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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지프의 '순수 시대' 어벤저, 한국서도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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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시승기] 지프의 '순수 시대' 어벤저, 한국서도 먹힐까?

작고 강렬한 SUV, 어벤저의 한국 도전기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4-09-06 09:05

지프 어벤저 사진=육동윤 글로벌 이코노믹 기자
지프 어벤저 사진=육동윤 글로벌 이코노믹 기자
거칠고 터프한 미국산 지프는 스텔란티스의 간판스타다. 그룹 내 16개 브랜드 중 가장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가격 정책만 괜찮다면, 수입차 1만대 클럽 진입은 걱정거리가 아니다. 반대로, 부드럽고 실용적인 프랑스 브랜드들은 아픈 손가락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있다. 그 이유를 바로 지프 어벤저에서 찾을 수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달 27일 미디어 시승회를 개최하고 어벤저의 매력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심이 가는 건 역시 스텔란티스의 다국적 확장성과 활용성을 등에 업고 전동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어벤저가 성공을 거두면 푸조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던 ‘찐’ 면목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벤저는 티저, 공개 이벤트, 해외 간접 시승 등 출시 전부터 떡밥은 이미 뿌려 놓은 상태지만 미끼의 진짜 상(狀)을 보게 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달리 인상에 따른 존재감 대비 실제 크기는 콤팩트하다. 차체 길이는 4085mm, 고작 4m에 불과하고 폭은 1775mm, 높이는 1560mm, 휠베이스는 2560mm일 뿐이다. 현재 전기차 리그에서는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4070mm, 1745mm, 1440mm, 2540mm의 푸조 e-208과도 거의 맞먹는 수준. 4305mm, 1770mm, 1550mm, 2605mm의 푸조 e-2008보다 작다.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보다는 크지만, 기아 EV3보다는 작다.

지프 어벤저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지프 어벤저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어벤저는 푸조 전동화 모델들과 플랫폼, 배터리 등 많은 주요 부품들을 공유한다. 살짝 넓고 높은 외관 디자인을 제외하면 푸조 e-208, 혹은 e-2008과 거의 같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전략형으로 내세운 이유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프의 막내를 갖 벗어난 레니게이드, 특히 뒷모습이 귀여운 이미지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리고 체로키를 닮은 전면의 좁은 세븐 슬롯 그릴은 날렵하고 강인한 인상을 전달하기에도 충분하다. 곳곳에 이스트 에그를 숨겨둔 것도 지프만의 기분 좋은 위트로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조금 다르다. 현지화에 인색했던 푸조보다는 세련됐다. 구성이 다른 만큼 따로 가져가야 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적용된 유커넥트5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10.25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현된다. 기교가 없는 심플한 구조로 돼 있는 데 실용성을 많이 따지는 유럽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물리적 버튼들이 많은 것도 하나의 실용주의적 결정, 트랜드와는 반대되는 포인트다.

주행 느낌은 매우 부드럽다. 54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이 115kW, 단순환산으로 약 140마력 승차감도 좋은 편이다. 전기차보다는 내연차 느낌의 주행감을 추구하려고 한 거 같다. 특히, 저속과 중속 정도, 도심에서 활발히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민첩함을 선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세제어는 매우 안정적이다. 그렇다고 하체가 너무 딱딱한 수준도 아니다. 방지턱을 넘을 때는 기분 좋은 쿠션을 느낄 수도 있고 이중접합 유리 등을 적용하지 않았음에도 실내 정숙성도은 괜찮았다. 모두 무게 감량에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회생 제동은 디폴트가 아니다. 가운데 대시 아래쪽 ‘D/B’라고 적힌 물리적 버튼을 따로 눌러줘야 한다. 감도도 세지 않으니 전기가 부족해질 때 한 번씩 쓰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비트가 흘러나오고 강인한 이미지이지만, 실내 공간은 협소하다. 적재함이 받은 할당은 적당한데, 제3의 탑승자를 위한 배려는 부족한 편이다. 론지튜드와 알티튜드 두 가지 트림으로 나오는데, 가격은 각각 5290만원, 5640만원이다. 보조금 100% 구간에 해당되지만 중국의 CATL 배터리와 통풍시트의 부재는 만족스러웠던 승차감에 만들 수도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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