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비 오는 어느 날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 잔 들이켜는 것, 옛날식 카페 테라스에 앉아 신문을 펼치고 여유를 즐기는 것. 하지만, 인생에 단 한 번이라도 오픈카를 타고 해변도로를 달려보지 못했다면 낭만을 논할 수 없을 터다. 이번에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인생에서 즐길 수 있는 럭셔리한 A급 낭만을 가르쳐줬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부산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드림 라이드 행사에 국내 기자단은 물론 독일에서도 소수의 기자가 참석했다. 오픈카가 주제인 만큼 속도 제한 없는 아우토반보다 바닷바람을 실컷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이 더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드라이빙 코스는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위치한 빌라쥬 드 아난티에서 출발해, 거제 인근에 위치한 한 카폐까지 부산에 있는 낭만 대교들을 모두 관통하는 경로로 짜여 있었다. 앞서 전날에 참석한 기자단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기자가 참석한 날은 쏟아지던 장마철 폭우에 대한 염려를 기우로 돌렸다. 요즘 들어 흔치 않은 행운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움켜쥔 스티어링 휠의 주인공은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LE 200 카브리올레다. 올해 초 브랜드 라인업에서 새로운 세그먼트를 자청하며 등장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LE의 오픈카 버전이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라인업에서는 450 4MATIC도 있다. 사륜구동 모델로 성능도 성능이지만, 더 고급 사양들이 많이 들어갔다. 가격 차이도 거의 2000만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CLE 200 카브리올레는 후륜구동 모델로 나름의 운전 재미를 선사한다.
경쾌한 달리기는 기본이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M254)은 최고출력 204마력, 32.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출력뿐만 아니라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9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적용돼 가속감이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이다. 여기에 복합연비까지 12.1km/ℓ를 기록한다. 그만큼 낭만 드라이빙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만족할 만한 주행 수준이라는 뜻이다.
차체 길이가 꽤 길다. 실제로 5m가 되는 데 겨우 150mm가 부족할 뿐이다. 휠베이스도 2865mm로 괜찮은 편이다. 덕분에 2+2 실내 레이아웃 구조가 됐다. 보통 오픈카는 2열에 큰 공을 들이지 않지만, CLE 카브리올레의 뒷좌석은 제법 쓸만하다. 뚜껑을 여닫을 때 탑승자의 뒤통수가 살짝 걸리적거리긴 하지만, 전자동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시속 60km 아래에서 뚜껑을 열고 나면 바람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를 위해 윈드스크린 탑에 윈드 디플렉터를 전개할 수 있다. 많은 바람을 막아줄 수는 없지만, 대략 60km/h 속도까지는 긴 머리칼이 날릴 일은 없다.
승차감도 수준급이다. 단단한 하체감은 분명 있지만, 안정적인 주행을 위한 것, 노면의 잔 진동을 걸러주는 재주는 탁월하다. 탑을 닫으면 실내 소음도 크게 저감 된다. 이 차가 분명 오픈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루틴 기능까지 포함한 최신 MBUX 시스템도 안전·편의에 많이 신경 썼다는 게 확인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오디오 시스템. 450 4MATIC에서는 부메스터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되는 데 말이다.
이날 SL도 함께 등장했다. 비슷한 성격의 고성능 모델. 솔직히 멋은 SL 쪽이 한 수 위다. 다만, 승차감 쪽에서는 CLE가 낫다. 차량 성격 탓이니 지적 사항은 아니다. 경제적 능력이 되는 중년이라면 멋과 승차감에서 고민이 될 터인데, ‘나이가 든 것이 나름의 낭만이라고 생각한다면’ CLE를, 아직 ‘젊음을 기분을 조금 더 누리고 싶다’면 SL를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