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차, 터프한 차, 레저를 즐기기에 좋은 차, 오프로드 차가 요즘 뜨는 키워드다. 연관 검색어는 '품격'이다. 그냥 그저 크기만 한 차보다는 고급스럽게 큰 차가 선호된다. 레저는 그 자체가 잉여로움을 표현하는 활동, 게다가 오늘 흙탕물에 뒹굴러도 내일이면 깔끔한 수트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할 수 있는 그런 차가 요즘 인기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 12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G-클래스의 오프로드 익스피리언스 데이 행사를 미디어 대상으로 진행했다. 행사장은 지난 10월 오픈한, 기존 AMG 서킷 바로 옆 2만6000m² 규모로 조성된 오프로드 코스를 메인으로 했다. 이곳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삼성물산과 제휴해 마련한 두 번째 차량 체험 공간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며, 국내 유일하게 실제 자연 지형을 보전하고 활용한 코스다.
이참에 등판한 선수는 신형 G-클래스 디젤 버전인 G450d와 순수 전기차인 메르세데스-벤츠 G580 위드 EQ 테크놀로지 두 모델이다. 국내 판매 라인업은 G63 AMG가 포함되지만, 해당 모델은 내년 초에 합류할 예정이다.
우선 난도가 매우 높다고 하는 G-클래스 전용 코스는 인스트럭터의 안전한 택시 드라이빙 하에 구형 G63 AMG 모델로 진입했다. 코스 초입부터 감기던 졸린 눈이 떠졌다. 난공불락 '벽'으로 착각했던 언덕을 타고 넘어갔다. 진입각도 이탈각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빠르게 대시하고 가뿐하게 고개를 넘으면 진짜 '찐' 자연 '숲속 코스'가 펼쳐진다. 관계자는 이 코스를 만들 때 자연 경관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꾸몄다고 했다. 실제 코스 중간중간 뻗어 나온 나뭇가지들은 마치 루프에 닿을 것만 같았다. 나무들 사이사이는 간격이 너무 좁아 통과 가능 여부가 아리송할 정도였다.
이후 기자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들어간 코스는 '스포츠유틸리티차' 코스다. 여기는 총 3개의 각기 다른 노면 및 각도의 슬로프에서 오르막과 내리막 주행을 경험해볼 수 있다. 바위, 모델, 자갈 등 다양한 지면이 펼쳐져 있고 노면은 벽돌 등을 활용해 차가 최고의 접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텍스처를 갖췄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도 미리 예방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측면 기울기를 체험할 수 있는 코스에서는 대략 30도 정도에서 정차하고 출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기분 탓일 수 있으나 경사로에서는 경쟁모델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위화감도 덜했다. 여기서 또 빛을 발했던 것은 G580의 오프로드 능력이다. 강력한 모터의 힘으로 35도에 육박하는 경사로를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서도 등반했다.
이날 또 다른 볼만한 구경거리는 G580의 제자리 돌기 퍼포먼스다. 네 개의 강력한 모터가 캐빈 아래에서 재주를 부린다. 사용법은 젖은 노면이나 흙밭 등 가급적 제법 잘 미끄러질 수 있는 환경에서 주행모드를 '자갈밭'으로 변경, 로우 기어를 체결하고 제자리턴 버튼(디퍼런셜락을 설정)을 눌러두면 준비는 끝난다. 스티어링 휠 뒤편 패들시프트를 +나 -로 조절해 회전할 방향을 결정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알아서 돌기 시작한다. 3.5톤의 차량 무게를 억지로 돌리는 만큼 타이어나 하체의 부담감이 큰 편이니 일상에서 사용을 권고하지는 않는다.
코스가 조금 짧은 게 아닌가? 살짝 아쉬워할 때 즈음 스피드웨이어 서킷에서 A45, CLA, SL AMG들로 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준비한 일종의 체험 올인원 패키지 상품인 셈이다. 일반에게는 오프로드 프로그램으로 포함돼 있지 않지만, AMG만을 느낄 수 있는 별도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니 언제든 신청해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