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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EV시장 ‘블록 대결’ 시대로.. 미국·EU 견제에 중국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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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EV시장 ‘블록 대결’ 시대로.. 미국·EU 견제에 중국 반격

미국 "값싼 중국산, 미국 자동차 산업 혼란 허용 안 할 것"
중국 상무부 장관은 유럽 순방, EU의 보조금 조사에 반격
미국·EU, 중국 차 진입 막을 관세 등 ‘보호주의 장벽’ 구축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4-04-09 09:30

악수하는 미국 재무장관과 중국 부총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악수하는 미국 재무장관과 중국 부총리 사진=연합뉴스
[글로벌모터즈 이정태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중국산 전기자동차(EV)의 미국 시장 진출에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자동차 시장에 홍수를 일으키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값싼 중국산 수입품이 미국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맞서 중국 상무부 왕문타오 장관은 유럽 순방을 시작하며 EU의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대해 반격에 나섰다. 왕 장관은 중국 EV 제조업체들이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EU의 조사를 "보호주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놓고 미국·EU와 중국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블록을 형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 블록은 자체 규제와 기술 표준으로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고, 블록 경제 형성하는 것이다.

중국 EV 보조금 실태


중국 정부는 2023년부터 EV 보조금을 30%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성숙과 자국 EV 산업 경쟁력 강화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은 EV 모델별로 차등화된 보조금 지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순항거리 300km 이상의 EV는 최대 1만2600위안(한화 2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순항거리 400km 이상의 모델은 최대 1만8000위안(한화 290만원)까지 지원받는다. 한편, 순항거리가 짧거나 성능이 낮은 모델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원금이 크게 줄어든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 효율, 안전성, 충전 속도 등 다양한 기술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에너지 소비 효율 기준을 강화하고 안전성 관련 요건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저렴한 EV 생산보다는 기술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 EV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EV 산업 성장과 시장 상황에 따라 보조금 정책을 지속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EV 시장 성장과 기술 발전에 따라 중국 정부는 점차 보조금 지원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EV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고성능 모델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

중국 무역항에서 선적을 위해 대기 중인 전기차 사진=AFP/연합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무역항에서 선적을 위해 대기 중인 전기차 사진=AFP/연합


중국 EV, 세계 시장 석권


2023년 기준,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53%를 차지하며 미국(27%), 유럽(20%)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는 중국이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시장의 경우 중국 EV는 점유율 20%로 2022년 11%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중국 EV가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이며 자동차 강국 독일에서도 중국 EV의 점유율은 2023년 15%를 차지했다. 독일 정부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EV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EV 판매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V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중국 EV의 시장 점유율이 10~12%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시장은 중국의 독무대다. 중국은 2023년 러시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EV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호주에서 중국 EV의 시장 점유율이 35%를 기록했고,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경제 성장이 빠른 동남아 국가들에서 40%에 육박했다. 떠오르는 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 브라질에서는 중국 EV의 시장 점유율이 25%를 차지했다.

미국·EU ‘보호주의 장벽’ 구축, 중국에 반격


중국산 EV의 세계 장악에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EU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EV 산업 육성을 위해 ‘Build Back Better’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산 EV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EU는 자국 EV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규모를 확대하고, 중국 EV 기업들의 안전 및 환경 기준 준수 여부에 대한 검사를 강화했다.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새롭게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자국 EV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새롭게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자국 EV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중국 기업들의 미국과 EU 기업 인수 및 투자를 제한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뮌헨 모빌리티쇼’(IAA 모빌리티 2023)에서 중국 자동차 제조사 BYD 부스에 모인 관람객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뮌헨 모빌리티쇼’(IAA 모빌리티 2023)에서 중국 자동차 제조사 BYD 부스에 모인 관람객들. 사진=연합뉴스


미국·EU 보호주의 강화, 예상되는 파장


미국·EU의 보호주의 정책 강화는 시장 분열, 가격 상승, 기술 개발 경쟁 심화, 소비자 선택 제한 등 세계 EV 시장에 ‘다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EU와 중국은 서로 다른 EV 시장 블록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각 블록은 자체 규제 및 기술 표준을 마련하여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다. 블록 경제 형성은 글로벌 EV 시장 성장을 둔화시키고,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

서구 vs 중국 블록 경쟁은 EV 기술 개발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각 블록은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여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블록 경쟁은 EV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기술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보호주의 정책은 EV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중국 EV 선택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가격 상승은 EV 보급 확대를 잠재적으로 둔화시킬 수 있다.

소비자들은 특정 블록 내 EV 모델만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블록 간 EV 모델 비교가 어려워지고, 소비자 선택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선택 제한으로 인해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


이정태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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