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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왜 전기차 시대에 뒤처지나?..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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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왜 전기차 시대에 뒤처지나?.. 3가지 이유

큰 차, 저렴한 연료, 정치적 논란이 전환 속도 늦춘다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4-09-21 09:05

(위) 포드 F-150, (아래) 테슬라 모델Y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위) 포드 F-150, (아래) 테슬라 모델Y 사진=각사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와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도심과 농촌 지역의 이동 중 발생하는 배출량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하지만 전 세계가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는 가운데, 미국은 그 속도가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더딘 편이다. 단순비교를 해보면 유럽은 전기차 판매 점유율이 20%를 넘었으며 노르웨이와 같은 일부 국가는 신차 판매 80% 이상이 전기차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역시 25% 전기차 판매 점유율을 자랑한다. 반면 미국은 같은 시기 전기차 판매 비중이 7%에 불과했다. 8%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보다도 적은 수치다.

픽업으로 본다면 더 인상적이다. 지난해 픽업트럭은 1441만2617대 판매를 기록했다. 반편 전기차는 이에 8.03%인 115만8208대 판메에 그쳤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 성장은 왜 이렇게 더딜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큰 차, 큰 도로, 그리고 인프라의 문제다. 미국은 SUV와 픽업트럭의 본고장으로 넓은 국토와 방대한 농촌 지역을 돌아다니기 위해 더 큰 적재 공간과 강력한 엔진을 갖춘 차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 소비자들은 대형차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2023년 기준, 미국에서 판매된 SUV의 평균 무게는 4969파운드(2254kg), 픽업트럭은 5840파운드(2650kg)에 달했다. 이처럼 큰 차를 움직이려면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요소들이 미국에서 대형차와 내연기관 차량의 인기를 지속시키고 있는 것.

전기차로의 전환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물리적, 문화적으로 전환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방대한 국토에 걸쳐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2023년 기준, 유럽은 50만 개 이상의 충전소가 운영 중인 반면, 미국은 14만 개 수준에 그쳤다. 충전소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전기차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 또한, 대형 엔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작은 전기 모터로 이끌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저렴한 연료 가격이 또 다른 전기차 성장 저해 요인이다.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은 연료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휘발유와 디젤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며, 이는 내연기관 차량을 운영하는 데 큰 비용 부담이 없다는 뜻이다.

2024년 2월 기준, 프랑스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약 7.50달러(1리터당 약 2630원)에 달한 반면, 미국은 3.49달러(리터당 1160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저렴한 연료 가격은 전기차로 전환할 경제적 유인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차 생산의 법적 장벽도 문제로 제시되고 있다. 유럽과 중국은 강력한 환경 규제와 함께 전기차 보급을 위한 보조금, 세금 감면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전기차 보급에 대한 연방 차원의 일관된 정책 지원이 부족했고, 최근에서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전기차 제조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며, 자국 내 전기차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의도와 달리, 배터리 전기차(BEV) 생산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에서 배터리 제조 및 원자재 공급망을 중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한을 가하는 것은 테슬라,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급망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생산이 지연되고,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논란이 가져오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전기차는 주요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IRA를 통해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일부 정치권에서는 전기차를 중국과 연결 짓는 강한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전기차 전환 계획을 연기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요인들이 얽혀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전기차 전환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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