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이코노믹 이정경 앵커가 레인지로버 SWB P550e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남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외곽도로에 들어선 순간, 레인지로버 SWB P550e는 마치 ‘움직이는 안식처’처럼 느껴진다. 시동 버튼을 눌러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특유의 정숙한 전기 모터 주행. 대형 SUV의 무게가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 차의 핵심은 이름 속 숫자다. '550'은 시스템 합산 출력 550마력을 뜻한다. 3.0ℓ 직렬 6기통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과 105kW 전기모터가 조화를 이뤄, 이 거대한 차체를 시속 100km까지 단 5.4초 만에 밀어붙인다. 무게감 있는 가속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품위가 있다. 스포츠카의 날카로움보다는, 잘 단련된 무술 고수가 손끝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느낌에 가깝다. 레인지로버는 빠르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라 품격 있게 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숙함은 도심에서 더 빛난다. 저속 구간에서는 완전히 전기 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니 출퇴근길의 지루함조차 사라질 것 같다. EV 모드로만 최대 약 12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는 점도 실용적이다. 전기 충전만으로도 하루 일과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차는 럭셔리 SUV의 미래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평일의 출퇴근, 주말의 근교 나들이까지 굳이 엔진을 깨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레인지로버는 여전히 ‘왕좌’를 내놓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구름 위를 미끄러지는 듯하고, 실내는 가죽과 우드, 금속 마감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다. 앞좌석은 물론이고, 뒷좌석에 앉으면 ‘오토바이오그래피’라는 이름이 왜 특별한지 깨닫게 된다. 버튼 하나로 리클라이닝이 되고, 마사지 기능이 작동하며, 전용 헤드폰과 함께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승자를 감싼다. 그야말로 영국식 럭셔리의 정수다. P550e 오토바이오그래피는 짧은 휠베이스 모델이지만, 1열과 2열 모두 ‘퍼스트 클래스’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가 자동으로 몸을 감싸고, 13.1인치 리어 디스플레이와 리클라이닝 시트가 후석 탑승자의 시간을 우아하게 흐르게 한다. 34개 스피커의 메리디안 시그니처 사운드 시스템은 단순한 음악을 예술로 바꿔놓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차량이 단순한 럭셔리카를 넘어 ‘조용한 퍼포먼스 머신’이라는 것이다. PHEV 시스템은 출력과 효율, 정숙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도심에서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고속도로에서는 강력한 출력을 쏟아내며 ‘플래그십 SUV는 이렇게 달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한다.
운전 질감은 묵직하면서도 유연하다. 에어 서스펜션은 부드럽게 차고를 조절하고, 4륜 조향 시스템은 좁은 골목길에서도 놀라운 회전 반경을 보여준다. 대형 SUV지만 운전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보다 가깝고 편안한, 웅장한 친구 같다. 그리고 이 차의 진짜 능력은 포장도로 밖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레인지로버 P550e는 전동화 시대의 럭셔리 SUV이자, 여전히 ‘진짜’ 오프로더다. 인텔리전트 AWD 시스템은 전자식 토크 분배와 함께 노면 상황에 즉각 반응하고,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 2)은 바위길, 눈길, 모래 위까지 최적화된 설정으로 차체를 순식간에 준비시킨다.
수심 900mm의 도강 능력도 그대로다. 전기모터와 고전압 시스템이 들어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임에도, 배터리와 시스템의 방수 설계가 완벽해 진흙탕과 물길도 가볍게 넘는다. 장애물을 넘어설 때는 카메라와 센서가 결합된 3D 서라운드 뷰와 클리어사이트 그라운드 뷰 기능이 발군이다. 운전자는 굳이 고개를 내밀지 않아도 차체 하단 상황을 눈앞의 화면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약 2억6000만 원부터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이 차를 타보면 단순히 비싼 게 아니라 ‘비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레인지로버 P550e 오토바이오그래피는 단지 고급 SUV가 아니다. 그것은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