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때 ‘저가·저품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중국산 자동차들이 이제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주요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가운데, 볼보와 폴스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을 한국에 공급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역시 중국 지리자동차(Geely)와 협력하며 새로운 전기차 생산을 준비 중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현재 한국 시장에 진출했거나 곧 상륙할 예정인 중국산 자동차들을 살펴보며,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조망해본다.
BYD,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 대중화 선도?
BYD(비야디)는 전기차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테슬라를 추월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유럽과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도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한국 승용차 시장에 공식 진출하며 첫 모델로 준중형 전기 SUV ‘아토3(Atto 3)’를 출시했다. 차량 가격이 3150만원,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0만원 후반대로 떨어진다.
주행거리는 321km(복합 기준)이다. 60.48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BYD의 블레이드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원가 절감에 더 효과적이다. 최고출력은 204마력에 이른다. 동급의 현대 코나 EV나 기아 니로 EV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 여기에 전국 6개 딜러사를 통해 15개의 전시장과 11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며, AS 인프라를 확충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볼보·폴스타, '중국차'인가 아닌가?
BYD처럼 대놓고 중국 브랜드를 내세우진 않지만, 이미 많은 소비자가 타고 있는 중국산 자동차가 바로 볼보와 폴스타다. 볼보(Volvo)는 스웨덴 브랜드이지만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주요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겼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볼보 S90 롱휠베이스 모델과 일부 모델들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다. 폴스타(Polestar)는 볼보와 지리가 합작해 만든 브랜드로, 모든 모델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폴스타는 ‘스웨디시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이미지로 마케팅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이 차량이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브랜드 신뢰도와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같은 ‘중국산 자동차’라도 브랜드가 어떻게 포지셔닝하느냐에 따라 소비자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BYD와 같은 중국 브랜드들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르노코리아와 지리자동차, 전기차 협력 본격화
르노코리아는 올해부터 부산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인데, 이 차량은 르노가 아닌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한 모델이다.
현재 르노코리아에서 판매 중인 ‘그랑 콜레오스(Grand Koleos)’ 역시 지리의 싱유에 L 모델과 함께 중국에서 설계된 차량이다. 생산지가 다를 뿐이다. 프랑스 르노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생산하지만, 차량 개발 과정에서 중국 지리자동차의 기술이 활용됐다.
2024년부터 부산 공장에서 본격 생산될 전기차는 지리의 SEA 플랫폼(스마트 전기 아키텍처)을 기반으로 개발되며, 르노코리아가 내수와 수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는 르노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중국차'라고 하면 중국 브랜드의 차량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