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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 냄새 맡은 럭셔리 수입차 브랜드 태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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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 냄새 맡은 럭셔리 수입차 브랜드 태세 전환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4-10-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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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브라운관에서 10만불 수출의 탑을 달성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뛸 듯이 기뻐하던 아버지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리고 한국은 축배의 잔을 들었다. “우리는 해냈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외신에서는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렸다’고 비웃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우리는 극복했다. 지금은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교육 수준도 높아져 선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만큼의 날카롭고 예리한 분석도 내놓는다.

안정권에 들어왔다. 기자에게는 그걸 증명하는 척도가 보였다. 잉여와 사치의 상징인 럭셔리카가 동시다발적으로 고개를 들어서다. 그들의 분석은 누구보다 날카롭고 정확하다. 돈이 있는 곳에 매대를 펼친다. 롤스로이스, 로터스, 애스턴마틴, 마세라티, 마이바흐, 벤틀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페라리 등 수억원을 호가하는 초호화 럭셔리 차들이 이 작디작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켰다. 전동화는 적에게 다가가 머리를 따기 위한 연막에 불과하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로터스와 애스턴마틴은 메가딜러를 앞세워 한국 시장 공세에 나섰다. 각각 코오롱모빌리티그룹과 도이치오토모빌그룹이다. 이탈리안 럭셔리 마세라티 역시 변화가 있었다.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이지만, 국내에서는 별도 법인을 갖고 마세라티코리아의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다. 총책은 일본 책임을 겸한 다카유키 기무라다. FMK에서 빠져나온 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다. 레이싱 홍의 한성을 중심으로 한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BMW에게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매출이 아니라 이윤이다. 하이엔드급 브랜드 마이바흐의 실적을 끌어 올리며 순수익에서는 수입차 1위를 차지했다.

벤틀리,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은 심리전에 나섰다. 효과 좋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마케팅에 힘을 싣는다. 이제 찐 부자들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소득 수준이 높아진 새로운 고객층을 계몽하려고 한다. 페라리는 지난 5년 전과 비교해 대략 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략 해마다 1000대 이상을 더 팔고 있다. 주문하면 제작에 들어가는, 아무나 살 수 없다는 브랜드로서는 다분히 의도적인 성장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 어디서라도 소비가 늘어나면 좋은 일이지만, 너무 과하다 보면 수익성을 쫓게 되고 시장 불균형이 찾아올 수 있다. 찻값의 상향 평준화를 부추긴다는 말이다. 수익 또한 엄한 곳에 돌아가는 데, 지금껏 K-콘텐츠로 고생하며 벌어들인 외화가 샴페인을 따는 데 다 써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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