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독일 헤델핑겐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생산공장에 발을 디뎠다. 이곳은 원래 내연기관 자동차의 변속기를 생산하던 공장이었지만, 전동화 시대에 맞춰 철저한 교육과 설비 변경을 거쳐 최첨단 배터리 생산시설로 거듭났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하고,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셀과 모듈의 내재화를 위해 벤츠가 심혈을 기울이는 장소다.
배터리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자동화된 공정과 곳곳에서 작업 중인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1만6500㎡ 규모의 공간에 배치된 약 300m 길이의 생산라인은 리튬 이온 배터리 팩을 만드는 70여개의 전동화 스테이션으로 구성돼 있다. 벤츠의 핵심 전기차 모델인 EQS와 EQE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이 이곳에서 생산되며, 한국 시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모델의 배터리 역시 이곳에서 탄생한다.
벤츠 관계자는 "배터리 모듈의 품질 보증 공정은 특히나 까다롭다"며, “각 배터리는 누수 테스트와 전기 시험 등 3000개 이상의 점검항목을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3~4시간. 단순한 생산을 넘어, 최상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벤츠가 얼마나 세심하게 공정을 관리하는지 보여주는 단계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한국에서도 판매된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해 벤츠가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따로 마련된 인터뷰에서 한국 취재진의 질문도 날카롭게 쏟아졌다.
벤츠 관계자는 "화재 사고 이후, 해당 배터리의 생산 이력과 공정 자료를 본사로 제출했으며, 이 모든 자료는 30년간 보관된다"며 배터리에 대한 품질 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터리 셀의 구체적인 공급사인 CATL과 파라시스에 대한 질문에서도 마찬가지, 철두철미한 공정으로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일관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배터리 전략은 생산, 연구·개발, 재활용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있다. 헤델핑겐 배터리 공장은 이러한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문을 연 배터리 재활용 공장과 연구개발센터 ‘e캠퍼스’를 연결해 배터리의 생애주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순환 구조를 완성하려는 목표가 있다.
이번 방문에서 만난 벤츠 배터리 개발 총괄 우버 켈러 박사는 "배터리 기술은 벤츠의 DNA가 담긴 핵심 요소이며,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로 나아가는 과도기 동안 시스템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같은 주요 시장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배터리의 산업화와 양산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벤츠는 배터리 기술을 완전히 내재화해 자사 전기차에 대한 품질과 안전성을 극대화하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이를 위해 배터리 셀부터 모듈, 팩, 그리고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벤츠는 한국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을 통해 북미 시장을 위한 배터리 공급을 예정하고 있으며, 2038년까지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헤델핑겐 공장은 이러한 벤츠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의 최전선에서 작동하며, 벤츠가 전기차 기술을 진일보시키기 위한 '장인정신'의 상징이 됐다. 현장에서 목격한 빈틈없는 품질 관리와 꼼꼼한 공정은 벤츠가 안전성을 위해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자리가 된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