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UV 시장이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토요타는 꾸준히 세단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캠리 하이브리드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자신감인가? 거창한 미디어 시승회는 없었다. 전설적인 캠리의 매력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있었을 터다. 내구성에서 인정하고 추종하는 충성 고객들이 많은 차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최근 진행한 실차 테스트에서 처음 시승을 해봤다. 서킷에서 달렸고 솔직히 첫인상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공도와는 달리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트랙에서는 가속에서도 자세 제어에서도 뭔가 부족한 게 느껴졌다. 쟁쟁한 후보들이 많아서 비교됐는지도 모르겠고 준비된 차량에 뽑기가 나빴을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건 제동력뿐. 디자인은 열외다. 그래서 며칠 뒤 시승차를 다시 빌려 탔다. 확실히 느낌은 달랐다. 카시트를 갓 떼어낸 평범한 40대 아저씨라면 이정도면 됐다는 생각이다. 구매 욕심이 스물스물 올라오더라. 단단한 하체는 안정적인 주행을 선사했고 와인딩도 깔끔하게 돌아나갔다. 스포츠 모드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가속감은 시원시원다. 과격할 필요는 없었다.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86마력을 6000rpm에서 뽑아낸다. 출력 피크가 꽤 높은 편이라 엔진 소음이 실내에 제법 들어왔는데, 하이브리드를 결합한 토요타 엔진이 대개 다 비슷하다. 렉서스급이 돼야 방음처리는 더 좋아진다. 그렇다고 거슬려서 못 타겠다 정도는 아니다. 어쨌든 여기에 전자식 무단변속기 e-CVT와 함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져 앞바퀴에 전달되는 힘은 227마력, 22.5kg·m의 최대토크에 이른다. ‘와~우’ 감탄사를 끌어내거나 ‘에~이’ 야유를 보낼 만큼의 형편없는 스펙은 아니다. 예상보다 토크 수치가 낮은데도 가속에 답답함은 없었다. 주행모드 구분이 안 될 뿐이다. 한마디로 무난하다. 브릿지스톤의 235/45 R18 사이즈의 타이어는 서킷에서 과격한 움직임에 최적화된 조건은 아니다. 대신 기본적으로 기름 1리터에 17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보조 역할은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공도에서 평소처럼 달려본다면(기자의 운전 성향은 터프하지 않다), 주행 감성이나 승차감은 꽤 괜찮은 편이다. 다만,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회생 제동이 살짝 걸리는 걸 느낀다. 전기차로 착각할 수 있다. 물론 엔진 동력 없이 주행할 수 있다. 멀리 가진 않지만 말이다. 기능은 온오프가 있을 수 있겠지만, 디폴트로 제동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번거로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공도에서 만난 9세대 캠리는 하드처럼 딱딱하던 하체감이 안정적으로 느껴지고, 말랑말랑하던 스티어링 휠은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을 갖추게 됐다. 아무래도 서킷에서 맛봤던 캠리는 기대치가 높았던 거다. LED 헤드램프에 OTA 업데이트 기능, 자동 리어 윈도우 선셰이드, 그리고 다양한 안전장치가 기본으로 적용된 토요타의 세단이 4775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는 건 잔고장에 지친 세단 러버에게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확 바뀐 실내 구성이 멋들어지고 현대적으로 바뀌었다면?
2025 캠리 하이브리드는 두 가지 트림으로 나온다. 가격은 XLE 4775만 원, XLE 프리미엄 5327만 원이다. 세단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캠리는, SUV에 익숙해진 고객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