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은 참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그렇지 않게도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꺼낸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이야기가 나온 지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실효성’이 항상 지적됐는데, 사실 문제는 ‘효용성’에 있다. 몇 마리 미꾸라지 때문에 호수에다 정수기를 놓는 것, 이 자체가 에너지 낭비며 감정 소비다.
어쨌든 이제 이 법안도 가닥이 잡혔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8000만원 이상의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기로 했다. 그 이하는 취급하지 않는다. 금수저 아들이 포르쉐를 타고 나가면 창피해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말 이걸 막기 위해서 그 큰 노력을 쏟아내야 했던 것일까? 사설탐정에게 의뢰해 그 ‘일부’를 발라내고 포상금을 ‘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정말 ‘할많하않’이다.
앞으로 많은 포르쉐 차량이 연두색 번호판을 달거나, 그게 아니라면 포르쉐코리아의 실적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어디 포르쉐뿐이겠나. 최근 판매량이 고공 행진했던 BMW, 벤츠, 벤틀리,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등 흙수저는 쳐다보기도 힘든 차들이 대상이 된다. 시장 가능성을 보고 새로 들어온 로터스와 같은 수억원짜리 슈퍼카를 파는 브랜드도 난감하다.
이쯤 되면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바로 ‘소비 위축’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 돈을 물 쓰듯 써야 경기가 살지 않을까? 살 사람이라면 ‘개의치 않는다’라고도 말하겠지만, 의외로 있는 사람들이 더한 법이다. 애초 법인차 문제가 불거졌던 것부터 있는 자들의 자린고비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아니면 아니지 이들은 분명 다른 편법을 연구할 것이다. 지금 생각나는 건 파란색 번호판으로 가리는 방법이다.
결국, 이 연두색 번호판 법안은 그저 대선 공약을 위한 단발적 연막에 불과했다는 말이다(효력을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만 봐도 이 가설이 충분한 설득력을 싣는다). 이번 김포의 서울 편입 문제도 마찬가지 견해로 보는 정치인들이 있다. 여러 방향으로 기자 역시 반대 의견이다.
한 예로 전기차 보조금을 들여다보면 재미가 있다. 승용 전기차를 사면 김포시는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최대 1030만원을 주지만, 서울시는 830만원으로 200만원 적게 준다. 많은 김포 시민이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데도 말이다.
대중교통에서도 큰 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부동산 시세도 드라마틱한 변화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강서 일부 지역을 보면 짐작이 된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돼서 좋을 건 서울시민이라는 알량한 자부심뿐이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세금을 걷어간다는 것… 만약 김동연 지사가 인간적으로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찬성 의견에 적극 지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