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완성차 Top5' 전략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중국·일본 자동차시장에 다시 도전한다. 현대차그룹에게 아픈 손가락인 중국과 일본시장에서 재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35만2000대(도매 기준)에 불과하다. 2016년 179만대를 판매했던 것과 비교하면서 단 5년 새 실적이 반토막도 아닌 1/5로 쪼그라든 셈.
재계에서는 일단 2016년 전후 정부가 전격 배치를 시작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두)로 인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승용차에서 대형 SUV로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높아지고 있던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대응할만한 모델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중국 시장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상황은 더 치명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지만, 초라한 실적을 남기고 2009년 완전히 철수했다. 8년의 기간 동안 누적판매량이 1만5000여대일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일본 자동차시장은 수입차들에게는 최악의 환경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5.4%에 그칠 정도로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시장점유율 4위(8.7%·유럽자동차공업협회 기준)를 기록했으며, 북미시장에서는 혼다를 밀어내며 TOP5 진입을 준비 중이다.
정의선 회장 등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이 같은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 시장에 맞춤형 전략을 내놨다. 중국 시장에는 미국 제이디파워(JD파워)에서 품질지수 1위를 차지한 '기아'를 선봉장을 내세우는 반면, 일본시장은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넥쏘 등 무공해차(전기차·수소차)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기아의 중국 사업구조를 재편하기도 했다. 2002년 중국 진출 당시 기아(50%)-둥펑자동차(25%)-위에다(25%) 구조의 둥펑위에다기아를 설립했는데, 위에다그룹이 둥펑자동차의 지분을 인수해 기아-위에다 체제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고 밝힌 것이다. 기아는 이번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브랜드 고급화에 나설 계획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2000년대 초반 공개했던 글로벌TOP5 전략 공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유독 중국과 일본에서는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면서 "정의선 회장이 연초 중국과 일본에 대한 맞춤형 전략을 결정한 만큼 중일 자동차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