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랠리 선수권 대회(WRC)가 최근 아시아권 소비자들에게 이목을 끌고 있다. WRC는 극한의 환경에서 자동차와 드라이버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기술력을 뽐내는 중요한 장이다. 현재 WRC는 토요타, 현대, 포드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 브랜드는 전동화와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토요타자동차그룹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모터스포츠를 계기로 두 차례 회동하며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회장은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나 모터스포츠 분야의 협력 의지를 다졌고, 이어 지난 24일 일본에서 열린 WRC 일본 랠리에서 다시 만나 양사의 고성능 브랜드와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다. 이러한 만남은 두 기업 간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며, 향후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부터 WRC는 친환경성을 강화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도입하며 랠리원(Rally1) 클래스를 새롭게 정의했다. 현재 WRC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량 중 하나는 토요타 GR 야리스 랠리원(Yaris Rally1)이다. 이 차량은 토요타 GR 야리스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1.6ℓ 터보 엔진과 100kW 하이브리드 모터를 조합해 약 500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높은 내구성과 핸들링 성능으로 여러 차례 챔피언십 타이틀을 차지하며, WRC 무대에서 토요타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i20 N 랠리원(Rally1)으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의 i20 N을 기반으로 설계된 이 차량은 강력한 성능과 함께 현대의 고성능 N 라인업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특히 현대차는 WRC에서 다양한 지형에 맞춘 전략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포드의 푸마 랠리원(Puma Rally1)은 독특하게 소형 SUV 디자인을 채택한 차량이다. MQB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기술과 가벼운 차체 설계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WRC는 스바루, 시트로엥, 폭스바겐 등 전설적인 제조사들의 경쟁으로 화려했던 시절도 있었다. 시트로엥은 C4 WRC와 DS3 WRC를 통해 세바스티앙 로엡과 함께 황금기를 누렸다. 폭스바겐은 Polo R WRC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WRC를 지배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 스바루의 임프레자 WRX STI는 1990년대 랠리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콜린 맥레이와 같은 전설적인 드라이버의 활약은 랠리의 세계로 팬들을 불러 모았다. 미쓰비시는 랜서 에볼루션 시리즈로 WRC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들 브랜드는 현재 WRC를 떠났지만, 여전히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차량으로 기억되고 있다.
현재 WRC는 랠리원 클래스뿐만 아니라 하위 클래스인 WRC2와 WRC3도 운영되고 있다. 이 클래스들에서는 스코다, 폭스바겐, 푸조 등의 브랜드가 활약 중이다. 특히 스코다의 파비아 RS 랠리2(Fabia RS Rally2)는 고객용 랠리카로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이러한 고객용 차량들은 각 제조사의 기초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되며, WRC의 다양한 클래스에서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WRC는 F1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모터스포츠 대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 두 대회는 목표와 환경, 기술적 초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F1은 전략적인 피트 스탑과 팀워크가 성패를 좌우하는 반면, WRC는 드라이버의 순발력과 판단력, 그리고 코드라이버의 완벽한 네비게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F1이 공기역학과 첨단 기술이 집약된 서킷 위에서 최고 속도를 추구한다면, WRC는 산악, 설원, 비포장 도로 등 다양한 환경에서 차량의 내구성과 적응력을 시험한다. 이러한 점에서 WRC는 일상적인 도로 환경에 더 밀접하게 연관된 기술을 개발하며, 양산차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