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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애플카 위해 현대차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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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애플, 애플카 위해 현대차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이유

현대차, 신에너지 자율주행차 업체로 전환할 만큼 기술력 뛰어나
애플, 타이탄 프로젝트 성공시키려면 한국 차 부품업체 협력 필수
중국 신경제 전문 매체 36KR "애플, 현대차와 손잡을 마지막 기회"

김미혜 해외통신원

기사입력 : 2021-08-25 08:47

‘애플 카’ 상상도. 사진=TECHISON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카’ 상상도. 사진=TECHISON
중국 신경제 전문 인터넷 언론 36KR은 24일(현지시각) 애플이 대량생산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면서 현대차와 손을 잡는 것이 애플의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36KR은 애플과 현대차가 협력하더라도 애플은 현대차에서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빼낸 뒤 '전통의 하청업체' 대만 폭스콘에 자동차 생산 하청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14년 전기차 프로젝트 '타이탄'을 출범한지 7년째 되는 올해 애플은 대량 생산을 위해 현대차와 손잡기로 했다가 계획이 일단 무산됐다. 이후 애플카 얘기는 쏙 들어갔다.

◇기술 종합전시장 자동차


자동차는 화석연료 퇴출과 기술발전을 맞아 대대적인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더 이상 바퀴 4개 달린 굴러가는 운송수단이 아니라 바퀴 4개를 장착한 개인용 컴퓨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자동차는 여기에 더해 가족, 회사에 이어 3번째 공간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내 집만큼 편안하면서도, 회사 업무도 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치열한 각축전 속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최신 기술을 시험하는 곳으로 자동차를 선택하고 있다. 대형 기술업체들이 앞다퉈 자동차 분야에 뛰어든 이유다.
기술종합전시장이 된 신 자동차를 선도하는 업체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애플이다. 2014년 '타이탄'이라는 대규모 전기차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타이탄, 한국 부품업체 협력 필수

자동차 전문가와 엔지니어 1000여 명이 투입된 타이탄 프로젝트는 한동안 시장 판도를 뒤흔들것처럼 질주했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늑대가 오고 있다"고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러나 애플의 타이탄은 사내 정치와 내부 갈등 등으로 심각한 차질을 빚으며 혼란에 빠져들었고 이후 수년간 지지부진했다.

2016년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량 사업을 아예 금지했으며, 전기차 개발 부문에 속해 있는 자율주행 기술 연구개발(R&D)팀도 아예 다른 업무를 맡도록 했다는 소문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는 소문이 잦아드는 와중에도 애플은 결코 전기차 꿈을 접은 적이 없다. 애플의 꿈을 실현시킬 곳으로 한국이 꼽히고 있다.

최근 애플은 한국 전기차 부품 제조업체들과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애플이 한국 공급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지 못하면 애플은 전기차 사업 계획을 완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정도다.

연초에는 현대자동차가 애플카를 OEM 방식으로 하청생산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현대차는 이를 부인했다.

현대차는 애플이 현대차 브랜드를 희석하고, 현대차를 대신 제조해주는 일개 파운드리업체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애플으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끊임없는 현대차 구애, 상당한 기술 축적한 현대차

연초 협상은 실패했지만 현대차는 애플의 36억 달러 투자에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36KR은 현대차 그룹이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으면서 이제는 자회사인 기아차를 애플카 제조사로 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봤다.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5' 주행 모습.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5' 주행 모습.사진=현대차


예비합의에 기초할 때 현대차와 애플은 애플이 '영혼'도 없이 빈 껍데기 애플카를 만드는 것을 현대차가 돕기보다 함께 협력해 신차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36KR은 전망했다.

애플은 전기차 개발 계획을 발표한 이후 끊임없이 기존 자동차업체들과 스캔들을 일으켰다.

스캔들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애플이 현대차를 파운드리 파트너로 택했을 때에는 일부 고려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가 신에너지, 자율주행 자동차 업체로 전환하고 있고, 이미 상당한 기술도 축적했다는 점이 애플이 현대차를 낙점한 이유다.

일례로 현대차의 수소 상용차는 이미 유럽에서 운용중이다. 현대차는 또 크로아티아의 리맥과 함께 전기차를 공동개발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에서도 현대차는 바이두 같은 중국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고, 미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와도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2018년 공개된 '넥소'를 기반으로 제작된 'L4' 자율주행차는 당시 자율주행차 주행 신기록을 기록했다.

이미 검증된 기술을 확보한 현대차는 애플로서는 피하기 어려운 유혹이라고 36KR은 지적했다.

방대한 현대 계열사도 매력

현대그룹이 여러 업체로 분리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현대는 현대중공업,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건설, 종합상사 현대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한국 2위 규모 그룹이라는 점 역시 애플을 끌어들이는 유인이다.

