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의 전기 SUV 아토 3가 드디어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사실 누군가에겐 오랜 기다림이었다. 초기 구매 비용 부담 때문에 전기차를 망설였던 이들이 꽤 많다. 아무리 싸다고 할지라도, 보조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3000만원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브랜드 중에서는 기아 레이 EV와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이 가장 싼 가격이다. 최저는 약 2740만원인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278~315km를 달릴 수 있는 42~49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그나마 가성비가 좋은 쪽에 속한다. 참고로 같은 가격에 레이 EV의 경우 35.2kWh 용량으로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고 제원상 주행가능 거리 205km를 기록한다.
아토 3는 60.48kWh 용량의 BYD 블레이드 배터리(리튬 인산철)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321km(복합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150kW(약 204마력) 출력의 전륜구동 모델이며, 최대 토크는 310Nm로 일반적인 도심 주행에서 충분한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기본 모델이 3150만 원, 상위 트림인 플러스 모델이 3330만 원으로 책정됐다.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0만 원대 후반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대목만 본다면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비교적 짧은 브랜드 이력으로 디자인의 숙성도가 떨어지며 충전 속도 즉, 20~80% 급속 충전에 약 30분이 소요돼 비교적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우선 외관 디자인은 BYD의 글로벌 디자인 총괄인 볼프강 에거가 지휘했다고 한다. 람보르기니와 아우디를 일부 디자인한 인물인데, 홈구장을 떠나 BYD에서의 그의 첫 행보는 기아에서 타이거 페이스로 돌풍을 일으켰던 피터 슈라이어를 연상케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아토 3에는 ‘드래곤 페이스’ 콘셉트가 적용됐다. 스포티하면서도 개성 있는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조금 과한 건 사실이다. 특히, 실내는 피트니스와 음악을 테마로 한 독특한 디자인이 독창적인데, 도어 패널에 실제 기타줄을 형상화한 수납공간이 배치되는 등 실내 곳곳에 차별화된 감각이 반영됐다.
디자인과는 달리 기술력은 ‘흉내’라는 범위를 넘어 또 다른 이야기를 전개한다. 시승을 통해 확인한 첫인상은 ‘기본기에 충실한 전기 SUV’라는 점이다. 주행 시 소음과 진동 억제력은 준수하며, 하체 세팅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편이다. 승차감이 편안한 만큼 다이내믹한 주행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피드백은 국산 전기 SUV와 비교했을 때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있다. 무거운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촐싹된다는 느낌이다.
편의 사양에서도 역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12.8인치 회전형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디지털 클러스터, 무선 충전 패드, 스마트키, V2L 기능 등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여기에 약 200만원 돈을 더하면 3D 서라운드 뷰 모니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등 주행 보조 시스템도 대거 탑재되며 심지어 통풍시트까지 적용돼 나온다. 이정도면 편의장비를 절대적으로 따지는 한국 소비자들을 홀리는 데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아토 3의 국내 시장 진출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의 소비자 반응에 달려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전기 SUV지만, ‘국뽕’ 이외에도 브랜드 신뢰도와 AS 네트워크 확충이 과제로 남아 있다. BYD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