멋 하지만 골프백을 넣는 데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대신 2+2 구조를 활용해 뒷좌석에 긴 짐을 세워 실을 수 있다. 영화 '아이언맨 II'에서 토니 스타크가 자신의 슈퍼카 아우디 R8에 커다란 구조물을 실은 장면을 연상해볼 수 있을 거 같다. 조수석이 아니라 아이소픽스(ISOFIX)가 적용된 뒷좌석에 말이다.

로마 스파이더 역시 쿠페와 마찬가지로 노즈(전방 보닛의 길이)가 무척 긴데다가 휀더 볼륨도 상당해서 입체감이 멋있게 잘 산다. 일반 차가 가질 수 없는 또 다른 만족감이 있다. 90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V8 엔진은 그 아래 들어 있다. 캐빈 쪽으로 바짝 붙어 있는 구조로 무게 중심을 위한 설계다. 낮은 자세지만, 슈퍼카라고 하기엔 시트 포지션도 꽤 높다. 개방감이 더해지는 스파이더 모델은 특히 외부와의 단절감이 덜한 편이다.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 인테리어 사진=FMK이미지 확대보기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 인테리어 사진=FMK

일단 실내 캐빈으로 들어오는 소음은 적다. 확실히 기대했던 엔진 사운드는 아니다. 누군가에는 승차감 혹은 정숙함으로 다가오겠지만, 또 누군가에는 반대일 것. 그도 그럴 것이 이 차는 슈퍼카 고객들이 쉬어가길 원해서 만든 차 같다. 조금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GT, 자고로 GT라 함은 먼 거리를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만든 차다. 실제 로마의 캐빈은 꽤 아늑했다. 조수석과 분리된 듀얼 챔버라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터보렉은 때때로 조금씩 나타난다. 하지만, 불쾌하지 않다. 누구보다 강력하고 누구보다 빨리 달려나갈 수 있다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참고로 이 차의 제로백은 3.4초. 로마를 슈퍼카로 말하다가는 마니아들의 눈총을 받기 마련이다. 그들은 로마가 GT에 가깝다고 한다. 분명 미드십 엔진 모델과는 차이가 있다. 단순 엔진의 크기나 구조의 차이가 아니다. 개발 의도 자체가 다르다. 일반인들도 서킷이 아닌 공도에서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데일리카로 충분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뜻이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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