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전기차 보급률이 20만대를 넘어섰다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보급률은 0.8%에 불과하다.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편리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전기차 구매에 선뜻 나서기에는 기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무공해차 보급 의무비율까지 지정하며 전기차 보급에 나서고 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기반시설인 전기차 충전소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지난 1월28일부터는 전기차충전소 개정안도 시행했다.
새롭게 시행되는 전기차충전소 개정안은 100가구 이상의 신축아파트인 경우 총 주차면수의 5%를, 구축아파트의 경우에는 2% 이상의 공간에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법안이다. 이전까지는 신축아파트에만 전기차충전소를 설치해야 했지만, 개정안에서는 구축아파트도 전기차충전소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시행되는 전기차충전소 개정안은 여전히 허술하다. 산자부가 해당 개정안을 시행했지만, 관할부처 중 한곳인 환경부는 아직 전기차충전소 설치와 관련 가이드라인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전기차 충전소 설치 업체에 대한 부분이다. 전기자동차협회는 전기차 충전소 의무 설치 대수 기준과 설치 업체의 자격, 그리고 향후 운영에 대한 부분에 대해 관할부처인 환경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환경부가 맡고 있어서다.
하지만 환경부는 아직까지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관련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가이드라인을 내놓기에 앞서 법 시행이 먼저 이뤄졌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오는 5월에서야 관련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설치업체 선정규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법이 시행되고 관련법의 기준이 차후에 보완되다보니 전기차 소유주들은 답답할 노릇이다. 개정안의 시행으로 빠르게 전기차 충전소가 확충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작 관련부처들의 엇박자로 인해 충전소 설치는 더 미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자부와 환경부는 기관소개란에 모두 '국민과 소통하는'이란 대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기차 충전소 설치와 관련한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국민이 아닌 부처 간 소통이 더 중요해 보인다. 부처간 소통이 먼저 돼야 행정오류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