현대차를 잡으면 애플은 이 거대한 산업 네트워크를 통해 완벽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업체들과 달리 이 분야에 문외한인 애플로서는 현대차만 잡으면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친 업스트림, 다운스트림 공급망에 곧바로 접근할 수가 있다.

애플이 이전에 전통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숱하게 거절을 당한 터라 지금 단계에서 아직 매몰차게 거부하지 않은 현대차는 애플에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도 애플을 현대차에 집착하게 만든다.

36KR은 현대차와 애플이 전기차 파운드리 생산에 관해 다시 협상 테이블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애플에 현대차가 최고의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현대차에게도 애플이 최적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오랫동안 신에너지 분야를 연구했고,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비해 이 분야에서 뒤지지는 않지만 매출이 신통찮다는 점이 애플을 최고 선택지로 만든다.

현대차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기대한 만큼의 판매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애플 같은 공룡과 힘을 합치면 회사에 훈풍이 불고, 위험은 함께 나눌 수 있으며, 생산능력도 안정될 수 있다.

애플, 독자생존 길 모색할 수도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양사가 함께 공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대차는 애플에서 원하는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습득하고, 애플은 현대차로부터 자동차 전반의 제조기술을 얻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따라서 애플이 자동차 전반에 관한 제조기술을 습득하고 나면 애플은 파운드리 업체로 더 많은 공급자를 선택하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플은 자사 공급망을 확실하게 통제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와 장기적인 협력 관계는 권력 다툼 속에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폭스콘, 현대차 자리 꿰찰까

36KR은 애플이 현대차에서 자동차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나면 폭스콘에 그 자리를 내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과 대만 폭스콘 간 유대관계는 다른 곳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년간 애플과 협력한 폭스콘은 그동안 숱하게 애플에 대한 충성심 시험도 받았지만 이를 무사히 통과했다. 서로 이제는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하는 수준이다.

애플의 자동차 생산 방식이 아이폰 생산 방식으로 회귀하면 애플은 간단하게 순수 하청생산업체에 자동차 생산을 맡길 수 있고, 그럴 경우 의심할 바 없는 최우선 사업자 후보가 바로 폭스콘이다.

폭스콘은 마치 이를 대비하듯 자동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홍하이테크놀러지 데이 행사에서 폭스콘은 전기차 진입을 공식화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폭스콘은 MIH 전기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오픈 플랫폼을 공개했다.

하드웨어 플랫폼은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 전륜구동, 후륜구동, 4륜구동 자동차 모델에 적용이 가능하고, 파워트레인 보존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폭스콘은 밝혔다.

폭스콘의 MIH 오픈 플랫폼은 말 그대로 개방형 전기차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이 플랫폼을 토대로 전기차에서 부피가 큰 부품들을 설계해주면 폭스콘이 이 부품을 플랫폼에 장착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도록 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 회사, 저 회사 가릴 것 없이 규격만 맞으면 어느 자동차 회사 부품이건 가져다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폭스콘은 전기차 업체들이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이 플랫폼을 설계했다. 폭스콘은 현재 자동차 업체 여러 곳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 플랫폼을 토대로 약 30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애플카 파운드리 업체가 되기 위해 예행연습을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다르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들고 나와 시장 판도를 아예 바꿔놨다

전기차에서도 같은 성과를 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성공과 달리 자동차는 그리 만만한 산업이 아니다.

아이폰과 운송수단으로서 자동차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관련 응용 분야도 훨씬 넓고, 복잡하다. 자동차 구조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복잡한데다 정교하다. 조립 부품 수도 비교가 안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자동차는 안전성과 품질 안정성 기준도 매우 높다.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제품이 만들어지면 최소 수천 킬로미터, 길게는 수십만 킬로미터 시험운전을 거쳐야 한다.

자동차는 일단 팔리면 사막부터 열대지방, 극지방의 혹한 등 다양한 환경과 기상조건에서 수십년간 운행돼야 한다.

이때문에 대량생산 전에 충분한 안전성 검사가 필수적이다.

애플, 현대차와 이번 협상이 사실상 대량생산 마지막 기회

36KR은 이처럼 자동차는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과 달라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현대차와 이번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않게 되면, 이번이 애플에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2024년 자동차 시제품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시간계획은 빠듯하다. 이때까지 시제품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데다 설령 시제품이 나와도 이후 가시밭 길이 펼쳐진다.

대량생산 전 예비시험에 2~3년이 걸리고, 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해도 2028년 시장에서 다른 업체들의 자동차와 제대로 경쟁하지 못할 수도 있다.

36KR은 애플에 이제 남은 시간은 거의 없다면서 전기차가 본격화하는 시기에 제때 대량생산에 들어가려면 이번에 현대차와 협상하는 것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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