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포드코리아는 서울-양평 구간에서 미디어 대상 시승회를 진행했다. 준비된 차는 다섯 대. 소극적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은 크다. 사실 같은 브랜드의 머스탱은 따로 시승 행사를 하지도 않았다. 포드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차종 라인업들이 워낙에 아이코닉한 이미지들이 강한 차들이라 큰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익스플로러는 그중에서도 한국 시장의 니즈에 가장 잘 부합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판매량이 그걸 말해준다. 익스플로러는 올해 1274대가 판매됐다. 머스탱이나 브롱코, 레인저의 판매량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연말에 출시했다고 생각하면 크게 신차 효과를 본 것도 아니다. 인기 비결은 아이러니하게도 무난하다는 것이다. 너무 튀지 않고 실용성을 잘 챙겨간다. 7인승과 8인승 모델, ST-라인과 플래티넘 모델로 구성된다. 조금 더 스포티하게 타느냐, 조금 더 고급스럽게 타느냐의 차이다.
실내는 부분변경임에도 완전변경에 가깝다. 싼맛에 타는 차라는 이미지를 벗은 느낌이다. 13.2인치 메인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별도로 마련돼 복잡한 느낌이긴 하지만, 구조는 잘 짜 맞췄다. 두 개의 핸드폰 충전기가 마련돼 있고 다이얼식 변속기는 공간 활용에 용이하도록 선택된 느낌이다. 공조기와 대시보드 라인이 딱 맞아들어가는 것도 마음에 쏙 드는 부분이다. 시트 포지션은 적당한 높이이며, 조절 범위도 만족스럽다.
시승 행사에서 기자에게 배정된 차는 ST-라인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조금 더 스포티한 모습이다. 그릴 패턴 등 몇 가지 요소에 차이가 있는데 기존에 3.0을 대체한다고 보면 되는데, 그러면 엔진이 2.3 에코부스트로 다운사이징됐다고 여길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최고출력은 370마력, 54kg·m에서 307마력, 43kg·m의 최대토크로 변경된 것이 된다. 대신, 기존의 기본형 2.3 모델과 비교한다면 퍼포먼스가 소폭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가격대는 낮아졌다. 기존에 6865만원부터 시작하던 것을 6290만원으로 낮췄다. 라인업을 단순화시켰고 부담을 줄였다. 물론 들어간 게 있고 빠진 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차이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가격은 일단 합격점이지만, 승차감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공간이 크고 넓으니 가족 차량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부족하지 않은 7인승과 8인승 공간 구조가 꽤 매력적이 부분이다. 3열에서도 두어 시간은 앉아갈 만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패밀리 SUV로 주로 사용한다면 플래티넘 쪽이 나을 수 있다. 시승차는 21인치 휠에 275/55 사이즈의 타이어를 신었는데, 기본형보다 한 치수 크다. 크다는 것은 노면과 닿는 면적이 넓어지고 승차감도 소음의 정도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조금 더 경쾌한 느낌은 확실히 있다. 오프로드도 조금 더 잘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이미 좋다고 정평이 나 있는 에코부스트 엔진은 역시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는다. 싱글터보에도 출력은 만족스럽다. 10단 변속기와의 결합이 부드러운 가속감을 선사하고 넉넉한 토크 영역대가 마음에 쏙 드는 부분이다.
가격대와 이런 구조, 여러 면으로 보나 쉐보레 트래버스가 경쟁 모델로 떠오른다. 대부분 제원이 대동소이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는 변속기다. 트래버스는 8단 익스플로러는 10단이다. 2.5가 2.3 엔진에 연비를 본다면 8.3/ℓ와 8.7/ℓ로 차이가 나며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변속의 느낌은 익스플로러 쪽이 조금 더 부드럽다는 생각이다. 가격 차이는 대략 500만원 정도가 나지만, 조금 더 신형 모델이며 인테리어의 고급감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게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