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4일 인천 인스파이어 호텔&리조트에서 골프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틸 셰어 폭스바겐코리아 대표가 신차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폭스바겐코리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는 소형차 시장이 지금보다 더 활발했다. 경차와 준중형차가 주를 이뤘고, 준중형 세단을 기반으로 한 해치백 모델들도 등장했다. 현대자동차의 엑센트 해치백, 기아의 프라이드 해치백 등이 대표적이다. 이 시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단연 폭스바겐 골프였다. 골프는 ‘해치백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수입차 시장에서도 꾸준히 사랑받았다. 2000년대 이후 수입차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BMW 1시리즈, 푸조 308, 미니 쿠퍼 등 다양한 해치백 모델이 선보였고, 해치백은 소형차 시장에서 하나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SUV와 전기차 시대, 사라지는 해치백
하지만 국내 해치백 시장은 SUV의 거센 공세와 함께 빠르게 위축됐다. 국내 소비자들은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SUV로 눈을 돌렸고, 해치백의 강점이었던 실용성과 주행 성능이 점차 빛을 잃기 시작했다. 완성차 브랜드들도 이에 맞춰 해치백 라인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단종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산 브랜드를 보면 현대차 i30는 2020년 이후 국내에서 판매가 중단됐고, 기아의 씨드(ceed) 역시 해외 시장에 집중하며 국내 출시를 포기했다. 한국GM의 크루즈 해치백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단종되면서, 현재 국내에서 국산 해치백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해외 브랜드들도 국내 시장에서는 점점 해치백을 철수시키고 있다. BMW 1시리즈는 세단형인 2시리즈 그란쿠페로 대체됐고, 벤츠 A-클래스 해치백 역시 판매량 부진으로 인해 시장에서 사라졌다. 여기에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해치백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폭스바겐 골프는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해치백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골프는 디자인, 성능, 첨단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되며 ‘여전히 해치백의 정석’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골프의 부분변경 모델이 이렇게 주목받는 것은 단순한 신차 출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치백이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해치백은 단순한 실용성을 넘어, 컴팩트한 차체에서 오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도심에서의 기동성, 유럽식 감각의 디자인 등으로 여전히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번 골프 출시를 통해 여전히 해치백 시장이 살아 있음을 강조하며, 해치백이 SUV 일색인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해치백이 과거처럼 내연기관 모델 중심으로 부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전동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오면서 해치백 스타일의 전기차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의 ID.3는 ‘전기차 시대의 골프’로 불리며, 해치백 스타일의 전기차가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임을 증명하고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 기아의 EV3 역시 전기차 기반의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채택하면서 해치백의 디자인과 실용성을 일부 계승하고 있다. 해치백이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전동화 시대에 맞춰 또 다른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골프가 던진 메시지, "해치백은 죽지 않았다"
골프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의 등장은 단순한 신차 발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해치백이 국내 시장에서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해치백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는 골프는 SUV 중심의 흐름 속에서도 다른 선택지가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해치백 시장이 과거처럼 부흥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 맞춰 해치백 스타일이 새롭게 재해석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골프는 해치백의 역사이자 미래를 함께 써 내려가고 있으며, 이번 부분변경 모델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